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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면 더 산다…387만 동학개미 ‘지독한 삼전 사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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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사업가 김모(70)씨는 지난 15년 동안 증시에서 삼성전자 한 종목만 골라 10억원어치를 사 모았다. 그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발표 전날인 지난 6일에도 이 회사 주식 1억원어치를 샀다. 김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자에게도 최근 삼성전자 주식 2000만원어치를 사줬다”고 말했다.

상반기 14% 하락에도 24조 순매수 #2분기 호실적 냈지만 ‘7만전자’ 돼 #중국 스마트폰 판매 30% 급감에 #반도체 수퍼사이클 ‘빨간불’

덩치 커진 삼성전자 소액주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덩치 커진 삼성전자 소액주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이 회사의 소액주주는 386만7960명에 이른다. 부산시 인구(약 337만 명)보다도 많았다. 삼성전자가 2018년 기존 주식 1주를 5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하며 소액주주의 ‘문턱’을 대폭 낮춘 영향이 컸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주식 매수도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내용은 ‘깜짝 실적 호조’(어닝 서프라이즈)였지만 주가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주가가 7만원대로 내려오면서 ‘7만 전자’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9일 주가(7만9400원)를 연중 최고였던 지난 1월 11일(9만1000원)과 비교하면 14% 하락했다.

연초 이후 삼성전자 주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연초 이후 삼성전자 주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개인들은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주식 24조14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의 순매수 1위 종목이었다. 개인들은 지난 9일에도 삼성전자 주식 312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배당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매력으로 꼽는다. 경기도 안양시 평촌에 사는 주부 최모(38)씨는 “지난해 (삼성전자에) 3000만원 투자해 배당 수익으로 100만원가량을 손에 쥐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 1%대 ‘쥐꼬리’ 이자를 받는 은행 예금보다 낫다. ‘10만 전자’(주가 10만원대)가 될 때까지 버텨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약 15조원으로 3년 만에 최고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중)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 상승이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려면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미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고객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인수·합병(M&A) 추진 같은 ‘빅이벤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반기 동학개미 홀로 24조원 순매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상반기 동학개미 홀로 24조원 순매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업계에선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큰손’인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동향이 심상치 않은 점에 주목한다. 중국의 스마트폰 판매량과 출하량이 급감하며 반도체 ‘수퍼사이클’(초호황)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정보통신연구원(CAICT)에 따르면 지난 5월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달보다 16% 감소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1% 줄었다. 지난 4월(-32%)에 이어 두 달 연속 30%대 감소율(전년 동월 대비)을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와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등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은 약 25%의 비중(출하량 기준)을 차지한다. 반도체 업계에선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재채기’하면 글로벌 스마트폰·반도체 시장이 ‘감기’에 걸리는 구조”라는 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출하량이 줄면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 상승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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