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靑, 도쿄올림픽 최후통첩…"현안 하나도 안 받으면 불참"

중앙일보

입력 2021.07.11 15:37

업데이트 2021.07.12 09:20

청와대가 11일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참석 여부를 놓고 일본측에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左), 스가 요시히데 총리(右)

문재인 대통령(左), 스가 요시히데 총리(右)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의 최종 입장은 일본과 풀어야 할 3대 현안 중 최소한 하나에 대해서는 성의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문 대통령의 방일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일본 측이 끝까지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문 대통령의 개막식 불참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후통첩의 ‘데드라인’으로 “이번 주 초반”을 제시했다.

청와대가 제시한 3대 현안은 위안부ㆍ강제 징용노동자 문제, 핵심 부품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등이다. 이 관계자는 “모두 정상회담 한 번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한국의 입장은 한ㆍ일 정상이 시급한 현안에 대해 최소한 협의라도 시작해야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이런 입장은 당초 핵심 현안 전부를 테이블 위에 꺼내놓고 정상들이 ‘원샷 담판’을 해야 한다고 했던 초기 제안보다 상당히 후퇴한 내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일의 조건으로 제시했던 ‘성과’의 의미와 관련해서도 당초에는 ‘의미 있는 결과’를 내세워왔지만, 일본 측의 사정을 고려해 ‘협의의 시작’도 성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눈높이’를 낮춘 것”이라며 “이러한 청와대의 제안에 대해 이제는 일본 정부가 성의있게 답을 줘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6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의 공공 전시장인 '시민 갤러리 사카에'(榮)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돼 있다.   일본의 공공시설에 소녀상이 전시된 것은 2019년 8~10월 열린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그 후'에 이어 1년 8개월여만이다.   일본 우익 세력 등이 소녀상 설치를 세계 각지에서 방해하는 가운데 일본에서 어렵게 전시회가 개막했다. 연합뉴스

6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의 공공 전시장인 '시민 갤러리 사카에'(榮)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돼 있다. 일본의 공공시설에 소녀상이 전시된 것은 2019년 8~10월 열린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그 후'에 이어 1년 8개월여만이다. 일본 우익 세력 등이 소녀상 설치를 세계 각지에서 방해하는 가운데 일본에서 어렵게 전시회가 개막했다. 연합뉴스

이러한 입장 변화의 배경은 청와대가 한ㆍ일 관계 개선을 그만큼 시급한 현안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ㆍ일 샅바 싸움은 씨름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씨름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샅바 싸움은 없다”고 적었다. 현재 한ㆍ일 양국의 입장 조율이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기싸움’이라는 점을 강조한 말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혐한(嫌韓)을 정치수단으로 활용해왔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9월에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어 한국의 초기 조건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을 청와대도 일정 부분 수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단순히 정상 간 인사만 하는 형식이 아닌 외교장관과 안보실장이 배석하는 ‘정상적 정상회담’ 형식을 수용할 경우 회담 시간에도 크게 연연하지 않을 의향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오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일본 오사카(大阪)시 도심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중계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7일 오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일본 오사카(大阪)시 도심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중계되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는 주말 사이 일본과의 물밑조율을 통해 “최소 1시간의 회담 시간은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의 교도통신은 이날 일본 정부 인사의 말을 인용해 “스가 총리는 각국 주요 인사와 만나는 일정을 고려해 1인당 원칙적으로 15분 정도의 회담을 고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특히 “일본은 역사 문제에서 양보하면서까지 문 대통령이 오면 좋겠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외무성 간부의 말까지 전했다. 청와대가 제시한 3대 현안 중 역사문제는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외교가에선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결국 최소한의 명분을 만들어 일본을 방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한 고위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올림픽 개막 직전 한ㆍ미ㆍ일 외교차관 회동이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달 3국의 외교장관들이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주요 사안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방일 역시 미국이 대중(對中)ㆍ대북(對北) 정책의 전제로 요구하고 있는 핵심동맹의 복원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문 대통령의 방일은 남은 임기 문재인 정부가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 문제와도 직접 연관돼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방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당초 제시했던 조건을 대폭 낮춰 대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그러나 일본은 이날까지 청와대에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문 대통령을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지 않았다. 올림픽 개막식까지는 불과 12일 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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