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 받고, 안받고’ 혼선만 키우다, 결국 전국민 재난지원금

중앙일보

입력 2021.07.12 21:53

업데이트 2021.07.12 22:12

여야가 5차 재난지원금(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전 국민 지급에 합의했다. 소득 하위 80%에게만 주겠다는 정부안을 여야가 뒤집었다.

12일 저녁 회동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같은 합의안을 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게 나가는 지원금 규모도 늘리기로 했다. 33조원 규모로 짜인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대폭 수정하는 방향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송 대표와 이 대표는 이날 만찬 회동에서 선거법 개정,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여야정 협의체의 조속한 가동 등에 합의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송 대표와 이 대표는 이날 만찬 회동에서 선거법 개정,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여야정 협의체의 조속한 가동 등에 합의했다. 뉴스1

정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당혹스런 입장이다. “전 국민 지급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지난달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내용인데다, 여야 대표 간 합의 전 기재부와의 사전 협의도 없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방문한 홍 부총리는 10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도 “추경 규모를 늘리는 건 쉽지 않다”며 선을 긋는 발언을 했다. 홍 부총리를 둘러싼 ‘패싱’ 논란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다.

여야 합의와 별개로 기재부는 여전히 소득 하위 80% 지급안을 고수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한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은) 정부와 사전에 협의한 내용은 아니다”며 “기본적으로 예산 증액은 정부 동의가 있어야 하는 만큼 국회에서 논의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본격화하는 2차 추경안 심사에서 여야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르세날레 회의장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해 제3세션 '경제회복을 위한 정책'에서 발언하는 모습이 모니터로 중계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르세날레 회의장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해 제3세션 '경제회복을 위한 정책'에서 발언하는 모습이 모니터로 중계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연합뉴스

이날 여야 두 대표가 전 국민 지급 합의의 표면적 이유로 내세운 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상향으로 피해 규모가 커진 만큼 피해 보상을 두텁고 넓게 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지급 기준을 놓고 ▶소득 하위 80%와 80.1% 차이로 지급 대상이 갈리고 ▶월급 몇 백원 차이로 지원금을 못 받아 소득이 역전될 수 있으며 ▶맞벌이 가구, 1인 직장인 가구가 차별받는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다. ‘누군 받고, 안 받고’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데도 정부는 명쾌한 기준과 해답을 바로 내놓지 못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놓고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닥쳤다. 여야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논의 과정에서 기재부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한 배경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애초부터 제대로 된 계획이 없었던 정부 추경안의 한계”라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많이 본 소상공인이나 소득 하위 30% 미만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게 가장 적절했을 테지만, 소득 하위 80%란 전 국민에 가까운 지급안을 정부가 내놓으며 사회적 갈등만 유발했다”며 “2차 추경안 자체가 대선이 다가오면서 초과 세수를 다 사용하자는 목적으로 계획 없이 짜이다 보니 혼란만 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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