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의사 "경찰, 물로 헹굴 기회 안줘"…CCTV는 달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2 16:20

업데이트 2021.07.12 17:00

음주 상태에서 운전하다 적발된 의사가 경찰의 음주측정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형사12부는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30대 의사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신진호 기자

대전지법 형사12부는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30대 의사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신진호 기자

대전지법 형사12부(유석철 부장판사)는 술을 마시고 운전한 혐의(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로 기소된 A씨(33)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26일 오전 2시25분쯤 세종시 나성동의 BRT도로에서 역방향으로 불법 좌회전을 시도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의사 "음주측정 절차 문제 있다" 주장
법원은 수용 안해, 벌금 300만원 선고

적발되자 "구강청결제 사용했다" 주장 

당시 A씨는 면허 정지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80% 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관과 함께 지구대로 이동한 A씨는“구강청정제를 사용했다”며 입안을 헹구라고 요구했다. 경찰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자 A씨는 지구대 화장실에서 여러 차례 입을 헹구고 물도 마셨다. 음주측정 결과를 근거로 경찰은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법정에서 “경찰이 물로 입을 헹굴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음주측정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수사보고서 '발음 부정확, 약간 비틀거림' 기록 

하지만 법원은 경찰의 수사보고(주취 운전자 정황보고) 등을 근거로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 수사보고서에는 ‘발음이 부정확함’ ‘보행상태는 약간 비틀거림’ ‘운전자 혈색은 얼굴이 창백하고 눈이 충혈됨’ 등의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지난 4월 8일 서세종IC 진출입로에서 경찰이 시·도 합동으로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8일 서세종IC 진출입로에서 경찰이 시·도 합동으로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단속 경찰관은 법정에서 “음주측정 전에 매뉴얼대로 피고인에게 구강청정제를 사용했는지를 확인했고 입을 헹굴 기회를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매뉴얼에 따르면 음주측정을 하기 전에 통상 200㎖(종이컵 두 잔) 정도의 물을 제공한다.

경찰 "피고인 물 지나치게 많이 마셔" 

A씨가 조사받은 지구대 폐쇄회로TV(CCTV) 영상에는 그가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했고 음주측정을 하기 전 10분 동안 물로 입 안을 헹구거나 수차례 물을 마신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와 관련, 단속 경찰관은 “피고인이 물을 너무 많이 마셔 말려야 할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에탄올이 포함된 구강청정제 사용 직후라면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약 15분이 지나면 물을 마시거나 헹구는 경우는 물론이고 헹구지 않아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임상실험 결과가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도 판결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 4월 1일 오후 대전경찰청과 둔산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지난 4월 1일 오후 대전경찰청과 둔산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재판부는“(피고인이) 구강청정제를 썼다고 주장하는 때로부터 20분 넘게 지나 측정이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할 때 음주 측정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음주 상태로 운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벌금 300만원 형을 받은 A씨는 변호인을 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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