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의 뒤늦은 고백 "盧가 수차례 권유해 대선출마 결심"

중앙일보

입력 2021.07.11 18:02

업데이트 2021.07.11 18:17

2007년 2월 22일 당시 한명숙 국무총리(왼쪽)와 노무현 대통령. 중앙포토

2007년 2월 22일 당시 한명숙 국무총리(왼쪽)와 노무현 대통령. 중앙포토

“지금에서야 고백하거니와 내가 총리를 퇴임하고 차기 대통령 출마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의 권유 때문이었다. 노 대통령이 내게 여러 경로를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출마를 권유했다.” (『한명숙의 진실』 222쪽)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최근 발간한 자서전 『한명숙의 진실』의 일부다. 2007년 3월 헌정 사상 첫 여성 국무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직후 대선 출마를 결심한 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수차례 권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전 총리는 친노(親盧·친노무현) 진영의 대모(代母)로 불린다.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을 노 대통령이 인정”

책에는 이 부분을 포함한 한 전 총리의 정치 역정(歷程)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 2022년 대선에 대한 바람 등 정치 관련 언급이 상당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책에서 한 전 총리는 자신이 노 전 대통령의 1순위 후계자였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2007년 3월 국무총리 퇴임 직후 노 전 대통령의 거듭된 권유로 대선에 나서게 됐다면서다. 근거로 2009년 5월 28일 오마이뉴스 보도 ‘내 마음대로 차기 지명하라면 한명숙… 승부사 노무현, 부드러움을 부러워하다’를 들었다.

해당 기자는 2007년 9월께 노 전 대통령을 비보도 전제로 인터뷰한 뒤 200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은 한 전 총리에 대해 “사회적 갈등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대화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한명숙 총리가 굉장히 탁월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한 전 총리는 책을 통해 “내가 내세웠던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을 노 대통령이 인정해 준 셈이다”라고 했다. 또 “내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심보다는 진영을 위해 내가 할 일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며 “당이 사분오열된 상태에서 누군가는 중심을 잡아야 했고 나는 노무현의 가치와 원칙을 지키는 대통령 경선을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말 대통합민주신당 내 대선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가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후보 단일화를 했고, 이 전 총리는 3위로 탈락했다. 1위인 정동영 전 민생당 의원은 본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문재인 따라갈 분 더 없을 듯…여권 재집권해야”

한 전 총리는 자서전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평도 내놨다. 한 전 총리는 자신이 국무총리로 일할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 대통령에 대해 “항상 최선을 다하는 분, 진심 그 자체였다”라며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을 따라갈 만한 분이 앞으로 더 나올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2022년 대선에서 여권이 재집권하기를 바란다는 뜻도 나타냈다. 그는 “당연히 더불어민주당이 재집권하기를 바란다…민주당 내 누가 되든 우리 사회의 미래 비전을 뚜렷하게 제시할 수 있는 분이 리더가 됐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여권의 결속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정당 안에서 경선 후보가 결정되면 그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한다”며 “시민들이 후보를 수용할 때는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을 선택하는 여유로움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검찰이 상관(조국)을 가족 볼모로 무자비하게 도륙”

이 책에는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비판도 담겼다. 윤 전 총장이 재직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일으킨 게 문제라면서다.

“(검찰 수사를 받았던) 나는 전직 총리 신분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죽은 권력이었다. 하지만 조국, 추미애 두 사람은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의 장관들이다…그런데 어떻게 검찰이 지휘권을 가진 상관을 온 가족을 볼모로 이토록 무자비하게 도륙할 수 있는가?…검찰 자체가 살아 있는 권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것!”

한 전 총리는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 판결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 전 총리는 2015년 8월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징역 2년형, 추징금 8억3000만원가량) 확정판결을 받았다. 한 전 총리는 이 책에서 자신을 수사한 검찰과 유죄 판결을 내린 법원, 수사와 재판 과정을 중계한 언론(특히 진보 매체) 등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유죄의 결정적 물증인 ‘1억원권 수표’와 관련해선 재판 과정에서 밝혔던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한 법조인은 “왜 자신이 결백하다는 건지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2021년 7월 9일 중앙일보 온라인 『한명숙 이번엔 진보매체 탓...“삐뚤어진 펜끝, 盧죽음 몰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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