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라이프 트렌드&] 모든 수술실에 CCTV 달면 환자와 의사의 불안은 사그라질까

중앙일보

입력 2021.07.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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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의료 현장에 팽배한 불안과 불신은 환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한국 의사들은 의학적 가치에 근거한 최선을 다할 뿐만 아니라 잠재적 분쟁 상황을 피하기 위한 노력에도 소홀할 수 없게 됐다. 종종 통상적인 의료 행위 과정에서도 일괄적인 삭감 및 환수로 인해 고사 위기에 놓이기도 하며, 고의적 과실이나 심각한 태만이 없더라도 그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까지 이어진 현실 사례들을 접하며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서는 규제를 벗어나지 않기 위한 소극적 의료를 조장하며, 통제된 의료 현장을 기피하려는 경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기고
김충기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의료윤리연구회
운영위원

수술실 내에서 벌어진 충격적 사건들은 의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재차 일깨웠다. 모든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자는 제안은 환자 입장에서 수술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줄 강력한 무기로 비쳤다. 의사의 입장에선 스스로 무조건적 감시의 대상이 되며, 동시에 감시 장치를 설치해 영상의 촬영·보관·보안·폐기에 이르는 모든 운영 책임을 짊어지는 주체적 역할을 수행하라는 역설적 상황을 상정한 것이라 그 첨예한 갈등은 예견된 것이었다.

정치권과 일부 환자 단체는 이미 정해 놓은 강압적 통제 수단에 대한 찬반을 강요해 왔으며 이를 부정하는 사람들을 ‘국민 80%’에 반하는 수구세력으로 규정하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의사와 합리적인 시민은 그저 현실 유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보다 바람직한 의료의 변화를 위해 함께 기여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수술실 CCTV 의무화를 내세운 측은 주장의 한계와 문제를 교묘하게 감춰왔다. 해당 법안의 논거는 의료인들의 인권을 가볍게 취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개인 권리 침해 요소에 대한 고려도 결여돼 있다. 여타 의료정보보다 환자의 신체 노출이 담긴 영상 자료는 불법 유출에 대한 유인이 크며, 그 큰 피해를 예상할 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은 그저 처벌 조항뿐이며 관련 예산에 대한 계획도 없다.

이 모든 잠재적 위험을 전제하더라도 모든 환자가 동의할 수 있을까? 수술실에 범죄 위험이 만연한 것이 아니라면 수술실에 의무적으로 설치된 CCTV의 절대다수는 불필요하다는 말이며, 반대를 주장한다면 보편적인 의사들은 잠재적 범죄자나 다름없다는 소리가 된다. 현재 추진하는 법안은 환자를 진정 안전하게 하기보다는, 그저 안심시키기 위한 내용에 가깝다. 혹은 의사들을 격하하고 통제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면 꽤 그럴듯할 것이다.

CCTV 설치가 그토록 환자 안전을 위해 중요한 방안이라면, 환자들은 지금도 자발적으로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된 병원을 선택할 수 있다. 갈수록 많은 병원이 수술실에서 CCTV를 활용하고 있고, 최근의 사태를 통해 CCTV 설치를 홍보하고 나선 병원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저 검토해야 할 사항은 현행 규제상 수술실이나 진료실과 같은 통제된 공간에서의 CCTV 설치는 모든 출입자의 동의를 전제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금지된 사안이라는 점이다. 본인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상 정보가 수집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원칙이 완전히 무시된 채 효용만을 논의하는 현재의 모습들은 서툴고 급하다.

역설적이게도 CCTV 의무화는 수술실의 안전에 역행할 것이다. 비난의 대상이 된 일탈의 일부 주체들은 대다수의 선량한 의사들과 멀리 있다. 침체가 가속하는 필수 의료 영역의 의사들은 지금도 위기 상황에 놓여 있으며, 강력한 외부 통제 장치는 또다시 이들을 일차적인 대상으로 삼는다.

결국 보다 통제가 덜한 영역으로의 이탈과 집중은 필연적인 결과다. 과연 강압적인 통제 수단만으로 전체 의료 체계를 마음대로 움직이고 그 주체들의 활동을 막을 수 있을까? 혹여 가능하다면 그것이 과연 이 사회의 국민을 위한 것인가? 의사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소신을 꺾는 연속된 통제 법안들로 과연 어떤 의료의 미래를 지향하고자 하는지 그 주체들의 의도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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