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으로 국민 쓰레기? 내겐 이현욱 이름 남겨준 작품”

중앙일보

입력 2021.07.12 11:21

tvN 드라마 ‘마인’에서 효원그룹 둘째 아들 한지용 역을 맡은 배우 이현욱. [사진 매니지먼트 에어]

tvN 드라마 ‘마인’에서 효원그룹 둘째 아들 한지용 역을 맡은 배우 이현욱. [사진 매니지먼트 에어]

지난달 시청률 10.5%로 종영한 tvN 드라마 ‘마인’의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 효원그룹의 첫째 며느리 정서현(김서형)과 둘째 며느리 서희수(이보영)는 물론 튜터 강자경(옥자연)까지 어느 하나 버릴 캐릭터가 없을 만큼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했지만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것은 바로 둘째 아들 한지용(이현욱)이다. 아들의 친모인 강자경을 몰래 튜터로 들인 것도 모자라, 사랑을 좇아 배우 일까지 포기한 아내 서희수가 자신의 실체를 알게 되자 난폭하게 변하면서, 효원그룹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형수 정서현에게는 가장 위험한 시한폭탄이 되어버린 탓이다. 세 여성의 끈끈한 연대를 이끌어내며 한지용은 ‘국민 쓰레기’로 거듭났다.

이보영·김서형 등 센 여성 캐릭터 사이서
효원그룹 둘째아들 한지용 역 존재감 각인
“좋은 눈빛 아니었지만 알아봐주셔서 감사
소모적인 것보다는 밀도있게 연기하고파”

서면으로 만난 배우 이현욱(36)은 “식당에서도, 길에서도 많이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생기면서 드라마와 캐릭터의 인기를 조금은 실감하게 됐다”며 “역할 때문인지 확실히 좋은 눈빛은 아니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작품을 보시는 분들은 한지용을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로 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연기하진 않았다”며 “그들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하는 행동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정서만 가지고 달려들었다”고 덧붙였다. “극의 흐름을 끌고 갈 수 있는 배역이었기 때문에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예전엔 어떤 역할로 불러주셨다면 이번에는 ‘이현욱’이라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했죠.”

“나도 애정결핍 있어…받아들이니 편안”

‘마인’에서 부인 서희수(이보영)를 안고 있는 모습. [사진 tvN]

‘마인’에서 부인 서희수(이보영)를 안고 있는 모습. [사진 tvN]

‘마인’에서 형수 정서현(김서형)과 대치하는 모습. [사진 tvN]

‘마인’에서 형수 정서현(김서형)과 대치하는 모습. [사진 tvN]

저마다 자신의 핏줄이 아닌 자식을 한 명씩 키우고 있는 효원가에서,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다양한 장치를 만들었다. “다른 부분에서는 항상 여유가 넘치고 이성적이지만 핏줄이나 가족력에 대해서는 날 선 반응을 보이거나 유난히 집착하는 빨간 단추를 만들어 장치적으로 이용했어요. 저도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애정결핍이 있었거든요. 누구나 그런 감정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고,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임으로써 편안해질 수 있었던 같아요.” 다만 이를 감추기 위해 파이트 클럽에서 돈을 주면서 격투를 즐기는 것은 “비인간적인 행위가 아니었나 싶다”며 최고의 악행으로 꼽았다.

극 중에서는 세 명의 여배우와 날카롭게 대립했지만 촬영 현장에서는 보고 배운 점이 많다고 했다. “이보영 선배님은 순간 집중력이나 표현력이 뛰어나 보면서 많은 공부가 됐어요. 김서형 선배님은 씬의 상황을 잘 이끌어주시는 덕분에 제가 정신적으로 의지를 많이 했고요. 자연이(강자연)가 순수하게 진심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반성도 많이 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효원그룹 장남이자 피가 섞이지 않은 형 한진호(박혁권)·정서현 부부와 사무실에서 만나 속내를 드러내는 장면을 꼽았다. 감정을 숨기고 억누르는 것에 익숙한 한지용이 유일하게 솔직한 모습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한지용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한진호(박혁권) 등 모든 이들에게 공공의 적이 된다. [사진 tvN]

한지용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한진호(박혁권) 등 모든 이들에게 공공의 적이 된다. [사진 tv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인 이현욱은 2010년 영화 ‘가시심장’으로 데뷔 이후 영화와 연극을 주로 하다가 OCN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2019)에서 유기혁 역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고은ㆍ윤박ㆍ엑소 수호 등 먼저 성공한 학교 동기들과도 절친한 사이. 지난해 tvN ‘악의 꽃’으로 조명받은 서현우와는 6년간 룸메이트로 함께 살기도 했다. “다른 친구들은 각자 위치에서 바쁘게 살아서 자주 연락은 못 해요. 서현우 형이랑은 가까운 곳에 살아서 만나서 피드백도 해주고 인생에 대한 고질적인 고민을 나누곤 합니다. 같이 살았던 사람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문데 너무 신기하고 기분이 좋아요.”

“차가운 이미지 장르적으로 풀려 다행”

이현욱은 올 초 JTBC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로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선보인 JTBC ‘모범형사’와 OCN ‘써치’ 등 장르물에서 활약이 더욱 돋보인다. 차갑고 싸늘한 매력을 자랑한다 하여 ‘냉미남’으로 불릴 정도. 그는 “아무래도 눈이 찢어지고 색이 밝아서 오해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어찌 보면 그런 이미지 때문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방황할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장르적으로 쓰이면서 연기적으로도 확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회 만에 죽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타인은 지옥이다’를 터닝포인트로 꼽으며 “소모적이면서 오래 나오는 것보다 밀도를 가져갈 수 있다면 일찍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유기혁 역할로 주목받은 이현욱. [사진 OCN]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유기혁 역할로 주목받은 이현욱. [사진 OCN]

차기작은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의 신부’로 김희선과 호흡을 맞춘다. 공교롭게도 백미경 작가의 대표작 JTBC ‘품위있는 그녀’(2017)와 ‘마인’에서 각각 상류층 재벌가의 삶을 보여준 두 배우가 주연이다. 상류층 결혼정보회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재혼 시장에서의 욕망을 그린다. 쉴 틈 없이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고 있는 그는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도전할 수 있고 연기에 흥미가 생는 작품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는 비주류 심리영화들을 좋아해요. 코미디나 일상적인 휴먼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배우로서 뚜렷한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지금은 현재 주어진 일에 집중하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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