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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판 '뭣이 중헌디'…나홍진 제작 공포 ‘랑종’ 또 금기 깼다

중앙일보

입력

영화 '랑종'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다. [사진 쇼박스]

영화 '랑종'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다. [사진 쇼박스]

금기에 도전하는 나홍진(47)표 공포가 돌아온다. 나홍진 감독이 프로듀서로 나선 태국 공포 영화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이 14일 개봉을 이틀 앞두고 예매율 1위에 올라섰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집계된 실시간 예매량은 12일 낮 12시 기준 5만 7000여장. ‘블랙 위도우’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에 이어 올해 사전 예매량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날부터 수도권에 적용된 4단계 거리두기 속에 비교적 선전하는 분위기다.

태국 배경 무속 소재 공포영화 '랑종' #14일 개봉 이틀 앞두고 올 사전예매 3위 #'곡성' 후속편격, 나홍진 원안·기획·제작 #태국 공포 흥행사 반종 피산다나쿤 연출 #"무섭다" 입소문..불켜고 보는 특별상영도

'랑종'은 태국 산골마을에 사는 한 무당 가문이 겪는 세 달간의 파국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태로 담았다. 대대로 조상신인 ‘바얀 신’을 모셔온 무당 ‘님’(싸와니 우툼마)은 자신을 취재하러 온 촬영팀과 집안 장례식에 갔다가 조카 ‘밍’(나릴야 군뭉콘켓)에게서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이번 영화는 나홍진 감독이 5년 전 680만 관객이 본 공포영화 '곡성'(감독·각본 나홍진) 이후 일광(황정민) 캐릭터의 전사를 그려보고자 속편 격으로 구상했던 이야기다. 그가 원안과 제작‧기획을 맡았고, 연출은 ‘셔터’(2004) ‘샴’(2007) 등 세계적 인기를 끈 태국 공포영화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42)에게 의뢰해 태국이 무대인 독특한 무속공포가 탄생했다. 투자·배급은 한국의 쇼박스, 제작은 나 감독의 영화사 노던크로스가 맡았다. 태국 영화사 GDH 559가 현지 제작사로 함께했다.

'랑종' 비극 보노라면 "뭣이 중헌디" 절로 나와 

영화 '랑종' 제작 및 기획, 원안을 맡은 나홍진 감독이 2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 쇼박스]

영화 '랑종' 제작 및 기획, 원안을 맡은 나홍진 감독이 2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 쇼박스]

‘랑종’은 태국말로 무당이라는 뜻. 영화의 주제의식은 ‘곡성’을 잇는다. 일상적인 공간에 초현실적 공포를 침투시켜 평범한 인간들의 원죄를 들추고, 신의 존재와 믿음의 본질을 되묻는다. 동생 님과 달리 무당의 운명을 비켜나 잘 사는 줄 알았던 밍의 엄마 노이(씨라니 얀키띠깐)는 알고 보면 시댁의 업보를 죄의식 없이 대물림해온 인물이다. 딸 밍이 그 가혹한 대가를 쓰나미처럼 뒤집어쓴다. 갈수록 처참해지는 밍을 보노라면 ‘곡성’에서 어린 효진(김환희)이 아버지 종구(곽도원)에게 눈을 까뒤집으며 하던 “뭣이 중헌디”란 명대사가 절로 떠오른다.

8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피산다나쿤 감독은 “태국말 영화를 한국의 넓은 시장에 선보이게 돼 영광”이란 말부터 했다. “나홍진 감독은 저의 아이돌”이라 밝힌 그는 “5년 전 태국 방콕 예술센터 문화축제에서 ‘추격자’ 상영회 때 처음 만나 그간 제가 만든 모든 영화 DVD를 선물 드렸는데, 이렇게 연락주실 줄 몰랐다”면서 “공포영화에 따분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랑종’은 제가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차원의 영화였다”고 했다. 또 “한국의 천재 감독이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촬영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 완벽한 장면을 찍으려고 부담이 컸다"며 "개봉을 앞둔 지금은 오히려 흥분된다”고 했다.

"나홍진은 내 아이돌, 새로운 차원 영화경험" 

영화 '랑종'의 무당 가족. 맨 왼쪽이 님이다. [사진 쇼박스]

영화 '랑종'의 무당 가족. 맨 왼쪽이 님이다. [사진 쇼박스]

그는 영화 주 무대인 북동부 이산 지역 등 1년 간 태국 전국을 다니며 30여명 무당을 만나 사전 조사도 했다.

피산다나쿤 감독은 “태국 무속신앙을 잘 몰랐는데 이번에 만난 어떤 무속인은 태국돈 39바트, 한국돈으로 1000원 정도 받고 질병을 치료해줬고 질병이 실제 나았다는 사람도 봤다”면서 “진짜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는 정신과 의사와 같은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태국에는 여러 믿음과 신앙이 섞여 있어서 마을마다 믿는 신이 다르고, 귀신 모시는 신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교회나 중국 절이 있는 것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2일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나 감독은 “‘곡성’을 준비할 때 무속인들이 기도 올리는 절에서 몇 달 같이 지냈는데, 귀신은 있다”고 말한 반면, 피산다나쿤 감독은 “절대 믿지 않지만, 공포영화는 즐겨 보고 만든다”며 반대 성향을 밝히기도 했다.

