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행 시대 열렸다는데, 왜 고작 100㎞ 상공 우주일까

중앙일보

입력 2021.07.12 17:09

업데이트 2021.07.12 19:19

리처드 브랜슨(71) 버진 갤럭틱 회장이 11일 오후(현지시간) 90분간의 첫 우주여행을 마치고 안전하게 귀환했다. 그는 이날 미국 뉴멕시코 라스 크루세스 인근의 세계 최초 민간 우주공항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에서 모선 ‘VMS이브’에 매달린 우주비행선 ‘VSS유니티’를 타고 활주로를 이륙했다. 이어 고도 15㎞에서 모선에서 분리돼, 최대 마하 3의 속도로 고도 88.5㎞의 우주 경계까지 올라가 미세중력과 둥근 지구의 모습을 경험한 뒤 우주공항으로 돌아왔다.

브랜슨, 11일 고도 88.5㎞ 첫 우주여행 성공
우주여행은 고도 100㎞ 카르만 라인 부근
안전성·비용 측면서 일반인에 적합한 수준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회장이 11일 자신의 우주기업 버진갤럭틱의 우주비행선 유니티에 올라 첫 우주여행을 경험했다. [EPA= 연합뉴스]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회장이 11일 자신의 우주기업 버진갤럭틱의 우주비행선 유니티에 올라 첫 우주여행을 경험했다. [EPA= 연합뉴스]

브랜슨 회장은 지상으로 돌아온 후 “모든 것이 그저 마법 같았다. 아직도 우주에 있는 느낌이다”라며 감회를 털어놨다. 이제 다음 순서는 제프 베이조스(57). 아마존의 창업자이기도 한 그는 오는 20일 자신의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의 로켓 뉴셰퍼드를 타고 고도 100㎞의 우주여행에 도전한다.

브랜슨 회장의 버진 갤럭틱과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 말하는 우주여행의 목적지는 왜 고도 100㎞ 부근일까.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불리는 이소연 박사가 2008년 다녀온 국제우주정거장(ISS)만 해도 고도 400㎞ 이상의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100㎞는 너무 낮은 곳이 아닐까.

우주의 경계, 카르만 라인이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우주의 경계, 카르만 라인이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우주정거장 가려면 고도의 훈련 필요해 

우선 지구 상공 100㎞는 국제항공연맹(FAI)이 우주의 경계로 정의한 ‘카르만 라인’(Karman line)이 있는 곳이다. 미국의 물리학자 테어도어 폰 카르만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지구와 우주를 나누는 기준으로‘양력’을 꼽았다. 양력의 도움 없이 물체의 관성만으로 비행할 수 있는 공간을 우주의 시작이라고 판단했다. 그게 고도 100㎞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미국 우주과학계의 입장은 조금 차이가 있다. 미국 조너선 맥도웰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2018년  카르만 라인을 고도 80㎞로 바꿔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수학적 모델링 분석 결과, 인공위성이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 고도가 70~90㎞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우주 방사선의 영향을 미치는 공간 역시 이 언저리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공군은 고도 80㎞ 이상 비행한 사람을 우주비행사로 인정하고 있다. 브랜슨 회장이 9일 우주비행에서 88.5㎞까지만 올라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은 고도 100㎞의 카르만라인 우주여행을 고수하고 있다. 버진 갤럭틱의 우주여행은 낮은 고도 때문에 진짜 우주관광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럼 200~300㎞, 또는 400㎞ 높이의 우주정거장까지 우주여행은 왜 안 될까. 안전도와 비용 측면을 모두 고려할 때 부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더 높이 올라가려면 더 빠른 속도의 로켓을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중력가속도에 따른 압력(G-포스)이다. 통상 우주비행사들은 최대 7G의 중력 가속도를 받는다. 자신의 몸무게의 7배에 달하는 힘을 견뎌야한다는  얘기다. 우주정거장 이상을 다녀오는 우주비행사들은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최대 한계인 12G를 버틸 수 있는 훈련을 1년에 2회씩 받는다고 한다. 중력가속도가 높아지면  피가 급격히 하체로 쏠려 정신을 잃게 된다. 우주여행 상품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일반인으로는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다.

버진 갤럭틱의 우주비행선 VSS유니티가 11일 1만5000m 상공에서 모선인 VMS이브에서 분리돼 우주로 올라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버진 갤럭틱의 우주비행선 VSS유니티가 11일 1만5000m 상공에서 모선인 VMS이브에서 분리돼 우주로 올라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버진 갤럭틱 우주여행은 훈련 필요 없어

실제로 버진 갤럭틱의 우주여행 상품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3일간의 짧은 형식적 ‘훈련 기간’을 거치는 것으로 돼 있다. 첫날은 환영 행사, 둘째 날은 ‘캐빈 데이’(Cabin Day)라 불리는 스페이스십 실내 경험, 셋째 날은 ‘리허설 데이(Rehearsal Day)’다. 사실상 우주비행의 훈련은 단 하루뿐인 셈이다. 비용도 우주여행의 고도를 제한하는 요소다. 버진 갤럭틱의 우주여행상품은 25만 달러(약 2억8000만원)이지만, 스페이스X가 추진 중인 국제우주정거장(ISS) 여행비용은 6000만 달러(약 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고도의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둥근 지구의 모습과 무중력를 경험할 수 있는 여행상품이 고도 100㎞ 부근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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