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슨 고도 88.5㎞ 비행, 우주 관광일까 지구 관광일까

중앙일보

입력 2021.07.13 00:02

지면보기

종합 12면

리처드 브랜슨(71) 버진 갤럭틱 회장이 11일 오후(현지시간) 90분간의 첫 우주여행을 마치고 안전하게 귀환했다. 그는 이날 미국 뉴멕시코 라스 크루세스 인근의 세계 최초 민간 우주공항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에서 모선 ‘VMS이브’에 매달린 우주비행선 ‘VSS유니티’를 타고 활주로를 이륙했다. 이어 고도 15㎞에서 모선에서 분리돼, 최대 마하 3의 속도로 고도 88.5㎞의 우주 경계까지 올라가 미세중력과 둥근 지구의 모습을 경험한 뒤 우주공항으로 돌아왔다.

국제항공연 “100㎞ 카르만라인 기준”
양력의 도움없이 비행 가능한 공간
NASA, 80㎞부터 우주비행 인정
더 올라가면 중력가속도 훈련 필요

브랜슨 회장은 지상으로 돌아온 후 “모든 것이 그저 마법 같았다. 아직도 우주에 있는 느낌이다”라며 감회를 털어놨다. 이제 다음 순서는 제프 베이조스(57). 아마존의 창업자이기도 한 그는 오는 20일 자신의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의 로켓 뉴셰퍼드를 타고 고도 100㎞의 우주여행에 도전한다.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버진갤럭틱의 우주 비행선 ‘VSS 유니티’에서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고 있다. 브랜슨은 고도 88.5㎞까지 도달해 약 4분간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 중력’ 상태를 체험한 뒤 지구로 귀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버진갤럭틱의 우주 비행선 ‘VSS 유니티’에서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고 있다. 브랜슨은 고도 88.5㎞까지 도달해 약 4분간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 중력’ 상태를 체험한 뒤 지구로 귀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브랜슨 회장의 버진 갤럭틱과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 말하는 우주여행의 목적지는 왜 고도 100㎞ 부근일까.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불리는 이소연 박사가 2008년 다녀온 국제우주정거장(ISS)만 해도 고도 400㎞ 이상의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100㎞는 너무 낮은 곳이 아닐까.

우선 지구 상공 100㎞는 국제항공연맹(FAI)이 우주의 경계로 정의한 ‘카르만 라인’(Karman line)이 있는 곳이다. 미국의 물리학자 테어도어 폰 카르만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지구와 우주를 나누는 기준으로 ‘양력’을 꼽았다. 양력의 도움 없이 물체의 관성만으로 비행할 수 있는 공간을 우주의 시작이라고 판단했다. 그게 고도 100㎞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미국 우주 과학계의 입장은 조금 차이가 있다. 미국 조너선 맥도웰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2018년  카르만 라인을 고도 80㎞로 바꿔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수학적 모델링 분석 결과, 인공위성이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 고도가 70~90㎞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공군은 고도 80㎞ 이상 비행한 사람을 우주비행사로 인정하고 있다. 브랜슨 회장이 9일 우주비행에서 88.5㎞까지만 올라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은 고도 100㎞의 카르만 라인 우주여행을 고수하고 있다.

우주의 경계, 카르만 라인이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우주의 경계, 카르만 라인이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럼 200~300㎞, 또는 400㎞ 높이의 우주정거장까지 우주여행은 왜 안 될까. 안전도와 비용 측면을 모두 고려할 때 부적합하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더 높이 올라가려면 더 빠른 속도의 로켓을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중력가속도에 따른 압력(G-포스)이다. 통상 우주비행사는 최대 7G의 중력 가속도를 받는다. 자신의 몸무게의 7배에 달하는 힘을 견뎌야 한다는 얘기다. 우주정거장 이상을 다녀오는 우주비행사는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최대 한계인 12G를 버틸 수 있는 훈련을 1년에 2회씩 받는다고 한다. 우주여행 상품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일반인으로는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고도의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둥근 지구의 모습과 무중력을 경험할 수 있는 여행상품이 고도 100㎞ 부근인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