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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통일부 폐지론..논객 이준석의 승리?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통일부 폐지논쟁을 벌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왼쪽)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임현동 기자, 뉴스1

통일부 폐지논쟁을 벌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왼쪽)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임현동 기자, 뉴스1

뜬금없는 통일부 폐지논쟁..이준석이 이인영한텐 이겼지만, #당내외 반발과 비판, 공격적인 SNS글 등 반성할 대목 많아

1.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행보가 화려합니다. 지난주 국민의힘 대변인을 뽑는 ‘나는 국대다’토론배틀이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막 시작한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SNS응원첼린지’도 야당에서 벌이는 캠페인으론 참신해 보입니다. 그런데 지난 9일 터져나온 ‘여가부 통일부 폐지’논란은 뜬금 없어 보입니다.

2. 시작은 지난 9일 CBS라디오 인터뷰입니다. 앞서 6일 국민의힘 유승민 전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동시에‘여가부 폐지’공약을 내놓은데 대한 질문을 받은 이준석은 한발 더 나아가‘여가부는 물론 통일부까지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두 부처가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그 기능을 더 잘 할 수 있는 부처에 나누어주는 식으로 조정하면 된다는 주장입니다. 보수의 지론인 ‘작은 정부론’입니다.

3. 여가부와 통일부가 정부 부처 가운데 기능이 다소 애매하고 역할이 약한 건 사실입니다.
여가부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이 ‘여성표’를 의식한 공약에 따라 ‘여성부’를 신설했는데..사실은 보건복지부와 노동부의 여성ㆍ가정ㆍ유아 관련 업무를 떼다 붙여 만들었습니다. 다른 부처와 업무가 겹치는데다 예산ㆍ인력이 작다보니 늘 통폐합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4. 통일부는 좀 더 복잡하고 민감합니다. 이념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이준석의 폐지론에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반박해 벌어진 SNS 논쟁도 그렇습니다.
이준석은 라디오에서‘남북관계는 보통 국정원이나 청와대에서 관리’하기에 ‘통일부의 역할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처로서의 역할과 실적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이에대해 이인영이 SNS글을 통해 ‘역사의식과 사회인식 부족’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자 이준석은 ‘세계여성의 날에 통일부장관이 부처 여성공무원에서 꽃 선물하고 유튜브 찍는 사이 북한 여성인권실태 챙긴 건 탈북여성이고 UN’이라고 지적했습니다.

5. 이인영 장관이 11일 뒤로 빠졌습니다. ‘논란이 생기면 무조건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거라면 기꺼이 져드리죠’라는 SNS글을 올렸습니다.
이에대해 이준석은 ‘누군가 우리 국민을 살해하고 시신을 소각하면 강하게 지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며 서해에서 피살된 공무원 사건을 상기시켰습니다. 통일부가 북한 눈치 보느라 당당히 대응못했다는 보수의 비판입니다.

6. 이준석은 분명히 이인영을 이겼습니다. 그런데 왠지 뜬금없는 논란에 내상만 남은 ‘피릭 빅토리(Pyrrhic Victory)’느낌입니다.
이준석이 ‘대권후보를 모셔오는 중요한 역할’을 맡긴 대외협력위원장 권영세 의원의 반론이 뜨끔합니다.
‘이 정부 통일부가 한심한 일 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없애는 건 아니다. 우리가 집권해 제대로 하면 된다..쓸데없이 반통일세력의 오명을 뒤집어 쓸 필요도 없다.’

7. 이준석은 너무 가볍게, 너무 무거운 주제에 달려들었습니다. 대표가 되기 전 순발력 있는 말솜씨로 늘 이겨왔기에 이번에도 그랬던듯 합니다.
작은정부론은 보수의 이상론이지만..팬데믹 시대에 간단치 않습니다. 작은정부라는 철학에 맞는 정부조직개편안 역시 치밀하게 짜맞춰야할 공약입니다. 즉흥적이었다간 관료들의 저항에 주저앉기 쉽습니다.

8. 논쟁과정에서 보여준 이준석의 태도 역시 ‘인터넷 논객’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SNS글이라지만 불필요하게 자극적입니다. 이인영이 ‘여성의 날’을 맞아 여직원에게 꽃다발 준 동영상은 그렇게 비아냥댈 일도 아닙니다.
SNS로 실시간 소통한다는 점은 이준석의 절대무기입니다. 더 크게 쓰이길 기대해봅니다.
〈칼럼니스트〉
2021.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