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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요즘 세상에 20명이 1명을" 용인 뒤집은 10대 집단폭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폭행 피해자 A군의 폭행 증거물. 사진 A군 측

폭행 피해자 A군의 폭행 증거물. 사진 A군 측

경기도 용인시에서 고등학생이 또래 학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측은 계획된 집단 폭행이 아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20~25명이 한패로 때렸다” 고소장 접수

A군이 학생들에게 끌려가 맞았다는 장소. 사진 A군 아버지

A군이 학생들에게 끌려가 맞았다는 장소. 사진 A군 아버지

12일 용인서부경찰서는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지난 5일 용인시 수지구 한 아파트 내 폐공간에서 주변 학교 고등학생들에게 집단폭행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피해자 A군은 사건 당일인 지난 5일 오후 학교 수업을 마칠 때쯤 가해자들로부터 “XX로 오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부모님을 가만두지 않겠다”라는 전화를 받은 뒤 사건 발생 장소인 아파트 폐공간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A군이 그날 오후 4시 40분쯤 지목된 장소에 도착하니 또래 고등학생 20~25명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오후 5시쯤 시작된 폭행은 약 30분 동안 이어졌다고 A군은 기억했다. 폭행이 끝난 뒤에는 “신고하면 죽여버리겠다”며 협박도 당했다는 게 A군 측 주장이다. A군은 경찰에서 “주먹으로 얼굴과 배 등을 맞았다” “(폭행으로) 넘어진 상태에서 수차례 발로 짓밟혔다” “웃으면서 때리고, 담배 연기를 눈에다 뿜었다”라고 진술했다.

폭행 직후 찍었다는 사진에 따르면 A군은 이마·입술 등 얼굴 부위와 전신 곳곳에 멍이 들거나 혹이 생겼다. 교복 상의에는 신발 발자국이 앞뒤로 군데군데 남아 있다.

“집단 폭행으로 보복 두려움”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A군은 폭행 뒤 뇌진탕 증세를 보이는 등 병원에서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악몽을 꾸거나 잠에 제대로 들지 못하는 등 트라우마에도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여러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현재 등교도 하지 않고 있다. A군은 “(여러 명에게) 한참 맞다 보니 이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A군 아버지는 “요즘 세상에 수십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한 명을 집단폭행한 사례가 있었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야기”라며 “부모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이어 “현재 10명 정도 신원 특정을 했다. 경찰이 현장 인근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폭행 관련자를 차근차근 찾아가고 있다”며 “가해자가 워낙 많아 밤길에 보복 폭행 등을 당하지 않을지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A군이 중학생 때 특정 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가 반발하면서 생긴 갈등이 이번 폭행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A군 가족의 주장이다.

“수십 명 집단폭행 절대 아냐” 

이에 대해 가해자로 지목된 B군 측은 “의도한 일이 절대 아니었다”고 밝혔다. 오히려 중학생 때 A군에게 폭행을 당한 B군이 고등학교 진학 후에도 A군이 퍼트린 악의적인 소문 등에 힘들어했다고 한다. 6개월 넘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B군은 A군에게 맞아 코뼈·얼굴뼈가 부러지고, 입안을 50바늘 정도 꿰매는 수술을 하는 등 큰 상해를 입었다는 게 B군 측 주장이다. 현재도 당시 폭행으로 인한 흉터가 B군 얼굴에 있다고 한다.

B군 아버지는 “A군이 고등학생이 돼서도 아들이 맞은 일을 게임 아이디(ID)로 만드는 등 주변에 조롱식으로 알려 많이 힘들어했다”며 “참다못한 아들이 사건 당일 A군을 불러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고, 주변 친구들도 아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잘 알았기에 같이 있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 폭행의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어 “20~25명이 있었다고 A군 측이 주장하는데, 그런 인원이 그 자리에 있던 것은 아닌 거로 안다. 최초 신고 인원은 8명이었다”며 “당일 서로 대화하다 시비가 붙은 거지 일방적인 폭행은 아니다. 아들이 A군을 불러낼 수밖에 없던 전후 사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자리에 있던 학생들도 집단폭행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라고 B군 아버지는 전했다.

B군 아버지는 “이번 사건과 별개로 A군으로부터 아들이 6개월 넘게 정신적인 괴롭힘을 받은 데 대해 학교폭력심의위원회(학폭위)를 열어달라고 진정을 냈다”며 “같은 내용으로 경찰에 고소장도 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경찰과 교육 당국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에 이제 막 착수한 상태”라며 “신고 뒤 보복 범죄 등을 우려해 피해 학생에 대한 신변 보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A군이 다니는 학교와 가해자들이 다니는 학교 등 각 연관 학교와 관할 교육청인 용인교육지원청이 상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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