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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어린이집 휴원ㆍ초중고 원격수업 예고에 애타는 학부모

중앙일보

입력

국내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15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원격 수업이 이뤄지는 모습. 정부는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14일부터 수도권 초중고교에 대해 전면 원격수업 전환하기로 했다.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15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원격 수업이 이뤄지는 모습. 정부는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14일부터 수도권 초중고교에 대해 전면 원격수업 전환하기로 했다.연합뉴스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4단계 격상이라니…아이 돌볼 사람부터 구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에겐 청천벽력이에요.”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을 하루 앞둔 11일 직장인 이모(33ㆍ경기 일산동구)씨는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4살 난 이씨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되는 오는 12일부터 휴원에 들어간다. 지난 9일 갑작스레 이같은 사실을 통보받은 이씨는 시부모님께 급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전부터 위기감이 있었으면 진작 준비를 했을 텐데 정부가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하니까 믿었다”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맞벌이 직장인 정모(40ㆍ일산동구)씨도 친정에 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9살ㆍ5살 자녀 둘을 키우는 정씨는 “지난 해에 이어 이번에 또 연락을 드리게 됐다”며 “아이 둘을 보기 힘들다고 하셨는데 다른 방도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부탁하게 됐다. 한 명은 긴급돌봄을 보내야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4단계가 시작되는 12일부터 25일까지 권역 내 어린이집 1만7000여곳에 휴원 조치가 내려지면서 돌봄공백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 내에서 2~3단계까지는 어린이집을 정상 운영하되 지방자치단체장 결정에 따라 휴원을 시행할 수 있지만 4단계에서는 아예 중앙부처 차원의 휴원 명령이 내려진다. 복지부 차원에서 휴원령을 내린 건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복지부는 긴급보육 서비스도 최소 규모로 운영하겠다고 밝혀 맞벌이 부부 등의 고민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초ㆍ중ㆍ고교 학부모의 속도 타들어가긴 마찬가지다. 수도권 내 학교들은 등교수업을 중단한다. 경기ㆍ인천은 12일부터, 서울은 14일부터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한다. 돌봄교실은 오후 7시까지 실당 10명 내외로 한다. 최대한 가정 내 돌봄을 이어가자는 취지지만 저학년 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들은 당장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 온라인 맘카페에서는 “원격수업에 이어 곧장 여름방학이다. 긴급돌봄 보내는 것도 눈치 보이는데 이 참에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긴급돌봄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초등 학부모는 더 애가 탄다. 직장인 한모(42ㆍ경기 과천시)씨는 초등학교 4학년, 2학년 자녀를 두고 있다. 한씨 자녀들의 학교는 12일부터 전면 원격수업에 들어간다. 한씨는 “교육부 방침은 긴급돌봄을 다 받아주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1~2학년 일부만 받아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교내에 설치된 컴퓨터도 제한적이라 줌 수업을 듣기도 어렵다. 사실상 오지 말라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아이들을 당장 부탁할 곳이 없어서 둘만 두고 출근해야 하는데, 점심이 제일 문제다. 일단 배달음식으로 해결하고 며칠 버텨보려 한다”며 “금요일에 갑자기 발표를 해서 교과서도 챙겨오지 못했다. 교과서 없이 수업을 듣게 생겼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뉴스1]

지난해 12월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뉴스1]

수도권의 경우 학원들도 상당수 문을 닫고 원격 수업으로 전환돼 초등 돌봄 공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초등 5학년 자녀를 둔 정모(45·서울 마포구)씨는 주말에 급히 영어·수학 교습소에 등록했다. 정씨는 "다니던 학원이 있지만, 규모가 큰 학원이라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고 해 1:2로 대면수업을 한다는 교습소에 등록했다"면서 "학교를 못 가서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름방학을 앞당겨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격수업을 하느니 방학이 낫겠다'거나 '등교수업이 두려워 방학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 학부모는 맘카페에 "16일이 방학식이었는데, 일 주일 원격수업을 할 바에야 방학을 앞당기는게 낫겠다"고 썼다. 조기방학은 각 학교가 재량껏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지만, 방학을 앞당기면 2학기 개학을 앞당기거나 겨울방학을 줄여야 하는 등 추후 일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또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기에 시간이 빠듯하기도 하다. 정종철 교육부 차관은 지난 8일 긴급 브리핑에서 "조기 방학은 학교의 결정"이라면서도 "조기방학을 하는 경우 2학기 학사 운영에 학교가 부담을 안게 된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각 시·도 교육청과 학교가 (조기방학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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