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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해도 소용 없다"…화재에 속수무책인 전기차업계

중앙일보

입력

이달 초 미국 버몬트주에서 충전하고 있는 볼트 EV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전기차 전문지 일렉트렉(electrek) 등에 따르면 이 차량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진행된 소트프웨어 리콜을 끝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일렉트렉

이달 초 미국 버몬트주에서 충전하고 있는 볼트 EV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전기차 전문지 일렉트렉(electrek) 등에 따르면 이 차량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진행된 소트프웨어 리콜을 끝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일렉트렉

전기차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앞두고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잇따른 화재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배터리 교체나 모델 단종,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같은 극단적인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화재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전기차 화재를 명쾌히 해결하지 못할 경우 움트기 시작한 전기차의 급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美GM·韓현대·中샤오펑도 화재 #명확한 원인 못찾아 전전긍긍 #전문가 "화재는 과도기적 사건"

12일 차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최근 국내·외 기업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차 볼트 EV의 화재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GM은 미국 등에서 볼트 EV 화재가 꼬리를 물며 보고되자 배터리 안전성을 진단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리콜을 발표했다. GM은 “배터리 이상 작동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볼트에 설치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검진 후 이상이 확인되면 배터리 모듈을 교체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세계적으로 팔린 볼트는 7만여 대. 이에 대한 소프트웨어 리콜은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지고 있다.

GM 볼트 EV 리콜 후에도 화재 발생 

하지만 이달 초 미국 버몬트주에서 충전하던 볼트 EV에서 또 화재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기차 전문지 일렉트렉(electrek) 등에 따르면 이 차량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진행된 소프트웨어 리콜을 끝낸 것으로 확인됐다. 일렉트렉은 “GM은 볼트 화재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내진 않았다”고 말했다. 불에 탄 차량 소유자가 버몬트주 하원의원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언론도 이번 화재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볼트 EV 화재와 관련한 조사를 지난해 연말부터 진행하고 있다. NHTSA는 “볼트 EV 뒷좌석 밑에 위치한 고전압 배터리팩에서 화재 발생 우려가 있다”며 “주차시설이나 집으로 불이 옮겨붙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NHTSA는 GM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화재 원인을 찾고 있다. 이와 별도로 GM은 배터리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리콜 비용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중국 광둥성 자오칭 거리에서 샤오펑(小鵬) P7모델이 불에 타고 있다. 중국에서도 전기차 화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사진 소후

지난 2월 중국 광둥성 자오칭 거리에서 샤오펑(小鵬) P7모델이 불에 타고 있다. 중국에서도 전기차 화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사진 소후

전기차 1위 중국서도 화재 잇따라 

글로벌 1위 전기차 시장인 중국도 잇단 전기차 화재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광저우시에서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小鵬) G3 차량이 완전히 불탔다. 이에 앞서 샤오평 전기차 P7은 지난 2월 광동성에서 배터리 발화로 추정되는 화재 피해를 입기도 했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 CATL의 제품이 탑재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 완성차 기업 광저우기차(GAC)의 아이온S에서 두 차례나 화재가 발생했는데 두 차량 모두 CATL 배터리를 탑재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도 코나 화재로 한숨 

현대차도 코나 전기차 화재로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2018년 코나 전기차 출시 이후 국내외에서 15차례 이상 화재가 발생하자 배터리 리콜에 이어 올해 초에는 아예 단종을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 리콜 대상이 아닌 코나 전기차에서 화재가 이어지면서 곤혹스런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달 충남 보령(18일)과 노르웨이(21일)에서 발생한 코나 전기차 화재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코나 전기차 7만5680대를 상대로 리콜을 진행하고 있는데 리콜 차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6월 충남 보령시 한 숙박시설 앞에 주차된 코나 EV가 화재로 전소됐다. 사진 보령소방서

지난 6월 충남 보령시 한 숙박시설 앞에 주차된 코나 EV가 화재로 전소됐다. 사진 보령소방서

전기차 화재로 인한 천문학적인 리콜 비용은 양산차 기업엔 부담이다. 코나 리콜에 들어갈 1조4000억원 규모의 비용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3대 7로 부담하기로 했다. GM 볼트 EV 리콜에도 수천 억원이 소요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화재 원인 명확하지 않아 

문제는 전기차 화재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30건 넘게 이어지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처럼 정부 조사를 통해서도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확실한 원인을 찾지 못하다 보니 화재를 차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리튬 등 화재에 취약한 소재를 사용하는 전기차의 경우 불이 나면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 화재와 달리 완전 진압이 까다롭다. 지난달 미국 휴스턴에서 발생한 테슬라 사고에선 화재를 완전히 진압하기 위해 소방관 8명이 7시간 동안 소방수를 들이부었다. 그만큼 소비자가 느끼는 차량 화재의 위험 강도가 다르다.

전문가들은 국경 없는 전기차 화재를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도기적 사건으로 해석한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시장에 나온 전기차 대부분은 내연차 뼈대 기반에 배터리와 모터를 이식해 만든 모델”이라며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고 시행착오가 쌓이면 화재 사고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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