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설 떠돌아도 "우리 오빠"…전세계 60억 홀린 '매드몬스터'

중앙일보

입력 2021.07.12 05:00

업데이트 2021.07.12 11:27

지면보기

종합 02면

7일 ‘다시 만난 누난 예뻐’ 재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매드몬스터. [사진 매드 엔터테인먼트]

7일 ‘다시 만난 누난 예뻐’ 재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매드몬스터. [사진 매드 엔터테인먼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부캐(부캐릭터)’ 놀이가 진화하고 있다. TV 예능 등에서 출연자가 본래 캐릭터와 전혀 다른 사람인 척 선보이는 부캐 열풍을 넘어, 유튜브 댓글 등 대중이 직접 참여해 한층 거대하고 정교한 부캐 세계관이 만들어진다. 이를 적극 수용한 콘텐트가 이어지면서 팬덤도 더욱 공고해지는 식이다.

전 세계 60억 팬클럽 이끄는 가상 아이돌
유튜브 댓글창 중심으로 세계관 넓혀가
카페사장 최준·한사랑산악회 등도 인기
멀티 페르소나 익숙한 MZ세대 사로잡아

최근 대표적인 사례는 2인조 아이돌 그룹 ‘매드몬스터’. 지난 7일 이들은 3집 ‘다시 만난 누난 예뻐’ 재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7년 데뷔 이후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기술을 활용해 한정판으로 발매해, 많은 분이 듣지 못한 것이 아쉬워 재공개하게 됐다”고 천연덕스럽게 밝혔다.

1집 ‘애덜트’와 2집 ‘저스트 인’ 재발매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2집은 피처링 당시 주먹다짐을 했던 저스틴 비버와 화해를 해야 가능하다”고 답했다. 여느 아이돌과 달리 이들은 순위 경쟁이나 각종 수상을 거부해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터. 이날 활발한 활동 예고에 ‘전 세계 60억 포켓몬스터(팬덤명)’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필터설·악귀설에도 “아니다” 맞서는 팬들

매드몬스터의 ‘다시 만난 누난 예뻐’ 뮤직비디오. [유튜브 캡처]

매드몬스터의 ‘다시 만난 누난 예뻐’ 뮤직비디오. [유튜브 캡처]

매드몬스터에게 떠도는 ‘악귀설’에 대해 사과한 개그맨 곽범과 이창호. [유튜브 캡처]

매드몬스터에게 떠도는 ‘악귀설’에 대해 사과한 개그맨 곽범과 이창호. [유튜브 캡처]

이 황당한 설정을 자랑하는 매드몬스터는 개그맨 곽범·이창호가 각각 탄·제이호라는 부캐로 결성한 가상 아이돌 그룹. 지난해 KBS2 ‘개그콘서트’가 막을 내리며 설 곳이 없어진 이들은 유튜브 채널 ‘빵송국’을 개설해 새로운 코너·캐릭터를 여럿 선보였다. 카메라 앱 필터의 사용은 앞선 코너 ‘여친시점’에선 큰 반향을 얻지 못했지만, 아이돌 콘셉트와 결합하면서 대박이 터졌다. 특히 구독자 댓글 등 소통을 통한 세계관 확장이 두드러졌다.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 때문에 제기된 ‘필터설’에 팬들은 “우리 오빠들은 타고난 15등신”이라는 댓글로 맞섰고, “영상에서 나이 든 두 명의 무명 개그맨 얼굴이 보인다”는 ‘악귀설’이 떠돌자 해당 개그맨으로 지목된 곽범과 이창호가 본캐로 등장해 사과방송 영상까지 제작했다.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매드몬스터는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가 운영하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도 최근 입점했다.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이런 캐릭터·세계관에 ‘진심’으로 빠져드는 현상의 배경에는 MZ세대에 익숙한 ‘멀티 페르소나’(다중 자아)가 꼽힌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기성세대에게는 온라인·오프라인이 구분돼있지만 MZ세대에게는 모든 공간과 현실이 ‘가상’이라는 단어를 떼도 무방할 정도로 이어져 있다”고 짚었다. 이를테면 트위터ㆍ페이스북ㆍ인스타그램ㆍ틱톡 등 각 플랫폼 특성에 맞춰 ‘나’를 보여주고 반응하는 훈련이 돼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가면인지 구분하기 어렵고 그 모든 것이 실제가 반영된 ‘나’”라는 얘기다. 임 교수는 “코로나19로 사회가 급변하면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출근하는 아바타가 등장하는 등 경계가 더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실·가상 구분 의미없어…재밌으면 OK”

‘B대면데이트’의 이호창. 재벌3세로 김갑생할머니김 본부장을 맡고 있다. [유튜브 캡처]

