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병상의 코멘터리

백신예약 중단..정부 믿다 바보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2 21:59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55~59세 백신예약 첫날 '먹통...새벽 3시에 80만명 동시접속. 연합뉴스

55~59세 백신예약 첫날 '먹통...새벽 3시에 80만명 동시접속. 연합뉴스

12일 하루만에 중단된 사전예약..백신확보 절반밖에 안돼
이런 사실 감춘 정부에 황당..주권자 자긍심 무시당한듯

1. 원래 1주일 동안 계속될 예정이었던 코로나 백신예약이 12일 시작 첫날 갑자기 중단됐습니다. 55세부터 59세 사이 모든 국민들에게 예약하라고 정부에서 홍보했는데..사실은 그 연령대에 속하는 352만4000명의 절반 가량이 1차 접종할 수 있는 정도의 백신밖에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백신접종을 기대했던 50대와, 서투른 부모를 위해 인터넷 예약을 해드리고자 밤새 광클릭했던 효자들까지 황당해졌습니다.

2. 가장 황당한 건..애당초 백신을 확보하지도 못했으면서 ‘왜 352만명에게 예약하라’고 했냐는 점입니다.
백신 확보한 만큼..그러니까 이번엔 58세와 59세만 먼저 예약하고, 다시 백신이 확보되면 그 분량에 맞는 연령대 사람들에게 추가로 예약하라고 하면 될 터인데..왜 이런 무리한 짓으로 국민들을 화나게 만들까요.

3. 더 황당한 건..이런 소동이 일어났는데도 납득할만한 해명이 없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백신확보 현황이 어찌되는지 정확히 공개하지 않습니다.
12일 질병관리청 이상원 위기대응분석관이 ‘많은 수요로 인해 불편을 초래한 점에 대해 미처 충분히 판단을 못했다’고 사과했습니다.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비상인 상황에서 해당 연령대 국민 대부분이 신청할 것이 뻔한데..무슨 수요예측이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4. 또다른 화인은 예약시스템의 불통입니다. 신청이 시작된 12일 0시부터 접속장애가 생겼습니다. 새벽 3시에 동시접속자가 80만명이나 되었다니..밤새 사이트에 매달린 수백만명의 울화통이 터졌을 겁니다.
이런 접속장애는 6월1일 예비군 민방위 사전예약, 지난 8일 유치원 초등학교 교사 예약 당시에도 발생했었습니다. 단순히 접속자가 많아 생기는 장애로 보이는데..언제까지 반복해야하는지 답답합니다.

5. 이런 일을 반복해 겪다보면..정부에서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느껴집니다. 아무리 정권차원에서 불리한 걸 숨기는 것이 (나쁜 의미의) 통치술이라고 하지만..코로나는 그럴 사안이 아닌데도 자꾸만 정치적 유불리로 판단한다는 느낌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지난해말 ‘대통령이 나서 모더나 2000만명분 확보했다’던 청와대의 홍보입니다. 2021년 2분기부터 들어온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추가논의로 도입을 더 앞당기기로 노력하기로 했답니다. 역시 문재인 대통령, 2021년 상반기면 백신 맞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품게했습니다.

6. 그런데 지난 4월20일 국회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추궁하자 홍남기 부총리가 ‘제가 밝혀도 되는지 모르겠는데..’라더니 ‘하반기에 들어오도록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백신공급에 차질이 우려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6월 15일 ‘상반기 접종목표 1300만을 달성’을 자랑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접종이 거의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목표달성을 위해 1차 접종에 끌어다 써버려 이후 백신이 없었습니다.

7. 6월초 하루 접종 건수가 85만까지 갔었는데..목표달성 발표 이후엔 급속히 줄어들어 하루 수만명대로 떨어졌습니다.
접종이 느려지면서 당연히 확진자는 늘어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7월초부터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란 이름으로 ‘거리두기 완화’를 홍보해왔습니다. 그 결과가 4차 대유행입니다.

8. 그러자 이번엔 정부가 ‘엄벌에 처하겠다’며 최고단계 방역대책실시를 천명했습니다. 대통령은 ‘국민들께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송구한 마음’보다..왜 이렇게 됐느냐에 대한 설명입니다. 충분히 예측가능한 실책의 반복에 대한  해명과 책임추궁이 있어야합니다.

9. 보다 근본적으로 국민을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국민을 그저 통치의 대상, 혹은 홍보의 대상 정도로만 생각하는 오만한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서 나온다’는 헌법1조를 외치면서 권력을 잡은 촛불정권이 정작 주권자인 국민을 존중하고 봉사하는 마음을 잃은듯합니다. 백신도 중요하지만 주권자의 자긍심은 더 중요합니다.
〈칼럼니스트〉
202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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