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사 만나기 직전 "中 잔인함에 대항"···너무 나간 이준석 입

중앙일보

입력 2021.07.13 05:00

업데이트 2021.07.1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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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2일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기 직전 공개된 외신 인터뷰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중국의 잔인함에 대항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과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 “외교적으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보도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홍콩에서와 같은 중국의 잔인함에 대항할 것”이란 말을 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오전 홈페이지에 “중국의 ‘잔인함’에 맞서는 한국의 최연소 정치지도자”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인터뷰는 지난 9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인터뷰에서 홍콩 민주화 운동을 언급하며 “우리는 민주주의의 적과 분명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는 중국에 기울고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한국 국민은 이에 대해 기뻐하지 않는다(not happy about it)”고 말했다. 또 “우리는 민주주의 특권 하에 태어난 세대로, 다른 국가의 국민들이 그 특권을 빼앗기는 걸 보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인터뷰가 공개된 이날 공교롭게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의 면담이 예정돼 있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선 “중국이 빠른 발전을 하면서 대한민국이 과거 급속 성장기에 겪었던 변화의 과정을 그대로 겪을 것”이라며 “국가의 부강과 문화 예술도 중요하고, 사회 제도가 그에 맞춰서 발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이 앞으로 그런 부분에서도 다른 국가의 존경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발전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국제적 기준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2021.7.12 임현동 기자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2021.7.12 임현동 기자

비공개 회담 직후 취재진과 만난 이 대표는 “한국의 젊은 세대는 홍콩 문제에 대해 평화적 해결을 기대한다는 취지로 말씀드렸다. 대사도 그런 정도의 표현에 공감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잔인하다’는 표현이 “제1야당 대표로서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누군가 만약 1980년 5월 광주를 목격하고 표현한다면 ‘잔인함(cruelty)’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제가 홍콩 현장에서 목도했던 건 경찰의 강경한 진압이었다. 오히려 그런 직접적인 표현을 쓰는 게 홍콩 시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최근 홍콩 민주화 운동 진압과 국적법 논란 등으로 2030세대 사이에서 커진 ‘반중’ 정서를 대변한 모양새다. 지난 5월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주변국 호감도 여론조사에선 2030세대의 ‘반중정서’가 ‘반일정서’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던 2019년 당시 홍콩 민주화 운동 현장을 직접 찾아 시위에 참여한 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중국몽을 꾸는 더불어민주당은 (홍콩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지지선언을)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중국에 경도된 민주당과 비교해 할 말은 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꼭 ‘반중’이라고 볼 순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도 이날 취재진과 만나 “반중은 이분법적 개념”이라며 “실제 국민의 우려가 있는 부분과 현장에서 직접 목도한 걸 지적했을 뿐, (반중정서를)이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최근 논란의 여지가 있는 직설적인 발언을 잇따라 내놓는 걸 두고 당 내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이 대표는 유승민ㆍ하태경 등 당내 일부 대선주자의 ‘여가부 폐지론’을 옹호한 데 이어 통일부 폐지론까지 주장해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과 거친 설전을 벌였다.

조해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조직개편 문제를 대선 예비후보들이 공약 차원에서 주장하는 건 타당하지만, 당 대표가 말하는 건 당론으로 비치는 측면이 있어서 의미가 다르다”며 “당내 소통에 좀더 노력하고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고 썼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의 자신감 있는 발언이 가끔 ‘너무 나간다’ 싶을 때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당 대표의 제일 중요한 임무는 당이 분열하지 않고 좋은 후보를 뽑는 것”이라며 “당의 정책도 대선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바뀔텐데 당 대표가 먼저 정책에 대한 입장을 지나치게 많이 내놓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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