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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거버넌스’ 가 뭐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최근 들어 부쩍 많이 듣는 용어가 ‘거버넌스’다. ‘민관 거버넌스’ ‘다문화 거버넌스’ ‘에너지 거버넌스’ ‘블록체인 거버넌스’ ‘인공지능 거버넌스’ 등 공공언어에서 ‘거버넌스’란 말이 두루 쓰이고 있다.

‘거버넌스’가 마구 쓰이다 보니 ‘흙탕물 저감 거버넌스’ ‘주민과 거버넌스 운영’ ‘먹거리 거버넌스’와 같은 다소 억지스러운 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젠더 거버넌스’ ‘스마트시티 챌린지 거버넌스’ 등처럼 다른 외래어와 결합해 더욱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거버넌스(governance)’는 무엇보다 의미가 정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영어사전을 찾아보니 ‘통치, 관리, 또는 통치(관리) 방식’이라고 돼 있다. 기타 용어사전에는 ‘지배구조’ ‘협치’ 등으로 풀이해 놓은 곳도 있다.

공통문제에 대한 해결기제, 좁게는 정부와 관련된 공통문제에 대한 해결기제란 행정학적 풀이도 있다. 어느 것을 봐도 의미가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거버넌스’란 말을 즐겨 쓰는 것일까? 때로는 그것이 가장 적확한 용어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론 무언가 그럴듯하게 보이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공공언어의 생명은 정확성과 소통성이다. 용어가 정확하면 소통성은 저절로 올라가므로 정확성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거버넌스’는 추상적 용어다.

법제처가 법령 규정에 나오는 ‘거버넌스’를 ‘관리체제’로 바꾸고, 서울시가 행정순화어로 ‘민관협력’을 제시하는 등 노력해 오고 있지만 ‘거버넌스’가 들어간 말은 오늘도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정책, 행정, 관리, 민관 협력, 협치’ 등으로 문맥에 맞게 적절히 바꾸어 쓸 것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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