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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성장기 건강 위한 ‘디지로그’ 문화·여가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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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은백린 고려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은백린 고려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청소년의 일상이 크게 변했다. 등교 대신 컴퓨터 앞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날이 늘고 야외 활동 대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슬기로운 온택트 생활’ 릴레이 기고 ① 은백린 고려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청소년에게 디지털 공간은 오프라인을 대체하는 주된 놀이 공간이 됐다. 여기에 과도한 상업성이 개입, 선정성·사행성 콘텐트에 대한 노출도 크게 증가했다. 안전장치 없는 놀이터에서 사고가 발생하듯 디지털 성범죄, 청소년 온라인 도박, 다크 웹을 통한 신종 마약 거래 등 다양한 위험 행동이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청소년의 안전을 위협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감염병 팬데믹 시대에 온택트 소통과 산업의 진흥은 분명 슬기로운 국가적 대처다. 그러나 재미·놀이·도전을 추구하는 아동·청소년에게 현재의 디지털 공간은 보상과 벌, 함정과 행운이 공존하는 아직은 안전장치가 부족한 불확실성의 공간이다. 부모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터넷·스마트폰 사용을 막기에 여념이 없고 이는 아이들과의 갈등을 부추길 뿐이다.

‘더’ 사용을 부추기는 관련 산업계는 과사용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뿐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과도한 역기능적 게임 사용을 ‘게임이용장애’로 정의하는 상황에서 보건복지서비스 영역 또한 디지털 과사용으로 인한 건강과 발달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균형과 조절의 철학과 원칙이다. 온택트 환경에서 개인은 상품으로서 디지털 콘텐트를 소비한다. 건강과 안전을 이유로 산업을 규제만 해서도 안 되지만, 생산된 디지털 콘텐트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과 안전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한 적절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 정부와 지역사회 역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문화·여가 활동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시설과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우리의 일상은 빠르게 디지털 환경으로 변하고 있으며, 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혹시라도 가정이나 학교, 우리 사회가 단순히 ‘편의’를 위해 아동과 청소년의 디지털 과사용을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편의’ ‘편리’를 뜻하는 영어 단어인 convenience의 라틴어 어원은 ‘com(함께)+venire(오다)’다. 여기서 방점은 바로 ‘함께’라는 점을 되새겨 보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중독연구특별위원회는 2021년 ‘슬기로운 온택트 생활’을 주제로 지식캠페인을 시작했다. 전문가 집단으로서 함께, 그리고 ‘균형과 조절’의 가치를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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