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당 지도부가 경선 일정을 이미 결정했지만, 다음은 어떻게 할지 현명한 판단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여성안심정책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내일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다. 이런 시기에 선거인단 모집 등의 행위를 하는 게 국민과 당원을 위험에 빠뜨리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경선 연기’ 재론 가능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지난달 25일 당헌·당규에 따라 9월초에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것으로 일단락된 경선 일정 논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당내 일각의 주장에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됐다. 이 전 대표 캠프의 정무실장인 윤영찬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경선 방식이 지금 4단계로 격상된 이 시점에 그대로 진행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이 전 대표 발언도) 코로나 와중에 선거인단 모집이 당원과 국민에게 맞는 도리가 아니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도부가 결정할 사항으로 캠프 차원에서 이렇게 하라고 얘기하진 않겠다”고 덧붙였다.
확진자 급증, 연기론 명분 얻어…“연기론 주장 의원도 늘어”
지난 5~6월 민주당은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시점인 11월 이후로 대선 후보 선출 시기를 미루자”는 이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과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부딪혀 일촉즉발의 상황을 겪었다. 의원총회를 통한 난상 토론에서 ‘원칙론’이 힘을 받으면서 불씨는 사라진 듯 했다. 그러나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연기파’의 명분이 크게 힘을 얻으면서 “경선 일정을 잠정 중단하는 게 바람직하다”(호남 의원)는 변형된 경선 연기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경선 연기 논란이 1차 진화됐던 지난달 25일 634명 수준이던 확진자 수는 지난 6일 1212명으로 급증한 뒤 10일(1324명)까지도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달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연기론자들의 인식이다.
이에 정세균 전 총리 측에서도 “캠프 차원에서 연기론을 얘기하긴 부담스지만, 셧다운에 준하는 위기 상황이니 연기까진 아니라도 잠정 중단 정도는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개별 의원들 사이에서도 “경선 일정을 좀 늦추는 게 맞지 않느냐는 얘기가 늘어나고 있다. ‘국민들은 모이지도 못하게 하면서 자기들은 할 거 다 한다’는 소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나올 것 아니냐”(서울 초선) “확진자가 이렇게 폭증하는데 원칙을 지킨다며 일정대로 경선을 치르는 게 국민들 보기에 한가로워 보일 수 있다”(호남 초선) 등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이 지사 측은 여전히 '일정대로'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와 가까운 수도권 의원은 “어차피 다 비대면으로 치러지는 경선 아니냐. 방송 토론 등을 위주로 일정대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연기론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다.
“2~3주 여유” 당 지도부, 선관위는 아직 관망세
민감한 사안인 만큼, 민주당 지도부와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본격적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치러지는 본경선 일정은 8월 7일부터 시작된다. 이에 따라 “아직 2~3주 정도 추이를 지켜볼 여유가 있다”(당 선관위 관계자)는 판단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지도부 내에서 아직 연기론이 언급된 적은 없다”면서도 “확진자 숫자가 2000~3000명 선을 넘어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되면 분위기가 다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에서 “최종 6명이 확정되고 나면 방역 상황을 점검해 어떻게 경선해갈지 긴밀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경선기획단 관계자는 “방송 토론을 최대한 늘리고, 유튜브 채널 등을 활용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2일 당무위를 열고 당 선관위가 제안한 본경선 일정을 확정한다. 경선일정을 변경할 권한을 당 최고위에 위임한다는 취지의 의결도 예정돼 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1위 주자인 이재명 지사 측 반대 입장이 분명하기 때문에, 경선연기론이 재부상하더라도 후보간 합의는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