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종업원서 야놀자 대표로…손정의가 찍은 '흙수저 신화'

중앙일보

입력 2021.07.11 18:17

업데이트 2021.07.11 19:43

‘큰손’ 손정의(64)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에 이은 한국 내 두 번째 대규모 투자 대상을 골랐다. 국내 1위 숙박‧여가 플랫폼인 ‘야놀자’다.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공동조성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야놀자에 8억7000만 달러(약 1조원)를 투자하고 지분 10%를 확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막바지 논의 단계이고, 이달 안에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알려졌다. 야놀자는 현재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국내 숙박여가 플랫폼인 야놀자에 1조원을 투자할 예정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중앙포토]

국내 숙박여가 플랫폼인 야놀자에 1조원을 투자할 예정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중앙포토]

손 회장은 앞서 2015년 비전펀드를 통해 10억 달러(약 1조1500억원)를 시작으로 쿠팡에 30억 달러(약 3조4500억원)를 투자했다. 당시 쿠팡은 누적 적자 규모가 2조원 수준이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투자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쿠팡은 연초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고, 비전펀드는 20조원 이상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흙수저’ 성공 신화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2005년 야놀자를 만든 이수진(43) 대표는 평소 “가난했기에 성공하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로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초반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숙식을 제공해주는 조건으로 모텔 종업원으로 일했다. 숙박 관리는 물론 객실 청소도 했다. 이 대표는 당시 포털 사이트 카페에 모텔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글을 써서 올렸는데 이 경험이 야놀자 창업의 주춧돌이 됐다.

이수진 야놀자 대표가 서울 역삼동에 있는 야놀자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수진 야놀자 대표가 서울 역삼동에 있는 야놀자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코로나19 종식 후 여행 수요 폭발 기대 커 

업계에선 그간 중국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였던 손 회장이 한국으로 눈을 돌린 데는 중국 투자 위험이 커진 영향이 적지 않다고 봤다. 중국 정부뿐 아니라 미국의 중국 무역 제재라는 변수도 있다.

예컨대 비전펀드가 12조원을 투자한 중국 자율주행업체인 디디추싱은 지난달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지만, 중국 정부가 국가안보법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중국 앱(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앱 삭제 같은 제재를 가했다. 이 때문에 디디추싱 주가가 폭락했고, 소프트뱅크까지 타격을 입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내다본 앞선 투자라는 얘기도 나온다. 전 세계적인 팬더믹(전염병 대유행)이 백신 개발로 종식되면 그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 국가마다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협정을 맺으며 여행 제재가 느슨해지고 있다.

한국도 지난달 사이판과 트래블버블 협정을 맺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4차 유행 고비를 넘기고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해외뿐 아니라 국내 여행 수요도 폭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야놀자 앱 화면. [중앙포토]

야놀자 앱 화면. [중앙포토]

무엇보다 야놀자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야놀자는 코로나19로 여행업계가 매출 ‘0원’의 부진에 빠진 지난해 되레 실적이 성장하는 저력을 보였다. 야놀자의 지난해 매출액 1920억원으로, 전년보다 43% 늘었다. 영업이익도 2019년 62억원 손실에서 지난해 161억원을 벌어 흑자로 돌아섰다.

그간 해외로 나갔던 여행 수요를 재빨리 흡수했다는 평이다. 야놀자는 저가형 숙박보다 풀빌라 같은 고급 펜션과 특급호텔 정보를 발 빠르게 제공해 ‘호캉스’(호텔+바캉스)족의 발길을 잡았다. 야놀자의 올 설 연휴 펜션 이용률은 지난해 설 연휴보다 69% 늘었고, 특급호텔(4성급 이상 호텔) 이용률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여행업계 부진에도 야놀자 실적 성장  

특별한 숙박을 원하는 젊은 층을 공략한 전략도 먹혔다. 올해 1~2월 기준 야놀자의 글램핑·캐러밴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세 배 늘었다. 같은 기간 예약 건수도 261% 증가했다.

여기에 숙박 정보뿐 아니라 항공이나 고속철도(KTX)·렌터카 예약에서 서핑‧패러글라이딩 같은 액티비티 예약 서비스까지 제공한 편의성이 실적 향상 효자 노릇을 했다는 평이다. 야놀자는 2005년 숙박 예약 플랫폼으로 출발해 2018년부터 여행 관련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 앱’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야놀자가 쿠팡처럼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IPO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비전펀드 투자 유치 후 6년 만에 100조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야놀자가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다면 적어도 10조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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