'랑종'의 순제작비는 23억원으로 한국영화론 저예산이지만, 통상적인 태국영화의 두 배 수준. 덕분에 다양한 로케이션 촬영으로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었다고 했다.

페이크 다큐 형식은 나 감독이 원안부터 택한 것. 피산다나쿤 감독은 “이런 방식이 적합한가, 일반 극영화처럼 촬영하면 어떨까 나 감독과 상의하며 지금처럼 찍게 됐다. 태국의 무속신앙을 직접 파워풀하게 느끼게 하는 데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다른 공포영화와 차별화를 위해 무당이 되려는 한 여성의 인생을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묘사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이를 위해 태국에서도 대중에게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기용했다. 무당 님 역의 싸와니 우툼마는 연극 무대의 베테랑, 밍 역의 나릴야 군몽콘켓은 수차례 오디션을 거쳐 발탁한 신인이다. 궁몽콘켓은 촬영 중 체중을 10㎏이나 감량하며 귀신에 씐 밍의 극과 극 변화를 표현했다. 밍이 귀신에 빙의한 동작들은 ‘곡성’ ‘부산행’에 참여한 박재인 안무가가 신체 부위별로 몸동작을 디자인한 비디오를 만들어 현지에 보낸 것을 참고했다. 배우 연기나 촬영 모두 장면의 큰 틀만 잡고 디테일한 대사나 동선은 즉흥적으로 촬영하며 수정해 나갔다고 한다.

영화 '반종' 태국 촬영 현장에서 주인공 밍의 모습이다.[사진 쇼박스]

영화 '반종' 태국 촬영 현장에서 주인공 밍의 모습이다.[사진 쇼박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답게, 악귀로 인한 표현 수위가 극단으로 치닫는 후반부 평가는 엇갈린다. 시사회 이후 “다수의 공포영화가 시각과 청각으로 두려움을 끌어낸다면, ‘랑종’은 촉각적으로 다가온다”(평론가 이동진)는 호평 등 '무섭다'는 입소문이 나며, 롯데시네마는 상영관에 불을 켜놓고 관람하는 ‘‘랑종’ 겁쟁이 상영회’까지 내놨다. 반면 극 중 여성의 신체를 부각하는 방식, 반려견 학대 장면 등은 지나치다는 반응도 있다.

"센 표현 수위? 꼭 필요한 장면만 구현" 

흡사 유튜브 생중계 같은 노골적 영상에 센 수위가 반복되는 탓에 오히려 공포에 무덤덤해진다는 관람평도 나온다. 피산다나쿤 감독은 “나 감독과 많은 언쟁이 있었지만, 절대 잔혹함이나 선정적인 장면을 팔아서 영화를 흥행하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지 않았다. 수위 또한 영화 내용과 메시지 전달에 꼭 필요한 장면에 맞춰서 구현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나 감독은 간담회에서 “저 혼자 살자고 이런 말씀 드리는 게 아니”라고 운을 떼며 “저는 말리는 입장이었고 (피산다나쿤) 감독님께 만약에 제가 동조만 했다면 아마 상영이 안 됐을 것이다. 좀 자제하면서 연출과 사운드로 효과의 극대화를 노렸다”고 했다.

영화 '랑종'의 귀신 빙의 장면은 '부산행' '곡성' 박재인 안무가가 몸동작을 디자인했다. [사진 쇼박스]

영화 '랑종'의 귀신 빙의 장면은 '부산행' '곡성' 박재인 안무가가 몸동작을 디자인했다. [사진 쇼박스]

극장가에서는 지난달 개봉한 할리우드 공포영화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 ‘콰이어트플레이스 2’ 등이 코로나 속에 80만 안팎 관객을 동원하며 선전해 ‘랑종’이 그 여세를 이어갈지도 주목하고 있다.

영화 '랑종'을 연출한 태극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 [사진 쇼박스]

영화 '랑종'을 연출한 태극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 [사진 쇼박스]

나홍진 창작철학 "당신의 피의 가치 믿으라" 

한편 나 감독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지난달 화상으로 진행한 ‘괴담 캠퍼스’ 마스터클래스에서 “요즘은 본인이 갖고 태어난 피를 믿으라. 당신의 피가 어떤 피인지 그 피의 가치를 믿고 그 피가 시키는 대로 나아가라,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창작관을 밝혔다. 영화마다 주제로 삼아온 선악의 구분에 대해선 “저는 단순하게 관찰하고 싶을 뿐”이라며 피사체를 한쪽에서만 보려 하지 않고 다양하게 볼 수 있는 각을 찾아 최대한 많은 각도에서 보고자 할 뿐”이라고 했다. 그의 마스터클래스 영상은 13일 BIFAN 유튜브 공식 계정에서 축약본이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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