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매립지 ‘플랜B’ 없다던 환경부, 재공모 무산되자 “양 줄이면 된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1 18:41

업데이트 2021.07.11 18:56

정부가 수도권 대체매립지를 설립할 지자체를 결국 찾지 못했다. 지난 1~4월 있었던 1차 공모에 이어 두 번째 실패다. 전문가들은 "공모 시작 때부터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라며 "환경부가 구체적인 별도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난 5월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1차 공모에 실패한 이후 "플랜B는 없다. 상반기 내 가닥이 잡힐 것"이라며 재공모를 진행했다. 하지만 2차 공모에도 지원한 지자체가 없자 "추가 공모는 없다"면서 "대신 건설폐기물 반입 금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새 매립지를 찾는 대신 쓰레기의 양을 줄이겠다고 한 것이다.

이슈추적

3조 3000억원 지원에도 문의는 '0'

환경부는 지난 1월 수도권 대체매립지 공모를 시작하며 지자체에 약 3조 3000억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새 매립지를 설립하는 지자체는 일시금 6700억원, 장기지원금 2조6300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장풀)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현장풀)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러나 큰 규모의 지원에도 공모에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지난 1월 29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연 대체매립지 설명회에 수도권 지자체 41곳이 참석했지만, 어떤 곳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지자체 관계자들은 설명회가 끝난 이후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았다.

수도권 매립지를 29년간 운영해온 인천시는 "재공모를 해도 성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지난 5월 박남춘 인천시장은 "대규모 지상매립에 소각시설 등 부대시설까지 집적시키는 방식을 원하는 지자체는 어디에도 없다"며 "쓰레기는 발생지에서 각 지자체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 매립지는 1992년 지어져 지금까지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반입 줄인다지만…"현실성 부족"

새 매립지를 찾지 못한 환경부가 내놓은 대책은 수도권 매립지에 들어오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지난 9일 환경부는 대형 건설현장에서 나오는 건설폐기물 반입을 완전히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건설폐기물은 수도권매립지에 매립되는 폐기물의 약 절반을 차지해 반입량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6일 환경부는 2026년부터 생활폐기물을 직매립하지 못하게 하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도 공포했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선별해 재활용하거나, 쓰레기를 태운 소각재만 수도권 매립지에 반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방안을 통해 수도권 매립지로 반입되는 생활폐기물의 규모를 현재의 10~20%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인천 서구 지역 주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인천 서구 단체장 연합회가 지난달 24일 인천시청 앞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 노선의 서울 직결과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서구 지역 주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인천 서구 단체장 연합회가 지난달 24일 인천시청 앞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 노선의 서울 직결과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입량 감축은 당연한 조치일 뿐, 매립지 선정 실패와는 관련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직매립 축소나 소각장 등 인프라 확대는 대체 매립지 갈등과 관계없이 나아가야 할 당연한 방향"이라고 했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매립장은 전문 엔지니어가 설계·운영하는 쓰레기 처리 시설"이라며 "폐기물 반입량을 줄이더라도 어쨌든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립지 플랜B 있어야"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대표는 "공모 실패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다"며 "문제는 구체적인 후속 대책 시나리오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소각장 설립도 주민과의 갈등을 반복해야 하는데 뾰족한 방법이 안 보인다"며 "직매립 금지도 서울시 기준 하루 1000t 이상의 쓰레기를 해결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수열 연구소장은 "반입량을 줄이겠다는 대책은 2016년 4자 협의 당시 이미 나온 것이라 별도의 플랜이 필요하다"며 "새 매립지를 찾을 수 없다면 현재 매립지를 더 쓸 수 있도록 인천시민들을 잘 설득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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