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李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에 거센 역풍…李 사실상 번복?

중앙일보

입력 2021.07.12 21:08

업데이트 2021.07.12 22:43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하기로 12일 '깜짝' 합의했다.

송 대표와 이 대표는 이날 저녁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 6가지 사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회동 직후 고용진(민주당)ㆍ황보승희(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현재까지 검토된 안에 비해 훨씬 소상공인 지원을 두텁게 하는 방향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며 “지급 시기는 방역상황을 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당정은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에게만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 지도부가 지급 기준을 9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주장하면서 “(추가 세수 확보가)쉽지 않다”(1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은 “4차 대유행에 따른 소상공인 및 국민 피해대책을 반영해 추경안을 수정해야 한다”(12일 김성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고 주장해왔다.

이날 합의문은 “소상공인 지원 확대”(국민의힘)와 “전국민 재난지원금”(민주당)이 섞인 두 대표의 절충안이다. 대신 지급 시기를 “방역 상황을 보면서 조정하겠다”고 열어두면서 양당 간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소상공인 지원을 두텁게 하되 방역상황을 지켜보자고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고, 송 대표는 (전국민 지급에 대한)기획재정부(의 반대)를 돌파할 수 있는 합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대표의 갑작스러운 합의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내에선 “선별 지급이라는 당 기존 입장과 다르다”는 반발도 나왔다. 조해진 의원은 이날 밤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당 기존 입장은 (전국민 지급)반대였다. 합의가 사실이라면 황당한 일”이라며 “이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면 큰 문제다. 이 대표가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희숙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젊은 당 대표의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 수많은 이들의 신뢰를 배반했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이 이날 밤 급히 이 대표를 만나 “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대표 합의문 내용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당내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논란이 커지자 황보 대변인은 밤늦게 입장문을 통해 “오늘 합의내용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범위를 넓히는 데 우선적으로 추경재원을 활용하고, 남는 재원이 있을 시 지급 범위를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걸 포함해 방역상황을 고려해 필요여부를 검토하자는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황보 대변인의 이 발표에 대해 "사실상 합의를 번복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민주당내에서도 일부 대선주자들이 전국민 지급에 반대하고 있어 두 대표의 합의에 대한 역풍이 거셀 전망이다.

한편 양당 대표는 이날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선거법을 개정하자는 데도 공감대를 이뤘다. 2019년 당시 민주당이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을 배제하고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21대 총선에서 양당이 ‘꼼수’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어 비판을 받았다. 당시 법 개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송 대표가 직접 인정한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송 대표도 위성정당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를 빨리 시작하자는 데 두 사람이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양당 대표는 ▶2004년 폐지됐던 시ㆍ군ㆍ구 지구당 부활 ▶여야정 협의체의 조속한 가동 ▶재외 국민 투표 방법 개선 ▶양당 대표 TV토론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추진 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회동 직후 “형제처럼 친하고 화기애애하게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가 정기적으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해서 동의했고, TV토론도 나가서 새로운 여야 모습을 보여주잔 공감대를 가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폭넓은 대화로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은 찾으려고 노력했다. 대선을 앞두고 경쟁 관계긴 하지만 최대한 간극을 좁히겠다”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편한 차림으로 배석자 없이 독대했다. 두 사람이 식사를 함께 한 건 지난 달 11일 이 대표 취임 후 처음이다. 앞서 두 사람은 7일 ‘치맥 회동’을 하기로 했다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약속을 미뤘다. 송 대표는 이날 이 대표에게 인천시장 시절 투자유치 노하우를 저술한 책 『룰을 지배하라』를 선물했다. 지난 달 17일 국회 상견례 자리에서 이 대표가 “식사를 모시겠다”고 했지만, 이날 저녁식사는 연장자인 송 대표가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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