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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경증·무증상 코로나19 환자도 장내 미생물 환경 불균형 심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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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증·무증상 환자의 장내 미생물 환경이 심각한 불균형 상태를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장내 미생물 환경이 불균형해진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병원리포트-강북삼성병원 박동일·박수경·김한나 교수팀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박동일·박수경 교수, 연구지원실 김한나 교수팀은 지난해 4월 무증상·경증 환자 격리 시설인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환자를 분석한 결과, 중증 코로나19 환자뿐 아니라 경증·무증상 환자에게서도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관찰됐으며 감염 후 음성으로 회복하면 장내 미생물 환경도 함께 개선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생활치료센터 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양성·음성인 시점의 대변 샘플을 각각 수집해 장내 미생물의 DNA를 추출하고 유전자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동일한 환자에서 장내 미생물 종류의 다양성은 음성일 때보다 양성일 때 많이 감소했고 음성으로 회복하자 다양성이 다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보다 빨리 장내 미생물 균형 잡혀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은 90% 정도가 거의 비슷한 양의 박테로이데테스 계열 세균과 퍼미큐테스 계열 세균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무증상·경증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박테로이데테스 계열의 세균 비중이 5% 수준으로 현저히 줄어들어 불균형한 상태를 보였다. 그러다 바이러스가 사라지면 박테로이데테스 계열 세균이 30% 이상 수준으로 빨리 회복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또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에 수집된 코로나바이러스 노출 경험이 없는 강북삼성병원 코호트의 건강한 사람 장내 미생물과 비교했더니 무증상·경증 환자가 음성으로 회복됐을 때와 유사한 양상이 관찰됐다. 이는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서 장내 미생물 균형 회복이 더디다는 기존의 연구와 비교해 무증상·경증 환자는 장내 미생물의 균형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사실을 보여준 첫 연구결과다. 박수경 교수는 “장내 미생물과 질병과의 상관관계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장내 미생물 환경이 불균형하면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라며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방법을 고려하는 것은 코로나19 감염증을 치료하고 회복 속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한나 교수는 “이번 결과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코로나19의 회복 과정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며 “다만 더 많은 표본에서 장내 미생물의 전체 유전자를 분석하는 등의 기술을 사용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스위스 출판사 MDPI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미생물(Microorganism)’ 최신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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