이낙연 18→8%P차 맹추격…‘김빠진 사이다’ 이재명의 고민

중앙일보

입력 2021.07.13 05:00

업데이트 2021.07.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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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민주당 예비후보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민주당 예비후보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낙연 전 대표가 상승세를 타긴 탄 것 같다.”

이재명 경기지사 측의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한 말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TBS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9∼10일·ARS)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전주보다 5.9%포인트 상승한 18.1%를 기록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 지사는 각각 29.9%(1.5%포인트 하락), 26.9%(3.4%포인트 하락)를 기록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전날(11일) 이낙연 캠프는 기자간담회에서 “당내에선 ‘1강 1중'이 2강으로, (야권까지 포함해)전체적으론 ‘2강 1중’이 3강으로 바뀔 것”(박광온 총괄본부장)이라며 기세를 올렸다.

 “이 지사 대표 공약과 업적이 허상이고 거짓말임이 드러났다”(신경민 부위원장), “문재인 정부 계승이냐, ‘이재명 1기’냐 하는 의구심이 굉장히 넓게 퍼진다”(윤영찬 정무실장) 등 이 지사를 겨냥한 공세도 한층 거칠어졌다.

‘전략적 인내’ 고수…“손발이 묶인 권투”

제20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기숙사 청소 노동자 사망 현장 방문을 마친 뒤 유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재명 캠프 제공.

제20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기숙사 청소 노동자 사망 현장 방문을 마친 뒤 유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재명 캠프 제공.

반면, 이 지사 측은 네거티브 공세에도 하루 넘게 침묵하며 직접 대응을 자제했다. 직설 어법으로 ‘사이다’라 불렸던 이 지사 본인을 포함해, 정성호·민형배·이규민·황운하 등 논쟁에 능한 의원들 모두가 ‘허상’, ‘거짓말’ 같은 표현에도 일제히 침묵한 건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른 후보들은 오로지 경선이 중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저는 ‘원팀’을 살려서 본선에서 우리 (당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심하게 공격하면 안 된다”며 “손발이 묶인 권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선이 격렬하게 진행되면 나중에 다 사달이 벌어져 문제가 심각해진다. 미세한 박빙 승부에서 이기려면 제가 손해를 보더라도 내부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진보 대 보수’라는 일대일 구도가 유력한 본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인내’라는 설명이었다.

이런 기조에 따라 당분간 이 지사는 코로나19 방역 등 경기 도정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재명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당내 경쟁 후보와 부딪히기보다 민심에 호응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낮에는 도지사 업무에 충실하고, 밤에만 후보로 활동하는 ‘주도야후(晝道夜候)’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당내 ‘경선 연기’ 주장에 대해서도 이 지사는 이날 KBS TV에 출연해 “심판이 정하면 그에 충실하게 따르면 된다”면서도 “방역 행정을 1선에서 책임지는 입장에서 그걸 무시하고 후보 입장만 주장하기가 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언제나 방역과 공식적으로 주어진 책임이 먼저 아니겠냐”고 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엔 청와대 여민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방역점검회의에도 참석했다.

‘부자 몸조심’ 프레임 우려…‘野 공격론’도

이재명 경기지사(가운데)와 박남춘 인천시장,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등이 1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코로나19 대응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준비하며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 경기지사(가운데)와 박남춘 인천시장,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등이 1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코로나19 대응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준비하며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다만 캠프 일각에선 전략적 인내가 능사가 아니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경선 과정에서 “김빠진 사이다”라는 비판이 나온 데다, 자칫 ‘부자 몸조심’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이낙연 캠프에 대한 대응을 고심 중”이라고 했고,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마타도어 공격이 반복될 경우 후보는 아니더라도 의원들이 대응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지지율 정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윤 전 총장이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같은 야권 인사들과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도 거론된다. 본선 준비에 먼저 착수하면서, 자연스레 이 지사가 가진 ‘본선 경쟁력’을 당 안팎에 알릴 수도 있단 계산에서다.

한편, 이 지사 캠프 측은 이날 권인숙 민주당 의원을 캠프 공동상황실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여성학자 출신인 권 의원은 “젠더 감수성을 가지고 정책, 전략, 메시지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제가 책임져야 할 역할”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이후 당내 성찰과 반성을 주문해 온 권 의원을 캠프 핵심 요직에 임명한 것 역시 본선을 겨냥한 인선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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