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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세 억만장자, 우주관광 첫 이륙…열기구 사고서도 살아남은 모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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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리처드 브랜슨(71) 버진그룹 회장이 우주관광 레이스의 테이프를 끊었다. CNN은 브랜슨 회장이 현지시간 11일 오전 7시40분(한국시간 오후 11시40분)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우주비행선 ‘VSS 유니티’를 타고 우주관광에 나서는 장면을 생중계했다.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우주 꿈 #90㎞ 상공 지구궤도 15분 머물러 #특이한 행보로 ‘괴짜 CEO’ 별명 #우주여행 25만 달러에 예약 판매 #디캐프리오 등 구입자 600명 넘어 #베이조스는 20일 상공 100㎞ 시도 #머스크는 9월 지구 궤도비행 계획

자전거를 타고 비행장에 나타난 그는 이날 이륙이 몇 차례 연기됐던 우주선을 타고 이륙했다. 그동안 제프 베이조스 전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과 경쟁하며 ‘억만장자 우주여행 삼파전’을 벌여왔지만, 첫걸음은 결국 브랜슨 회장이 뗐다.

리처드 브랜슨

리처드 브랜슨

이날 우주여행엔 브랜슨 회장을 포함해 모두 6명이 함께해 정원을 채웠다. 조종은 우주비행 경험이 풍부한 데이브 매케이와 마이클 마수치 등 2명이 맡았다. 우주탐사 업체인 버진 갤럭틱의 우주비행 훈련조교와 엔지니어 등 직원 3명도 탑승했다.

BBC에 따르면 VSS 유니티는 대형 모선인 ‘VMS 이브’에 매달려 15㎞ 상공에 오른 뒤 분리돼 지구궤도로 향했다. 그 뒤 탑승자들은 지상 약 90㎞ 상공에 도달해 무중력 등을 경험했다. 궤도에 머무른 시간은 15분 안팎, 전체 비행은 90분 정도였다.

브랜슨 회장은 1호 우주관광을 놓고 베이조스·머스크와 경쟁해 왔다. 베이조스는 아흐레 늦은 20일 자신이 세운 ‘블루 오리진’의 우주 로켓 ‘뉴 셰퍼드’을 타고 상공 100㎞에 오르는 도전에 나선다. 머스크는 9월 자신이 설립한 ‘스페이스X’의 우주선에 일반인 4명을 태워 지구 궤도비행에 도전한다.

버진 갤럭틱 우주여행 과정

버진 갤럭틱 우주여행 과정

브랜슨 회장은 2004년  우주관광을 위해 버진 갤럭틱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최근 약 4분간 우주에 머무르는 체험 프로그램 표를 25만 달러(약 2억9000만원)에 예약 판매했다.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600여 명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브랜슨은 난독증에 시달리다 17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학생 잡지인 ‘스튜던트’를 만들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10대에 비틀스의 존 레넌,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 등 세계적 인사를 인터뷰해 이름을 알렸다.

20대가 되자 중고 레코드를 팔다가 음반사 ‘버진 레코드’를 세웠다. 가수 스팅, 컬처클럽 등과 계약하면서 음반계의 거물이 됐다. 그 뒤 항공·통신·스포츠·금융·미디어로 사업을 확장했다. 1984년 세운 버진 애틀랜틱을 300여 대의 항공기를 운항하는 대형 항공사로 키웠다. 공적을 인정받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브랜슨은 상상을 뛰어넘는 홍보 활동으로 ‘괴짜 CEO’로 불린다. 버진 애틀랜틱의 취항을 알리려고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옥상에서 외줄에 매달려 내려오고, 버진 콜라의 미국 발매를 홍보하기 위해 뉴욕 한복판인 타임스스퀘어에 탱크를 타고 나타나 자사 제품으로 만든 ‘캔 장벽’을 무너뜨리면서 눈길을 끌었다. 87년엔 열기구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했고, 2004년엔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35㎞ 거리의 영불해협을 수륙양용 선박으로 약 90분 만에 건넜다.

CNN은 브랜슨 회장의 두 번째 자서전인 『파인딩 마이 버지니티』를 인용해 그가 도전에 나섰다가 여러 차례 목숨을 잃을 뻔한 모험가라고 소개했다. 87년엔 열기구로 대서양을 횡단하다가 기상 악화로 해안경비대 헬기에 구조됐고, 2004년엔 TV쇼 프로그램을 위해 아프리카 빅토리아폭포에서 번지점프를 하다가 머리에 상처를 입었다.

우주 도전은 그런 브랜슨의 오랜 염원이었다. 그의 이번 우주관광은 무보험으로 진행된다. 베이조스도 무보험 여행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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