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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심판의 날 다가오는데…코인거래소 빅4도 운명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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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시중은행들이 실명계좌 발급 계약 연장 결정을 9월 24일까지로 미루면서 4대 암호화폐 거래소조차 운명을 확신할 수 없게 됐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빗썸 강남센터 모습. [뉴스1]

시중은행들이 실명계좌 발급 계약 연장 결정을 9월 24일까지로 미루면서 4대 암호화폐 거래소조차 운명을 확신할 수 없게 됐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빗썸 강남센터 모습. [뉴스1]

암호화폐 거래소의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에서 실명 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곳만이 아니다. 시중은행들이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은 암호화폐 거래소 4곳(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과의 계약 연장 결정을 9월 24일까지 미루기로 하면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게 된 것이다.

은행들, 9월까지만 ‘실명계좌 제휴’ #거래소 사고 땐 은행도 연대책임 #은성수 강경압박에 시간벌기 나서 #군소 거래소, 실명계좌 더 힘들 듯 #“비트코인 1만 달러대 폭락” 전망도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 NH농협은행, 신한은행은 각각 업비트, 빗썸·코인원, 코빗과 실명확인 계좌 발급계약 연장 결정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고 시한인 9월 24일까지 미루기로 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이날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계좌 등 조건을 갖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평가 시 감점 항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암호화폐 거래소 평가 시 감점 항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업비트의 계약은 지난달 말 종료됐고, 빗썸·코인원·코빗 계약은 이달 말 종료된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6개월 단위의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단기 연장 계약을 맺기로 한 것이다.

은행들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준 뒤 거래소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은행에 책임을 묻지 말 것을 금융당국에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은행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실명계좌를 주는 것이고, 괜히 잘못했다가 이익 몇 푼에 쓰러지겠다 싶으면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 위원장이 연일 강경 발언을 내놓는 상황에서 1호로 실명계좌를 내주는 걸 모두 부담스러워한다”며 “아직 시일이 남은 만큼 충분히 검증하고 신고 기일이 임박하면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 일정 등을 고려하면 다음달까지는 은행들이 본 평가를 마무리하고 실제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은성수

은성수

은행 실명확인 계좌를 확보한 4대 거래소조차 재계약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시중은행 입장에선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거래의 실익이 크지 않다. 지난 1분기 시중은행이 걷어들인 수수료 수익은 케이뱅크(업비트 50억원), 농협(빗썸 13억원, 코인원 3억3000만원), 신한은행(코빗 1억4500만원) 등이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각각 6546억원, 농협 4097억원이다.

기존보다 심사 기준이 강화된 것도 변수다.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표자 등의 사기 연루 이력도 평가 항목인데, 빗썸의 실소유주인 이모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의장은 최근 검찰에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실명 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 거래소는 더 심각하다. 은행에서 실명 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면 FIU에 신고를 할 수 없어, 현재 60개 정도로 추산되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무더기 폐쇄’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거래소 정리 과정이 계속되면 1등 거래소의 점유율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거래소의 공정거래적 관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업비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80.6%로 올해 1월(55.8%)보다 크게 늘었다.

이런 와중에 암호화폐 대표 주자인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비트코인 낙관론자로 잘 알려진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9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와 비교한 현재의 가격 추세는 (조정이 아닌) 폭락”이라고 진단하며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 대비) 70~80% 수준인 1만~1만5000달러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시황 중개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1일(한국시간) 오전 10시 30분 기준 비트코인의 가격은 3만3738달러로 24시간 전보다 0.47% 하락했다. 비트코인 거래가는 지난 5월 고점 대비 30~40%가량 폭락한 뒤 이달 들어 3만~3만6000달러의 박스권에 갇힌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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