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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같이 놉시다…손정의 1조원 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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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손정의

손정의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한국에서 두 번째 대규모 투자 대상을 골랐다. 국내 숙박 예약 시장에서 1위인 야놀자다.

비전펀드, 야놀자 지분 10% 확보 #손, 쿠팡에도 3조 투자 20조 수익 #여행수요 폭발 대비한 투자인 듯 #중국 빅테크 리스크 커진 영향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야놀자에 8억7000만 달러(약 1조원)를 투자하고 야놀자의 지분 10%를 확보하기로 했다고 지난 1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현재 두 회사가 막바지 단계에서 논의를 진행 중이고 이달 안에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공동으로 조성한 투자기금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야놀자가 이번 투자 계약을 마무리하면 쿠팡처럼 한국이 아닌 미국 증시에서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선 ‘흙수저 신화’의 탄생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수진(43) 야놀자 대표는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업계에선 알려져 있다. 그는 평소 “가난했기에 성공하고 싶었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20대 초반 시절에는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숙식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모텔 종업원으로 일했다. 숙박 관리는 물론 객실 청소도 했다. 당시 이 대표는 모텔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을 글로 써서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이때의 경험이 야놀자 창업의 ‘주춧돌’이 된 셈이다.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2015년 10억 달러를 시작으로 쿠팡에 모두 30억 달러를 투자했다. 쿠팡이 매년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1조원 이상 적자를 낸 것을 고려하면 과감한 결정이란 평가를 받았다. 쿠팡은 지난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쿠팡의 상장 이후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20조원 이상 수익을 낸 것으로 금융투자 업계는 보고 있다.

이수진

이수진

금융투자 업계에선 그동안 중국 스타트업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손 회장이 한국으로 눈을 돌린 데는 중국의 투자 위험이 커진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본다.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에 12조원을 투자했다. 디디추싱은 지난달 30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국가 안보 관련 혐의를 이유로 디디추싱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중국의 스마트폰 앱마켓에서 삭제하도록 했다. 디디추싱의 주가는 지난 1일 고점(16.4달러)을 기록한 뒤 나흘 연속 하락했다. 이 기간 주가 하락률은 30%를 넘었다. 하지만 지난 9일에는 7% 넘는 반등에 성공했다.

손 회장의 이번 투자 결정은 언젠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잠잠해지면 여행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을 대비한 것이란 말도 업계에서 나온다. 야놀자는 지난해 매출액이 19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3%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161억원이었다고 설명했다. 2019년 62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서 확인 가능한 2019년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야놀자의 매출액은 2450억원, 영업적자는 100억원이었다.

여행업계에선 코로나19 이전 해외로 나갔던 여행 수요를 야놀자가 재빨리 국내 여행으로 흡수했다고 본다. 고급 펜션과 특급호텔 관련 정보로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원하는 고객들의 발길을 잡았다는 평가다. 지난 2월 설 연휴 기간 야놀자의 펜션 이용률은 지난해 설 연휴와 비교해 69% 늘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야놀자

대표이사 이수진
회사 설립 2005년
주요 사업 호텔 예약 및 판매 대행
매출액(2020년) 1920억원
영업이익(2020년) 161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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