‘B대면데이트’의 이호창. 재벌3세로 김갑생할머니김 본부장을 맡고 있다. [유튜브 캡처]

‘한사랑산악회’의 이택조. 영등포상가번영회 회장을 맡고 있다. [유튜브 캡처]

‘한사랑산악회’의 이택조. 영등포상가번영회 회장을 맡고 있다. [유튜브 캡처]

‘멀티 페르소나’는 ‘팬슈머’(팬+컨슈머, 상품·브랜드 제작에 적극 참여하는 소비자)와 함께 『트렌드 코리아 2020』이 주목한 키워드다. 부캐 놀이는 2021년 키워드 ‘롤코라이프’(롤러코스터를 타듯, 유행·트렌드에 빠르게 빠져들었다가 갈아타는 것)와도 연결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전미영 연구위원은 “컴퓨터에서 Alt와 Tab 키를 동시에 누르면 프로그램이 바뀌듯, 순간 전환 모드에 익숙한 사람들이 취향 공동체가 되어 재밌는 걸 찾아 나서고 그 짜릿한 진폭을 즐기고 나면 곧바로 다른 재미를 찾아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최샛별 교수는 “MZ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다. 부캐·세계관 등 게임에서 나온 용어가 보편화하는 것도 이 세대가 게임을 완전히 체화한 세대이기 때문”이라며 “문화뿐 아니라 정치 참여에서도 패러디 등 재미있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본캐가 누구인지, 알든 모르든 굳이 따지지 않고 부캐를 즐기는 놀이는 2018년 Mnet ‘쇼미더머니 777’에 고무장갑을 쓰고 나온 래퍼 마미손이 시작으로 꼽힌다. 방송인 유재석은 2019년 시작한 MBC ‘놀면 뭐하니?’에서 트로트 가수 유산슬, 혼성그룹 싹쓰리 멤버 유두래곤, 환불원정대·MSG워너비의 제작자 지미 유·유야호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이른바 ‘유니버스’를 구축했다. 이제 부캐 그 자체도 무한확장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개그맨 이창호는 매드몬스터의 제이호뿐 아니라 또 다른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서는 ‘B대면데이트’의 재벌 3세 김갑생할머니김 이호창 본부장, ‘한사랑산악회’의 영등포상가번영회장 이택조 등 다양한 부캐로 동시다발적으로 주목을 받는다.

광고 러브콜 쏟아져…부캐 더블 캐스팅도 

‘최준의 니곡내곡’. 카페사장 최준이 가수 적재와 함께 ‘별 보러 가자’를 부른 모습. [유튜브 캡처]

‘최준의 니곡내곡’. 카페사장 최준이 가수 적재와 함께 ‘별 보러 가자’를 부른 모습. [유튜브 캡처]

‘한사랑산악회’의 LP바 사장 배용길과 물리교사 정광용이 부른 저스틴 비버의 ‘피치스’. [유튜브 캡처]

‘한사랑산악회’의 LP바 사장 배용길과 물리교사 정광용이 부른 저스틴 비버의 ‘피치스’. [유튜브 캡처]

부캐들의 활약은 음악 관련 콘텐트의 반향이 뜨거운 점도 눈에 띈다. '한사랑산악회'에서 LP바 사장 배용길(이용주)과 물리교사 정광용(정재형)이 부른 저스틴 비버의 ‘피치스’ 영상, '최준의 니곡내곡’에서 카페사장 최준(김해준)이 ‘별 보러 가자’ 를 원곡자인 싱어송라이터 적재와 함께 부른 영상은 유튜브 누적 조회 수가 각각 무려 520만회를 넘었다. 이들이 소속된 샌드박스네트워크에서 뮤직 아젠다를 담당하는 정우초 리드는 “음악 관련 콘텐트는 각 부캐의 특성이나 본캐를 몰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다”며 “다른 영상에 비해 길이도 5분 안팎으로 짧아서 주변에 부담 없이 추천할 수 있고 반복재생도 많아 조회 수가 높은 것 같다”고 밝혔다.

각각의 부캐가 MZ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면서 광고계의 러브콜도 쏟아진다. 김갑생할머니김은 성경식품에서 실제 제품으로 출시됐다. 김해준의 부캐 최준과 쿨제이(‘05학번 이즈 백’)는 써브웨이의 광고모델로 더블캐스팅됐다. 샌드박스는 관련 굿즈가 점차 늘어나자 이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콘텐트 팝업 전시 ‘샌박편의점’(2~15일, 더현대서울)을 기획하기도 했다.

전미영 연구위원은 “전국민이 알면 이미 올드한 브랜드라는 인식이 생긴 것도 타깃 마케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취향 공유에서 통하는 브랜드, 혹은 나만 아는 브랜드가 훨씬 소구력이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완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거침없이 피보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