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유니 파산 절차…中 ‘반도체 굴기’가 '일장춘몽'?

중앙일보

입력 2021.07.12 16:23

업데이트 2021.07.12 18:52

한 반도체 관련 박람회에서 전시 중인 칭화유니그룹. 최근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칭화유니 홈페이지 캡처〉

한 반도체 관련 박람회에서 전시 중인 칭화유니그룹. 최근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칭화유니 홈페이지 캡처〉

중국 ‘반도체 굴기(倔起: 우뚝 일어섬)’의 상징인 칭화유니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중국 제조 2025’가 ‘일장춘몽’으로 끝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채무 36조원 칭화유니 파산 신청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의 채권자인 휘상은행은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 법원에 파산 구조조정 신청을 했다. “칭화유니가 만기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없고, 모두 부채를 갚기에 자산이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1월 13억 위안(약 2300억원)의 회사채를 갚지 못해 첫 디폴트를 기록한 칭화유니의 총 채무는 2029억 위안(약 35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칭화유니그룹이 2019년 6월 D램 사업부를 구성하고 사업을 시작한다고 알렸던 공문〈칭화유니 홈페이지 캡처〉

칭화유니그룹이 2019년 6월 D램 사업부를 구성하고 사업을 시작한다고 알렸던 공문〈칭화유니 홈페이지 캡처〉

1988년 설립된 칭화유니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졸업한 칭화대의 기술지주회사 칭화홀딩스가 51%의 지분을 보유한 종합반도체(IDM) 회사다. 계열사로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YMTC, 통신칩 전문업체 쯔광짠루이, 팹리스인 쯔광궈웨이 등이 있다. 칭화유니는 지난 2019년 “2022년 D램 양산에 돌입한다”고 선언하는 등 중국 내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원천기술 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결국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다만 중국 정부가 칭화유니의 파산을 그대로 손 놓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칭화유니가 중국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의미나 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목표 40%인데, 반도체 자급률 16% 불과 

칭화유니가 곤경에 빠지면서 중국 정부의 ‘중국 제조 2025’ 전략도 치명상을 입었다. 중국제조 2025는 지난 2015년 중국 정부가 발표한 제조업 고도화 전략이다. 반도체 자급률을 2020년 40%, 2025년 70%로 끌어올린다는 게 핵심 목표였다. 하지만 목표 달성 가능성은 희박하다.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 시장 규모는 1430억 달러(약 164조원)다. 하지만 중국 내 반도체 생산은 227억 달러(약 26조원)로 자급률은 15.9%에 불과하다. 특히 중국 반도체 업체의 생산 규모는 83억 달러(약 9조5000억원)로 5.8%에 그쳤다.

중국 반도체 자급률. [중앙포토]

중국 반도체 자급률. [중앙포토]

중국 반도체 굴기 씨를 말리려는 미국  

중국 반도체 굴기의 씨를 말리려는 미국의 제재가 먹혔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 반도체 관련 업체를 ‘수출 통제 기업 리스트’에 올려 부품 공급을 막았다. 푸젠진화‧하이실리콘‧화웨이‧SMIC 등 중국의 대표 기업이 대부분 제재의 덫에 걸렸다. 미국은 인수‧합병(M&A)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시도 역시 국가 안보를 이유로 차단했다. 또한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인이나 기업이 중국 59사에 직·간접 주식 투자를 못 하게 했는데, 이 중 7개사가 반도체 업체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반도체·전기차배터리·희토류 등 주요 물자의 공급망 점검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반도체 칩을 들어 보이고 있다.[EPA]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반도체·전기차배터리·희토류 등 주요 물자의 공급망 점검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반도체 칩을 들어 보이고 있다.[EPA]

중국 '반도체 굴기' 포기할 수 없는 이유 

반도체 강대국을 바랐던 '중국몽(中國夢)'은 이대로 끝이 날까. 그렇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반도체 없이는 중국이 키우려는 첨단산업도 사상누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양신일중(兩新一重)'이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양신일중은 기반 시설, 도시화, 교통 등 중대형 산업에 투자하는 정책으로 '중국판 뉴딜'로 불린다. 특히 1780억 달러(약 204조원)을 투입해 키우려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5G 기지국, 산업 사물인터넷(IoT), 고속철도, 전기차 충전소 등은 모두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적이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경제실 부연구위원은 "반도체 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혁신주도형 경제성장을 위한 양신일중 프로젝트가 모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중국의 경제성장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 미 제재 집중된 분야 역량 강화나서   

이와 관련, 중국은 지난 3월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 중장기 목표'에서 반도체를 7대 전략육성 산업으로 선정했다. 특히 중국의 약점인 설계 소프트웨어와 주요 제조 장비·기술 확보, 첨단 메모리 기술 등 3세대 반도체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미국의 제재가 집중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자체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제조 2025는 미국의 견제로 사실상 실패했지만, 그 사이 중국의 반도체 설계나 제조, 테스트·패키징 능력은 상당히 발전했다"며 "향후 반도체 첨단 제조 장비나 메모리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목표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반도체 육성 실탄도 막대  

반도체 육성을 위한 실탄도 막대하다. 중국은 지난 2019년 정부 주도로 290억 달러(약 33조3000억원) 규모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일명 '빅펀드'를 조성했다. 또한 중국 재정당국은 지난해 8월과 올 3·4월 반도체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세재 지원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향후 3년 내 중국의 반도체 상장사 대부분이 소득세를 면세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기준 중국 반도체 상장사의 소득세 총액은 약 26억 위안(약 4600억원)이다. 또한 중국 내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반도체 원자재와 부품을 수입하는 경우 수입 관세도 면세된다.

지난 2018년 4월 중국 우한에 있는 YMTC 공장에서 시진핑(왼쪽) 국가 주석이 자오웨이궈(가운데) 칭화유니그룹 회장, 양스닝(오른쪽) YMTC 최고경영자와 함께 반도체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신화통신]

지난 2018년 4월 중국 우한에 있는 YMTC 공장에서 시진핑(왼쪽) 국가 주석이 자오웨이궈(가운데) 칭화유니그룹 회장, 양스닝(오른쪽) YMTC 최고경영자와 함께 반도체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신화통신]

중, 대규모 M&A 시도 계속 나설 것  

하지만 반도체는 돈을 뿌린다고 키워지는 산업이 아니다. 단기간에 핵심 원천기술 확보가 어려운 중국이 외국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대규모 M&A를 지속적으로 시도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실제로 CNBC 등은 지난 6일 중국기업이 소유한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 넥스페리아가 영국 반도체 생산업체인 뉴포트 웨이퍼 팹을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직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의회에 출석해 “영국 기업이 중국 계열 기업에 팔려 실제적 안보 위협에 처할 우려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요청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 반도체 소재·장비업체도 타깃 될 수  

중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에 눈독을 들일 가능성도 있다. 연원호 부연구위원은 "중국 입장에선 외국 기업 유치와 인수를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라며 "한국의 기술력 있는 반도체 장비나 소재 업체가 중국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한 반도체 시장을 보유한 중국은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게임 체인저가 될 잠재력이 있다"며 "당분간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반도체 생태계에서 취약한 분야를 보완하는 데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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