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위해 33년 ‘복지관 슈바이처’

중앙일보

입력 2021.07.1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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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미경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1988년부터 복지관에서만 33년을 근무했다. 이씨가 12일 자신이 치료한 어린이 환자가 그려준 초상화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미경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1988년부터 복지관에서만 33년을 근무했다. 이씨가 12일 자신이 치료한 어린이 환자가 그려준 초상화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경록 기자

장애인의 재활 치료를 위해 평생 헌신한 이미경(63)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중외학술복지재단이 선정한 제9회 성천상 수상자로 12일 선정됐다.

이미경 재활전문의 ‘성천상’ 수상
“아버지처럼 봉사” 복지관 자원
평생 한길, 전국 유일 상근의사로
자폐아·뇌성마비 재활 새길도 열어
“환자와 수다 떠는 게 행복했을 뿐”

보통 의사들은 병원에서 일하거나 직접 병원을 개원한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제약사·연구기관 등에서 근무하거나 의학전문기자의 길을 택하는 의사는 10명 중 1명도 안 된다. 이씨는 1988년 첫 직장으로 복지관을 택했다. 가톨릭대가 재활의학과 전공의 제도를 도입한 건 1985년. 당시 이 대학이 배출한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드물어 맘만 먹었다면 교수로 자리 잡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던 시기였다.

이씨는 복지관을 선택한 건 인생관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인천에서 내과를 개원했는데 병원에 가난한 사람들이 찾아오면 종종 무료 진료를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 모습을 보고 자란 이씨도 아프리카 같은 오지에서 의료 활동을 펼치는 의사가 되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괴리가 있었다. 대학 입학 후 강원도에서 진행된 가톨릭학생회 봉사활동에 참여했는데 주먹만한 쥐가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고 좌절했다. 그는 “스스로 행복하지 않은데 남들을 위해 산다는 게 떳떳하지 못하게 느껴졌다”며 “슈바이처 같은 위인은 못되더라도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의사가 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차선의 길이 재활의학이었고 이씨는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상임 의사를 자임했다. 이후 미국 연수 기간 2년을 제외하면 평생 복지관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유일한 복지관 상근의사다. 2018년 정년 퇴임했지만 복지관의 요청으로 촉탁 의사로 상근 중이다.

병원과 복지관 근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는 “복지관 의사는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전인재활 치료를 할 수 있다”며 “복지관 선생님들이 밥을 먹다가도 머리를 맞대고 재활치료 아이디어를 상의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전인재활은 사회복지사·언어치료사·임상치료사 등이 의사와 팀을 이뤄 진행하는 장애인 재활치료 기법이다.

실제 그는 복지관에 다양한 재활 치료법을 도입했다. 미국 연수 과정에서 연구한 소아 재활치료법을 국내에 소개했고, 자폐아 감각 장애 개선 치료법과 뇌성마비 조기 진단법을 도입하는 등 국내 장애인 재활의학 발전에 기여했다.

33년째 복지관에서 일하다 보니 갓난아이였던 환자가 어느새 성인이 됐다. 2살 때부터 5~6년간 치료했던 뇌성마비 환자는 올해 32세다. 이 환자는 요즘 뇌성마비 환자 의사소통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무슨 신념을 좇았다기보다는 환자를 만나 대화하고 수다 떠는 게 행복해 33년이 지났다”며 “수상을 계기로 나누고 대화하는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천상은 고 이기석 JW중외제약 창립자의 호를 따 2012년 제정된 상이다. 소외된 곳에서 질병과 외로움으로 고통받는 이웃에게 의술을 펼친 인물과 단체에 포상한다. 중외학술복지재단은 8월 19일 시상식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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