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충분히 확보 않고, 예약부터 받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3 00:02

업데이트 2021.07.13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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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2일 시작된 55~59세(1962~66년 출생) 국민 352만여 명 대상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접종 예약이 물량 조기 소진으로 중단됐다. 정부가 대상자 수보다 턱없이 적은 양의 백신을 확보한 상태에서 예약을 시작했다가 예약이 폭주하면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

접수 기간 1주인데 첫날 물량 동나
대상 352만명 중 185만명만 예약
질병청 “공급 확정 물량 소진된 것
19일 예약 재개, 제때 접종 가능”

“자식까지 동원, 잠 설쳤는데” 불만
일부 2차 접종, 5주 이후 잡히기도

수도권 생활치료센터 만원 앞둬
무증상 1인 가구 재택치료 검토

55~59세 백신 예약 첫날 먹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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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2일 오후 2시쯤 “이날 0시부터 진행한 55~59세 연령층 사전예약을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당초 이날부터 17일까지 예약을 진행하려 했으나 예약자가 폭주하자 14시간 만에 예약을 중단했다.

이날 기준 국내 모더나 백신 잔량은 80만7300회분으로, 40만 명 정도가 맞을 수 있는 물량이었다. 당국은 여기에 이달 중 추가로 들어올 예상 물량을 더해 예약을 받았는데 순식간에 모두 동났다. 추진단에 따르면 예약 시작 15시간 반 만인 오후 3시30분 기준 예약인원은 185만 명(7월 26일~8월 7일 접종)에 달했다.

정은경(질병관리청장) 추진단장은 “공급 일정이 확정된 예약 물량이 일시에 마감됐다. 오늘 예약하지 못한 대상자는 추가로 예약할 수 있게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 단위로 물량이 확정되는 만큼 당국은 아직 예약하지 못한 이들은 다음 달 2~7일 접종을 받는 일정으로 19일부터 다시 예약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다만 또다시 물량이 달리면 일부 인원은 50~54세가 접종할 때 같이 하는 식으로 일정이 밀릴 여지도 있다.

헬스장선 빠른 음악도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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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관계자는 “50대 예약자가 이렇게 순식간에 몰릴 줄 몰랐다”면서도 “예약이 다소 늦어지는 것일 뿐 접종이 늦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추진단 관계자도 “백신 도입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화이자와 모더나는 계약대로 도입되고 있어 50대 740만 명이 예정된 8월 21일까지 접종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55~59세 접종 예약의 조기 마감 사태 때문에 50~54세 대상자들 사이에서도 제때 접종할 수 있는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추진단은 “50~54세 사전예약 및 예방접종은 당초 안내한 일정대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7월 접종계획에 따르면 50~54세는 이달 19~24일 사전예약을 하고 다음달 9~21일 접종을 받는다.

50대들 사이에서는 “백신이 인원만큼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예약을 받은 것이냐. 이번에 예약을 못 하면 언제 맞을 수 있는 거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김모(57)씨는 “오늘 등산 일정이 있어 내일 예약하려고 했는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예약 못한 167만명 황당 … 정부 “50대 이렇게 몰릴 줄 몰랐다”

일부 식당은 아예 임시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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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물량에 맞춰 59세, 58세, 57세 등 연령 순으로 대상자를 잘라 통지해 줬으면 됐을 것”이라며 “괜히 새벽부터 자식들까지 동원해 불필요하게 잠을 설치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예약 시작 직후 한때 접속이 마비됐다는 사실을 함께 꼬집은 것이다. 부모를 대신해 예약을 진행한 자녀들은 자정이 넘은 시각 “계속 대기하고 있는데 서버가 꺼져서 새로 해야 한다” “1시간째 대기만 하고 있다”고 글을 올리며 불만을 토로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수급 물량이 한정적이라 모두가 예약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사전에 예고하든가 연령을 더 세분화해 대상을 줄였어야 했다.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신뢰감을 떨어뜨렸는데, 이는 시스템의 문제이고 결국 정부의 실력”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정부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불안감이 커져 백신 접종 희망자가 몰릴 수밖에 없는데 이런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2차 접종일이 1차 접종 5주 이후로 잡힌 경우도 적지 않았다. 모더나 백신 접종 주기는 4주로 권고돼 있다. 질병청은 “위탁의료기관에서 기존 아스트라제네카 예약으로 일정이 다 차있을 경우 2차 시기를 임의로 정하고 있다”며 “모더나 예약 완료 후 일괄적으로 예약 일정을 원래 간격으로 접종하도록 질병청서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2차 접종 일정과 맞물려 부득이하게 일단 권고 주기와 관계없이 2차 접종일을 안내한 것으로 향후 이를 다시 조정하겠단 것이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현 추세대로라면 다음 달 중순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2331명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새 거리두기 4단계로 강력하게 통제하더라도 다음 달 말 확진자 수는 여전히 하루 600명대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에 따라 15일부터 내국인을 포함한 모든 입국자에 대해 입국 시 PCR검사 음성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서류를 소지하지 않은 경우 한국행 항공기 탑승을 제한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확진자 수 급증으로 생활치료센터 병상이 점점 차고 있는 것과 관련해 무증상 1인 가구 등에 대한 재택 치료를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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