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장한 中 우버에 혹독한 보복…죄목은 北 장성택과 같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1 14:06

업데이트 2021.07.11 14:58

베이징의 디디추싱 본사 건물의 로고 . [로이터=연합뉴스]

베이징의 디디추싱 본사 건물의 로고 .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국 차량호출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 이하 디디)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은 중국 지도부를 건드린 괘씸죄였다는 관측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중국판 우버 ‘디디’에 中지도부 분노
“겉에선 복종 뒤론 반항” 장성택 죄목
SCMP, “중국 내부선 양봉음위 간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익명의 중국 당국자를 인용해 중국 내부에서 디디의 미국 상장을 ‘양봉음위(陽奉陰違·겉으로는 복종하나 속으로는 따르지 않는 행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디디가 미국 시장에 상장한 건 중국에 대한 배신이라는 취지가 깔려 있다.

‘양봉음위’는 지난 2013년 12월 북한이 장성택 당시 국방위 부위원장을 숙청하면서 밝힌 죄목이다. 당시 북한 노동신문은 “장성택은 앞에서는 당과 수령을 받드는 척하고 뒤에 돌아앉아서는 동상이몽, 양봉음위하는 종파적 행위를 일삼았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주말 해외 트위터를 통해선 ‘디디 사건 해독(解讀·이하 해독)’이란 문건이 급속하게 유포됐다. 이 문건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디디 상장을 놓고 양봉음위라는 용어를 쓰며 분노했다.

전직 중앙선전부 계통의 국장급 지도자로 현재 인터넷 기업 책임자 명의로 작성됐다는 이 문건에 따르면 디디는 지난 6월 10일 미국 관련 기관에 상장 설명서를 제출했다. 30일 정식 상장했다. 그런데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 다음 날인 2일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공고를 내고 인터넷 안보 심사에 착수하며 디디의 신규 회원 등록을 정지시켰다.

이어 4일에는 해당 애플리케이션(APP)을 중국 내 모든 앱 마켓에서 삭제하도록 명령했다. 9일에는 운전기사와 기업용 등 디디 계열 25개 앱 전체에 대한 삭제 명령이 내려졌다.

지난 9일 아이디 @caoshanshi의 트위터에 올라온 ‘디디사건해독’ 문건 이미지 1페이지 [트위터 캡처]

지난 9일 아이디 @caoshanshi의 트위터에 올라온 ‘디디사건해독’ 문건 이미지 1페이지 [트위터 캡처]

지난 9일 아이디 @caoshanshi의 트위터에 올라온 ‘디디사건해독’ 문건 이미지 2페이지, 상단에 ‘양봉음위(陽奉陰違·겉으로는 복종하나 속으로는 따르지 않는 행위)’라는 용어가 보인다. [트위터 캡처]

지난 9일 아이디 @caoshanshi의 트위터에 올라온 ‘디디사건해독’ 문건 이미지 2페이지, 상단에 ‘양봉음위(陽奉陰違·겉으로는 복종하나 속으로는 따르지 않는 행위)’라는 용어가 보인다. [트위터 캡처]

이같은 속전속결 처벌의 배경엔 중앙의 분노가 작동했다는 게 문건의 요지다. 문건은 “디디가 답변한 내용을 살펴보고 중앙 지도자가 크게 분노했다. 디디 사건 성격이 매우 엄중하다며 이미 ‘양봉음위’라는 용어를 언급했다”며 “겉으로는 승낙했지만 최후에 다른 말을 했다”고 적었다.

중국에서 ‘양봉음위’는 최고위급 인사의 당적 박탈 후 등장했던 용어다. 2014년 12월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의 당적을 박탈한 직후 인민일보가 “당 정치기율의 레드라인을 엄수하고 결코 양봉음위와 제멋대로 하는 행동을 윤허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2017년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시 당서기가 낙마할 때 죄목도 중앙에 대한 양봉음위였다. 2019년 연초에는 산시(陝西)성 친링(秦嶺) 산맥 별장 난개발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지방정부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여섯 차례 지시를 묵살했다며 사건을 ‘양봉음위’로 규정했다. 당시 산시성 정부가 초토화될 정도의 인사 칼바람이 불었다.

디디에 대한 제재 조치는 계속됐다. 6일 공산당과 국무원은 증권시장의 위법행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문건을 발표했다. 7일 중앙기율위 역시 홈페이지에 국가 안보와 관련된 데이터 안전을 강조하는 글을 싣고 디디를 공격했다.

중국 국가안전부도 공식 웨이보에 글을 올려 디디를 비판했다. 관영 신화사가 펴내는 『반월담(半月談)』도 디디와 같은 대형 플랫폼 기업을 향해 “패기가 포악한 기운을 불러왔다”며 “공공연하게 법률을 무시하고 사회주의 법치에 피해를 주고 회원 데이터의 가치를 착취했다”고 비난했다.

디디 사태로 중국 빅 테크 기업의 미국 상장은 차단될 전망이다. 10일 인터넷판공실은 ‘인터넷 안전 심사 방법’ 수정안을 발표, 회원 100만 명 이상의 중국 인터넷 기업이 해외 증시에 상장할 때 반드시 국가 안보 위해 요인이 없는지 사전 심사를 받도록 규정했다. 인구 14억 중국에서 회원 100만 기준은 사실상 모든 기업에 해당한다. 중국 기업의 해외 상장이 사실상 허가제로 바뀌는 셈이다.

일각에서 디디 해체설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그룹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부과한 182억2800만 위안(약 3조1111억원)을 능가하는 벌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가 10일 전망했다. 디디의 도산이나 다른 업체로 하여금 디디 플랫폼을 대체 운영시킬 것이란 극단적인 전망도 나온다.

헨리 가오 싱가포르 경영대 교수는 SCMP에 “최악의 경우 운영을 중단하거나 지배적인 시장 지위를 상실하도록 명령받을수도 있고, 최상의 경우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운영을 바로잡도록 지시받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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