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다른 업체서도 수리될까…빅테크에 메스 댄 바이든

중앙일보

입력 2021.07.11 13:26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 경제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 경제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실리콘밸리의 거대 IT(정보통신)기업, 이른바 빅 테크(Big Tech)에 대해 메스를 들었다. 그간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면서 경쟁을 막아 온 불공정한 관행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버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 경제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기업들의 독과점 행위를 단속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했다.
이번 행정명령엔 기술·의약품·농업 등 3개 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한 72개 계획이 포함됐는데, 특히 빅 테크 기업과 관련된 내용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 중 일부는 그동안 구글이나 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키웠다고 할 수 있는 핵심 사업 전략까지 직접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명령이 IT 대기업들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이들의 사업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그동안 막혀있던 '소비자의 수리권(Right to repair)'이다. 애플을 비롯한 IT 제조업체들은 자사 제품을 수리할 때 직접 운영하는 공식 수리점만을 이용하게 했다. 직접 기기를 뜯어 수리하거나 일반 수리업체를 이용할 경우, 이후 보증 수리를 해주지 않는 등의 불이익을 줬다. 또 이런 업체에 정품 부품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물론, 법적 조처를 하기도 했는데, 백악관은 이런 관행을 모두 없애겠다고 했다. 소비자의 수리권을 보장하면서 업체들 간의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IT 대기업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던 이른바 '킬러 인수'를 제한하는 규칙을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 만들도록 했다. '킬러 인수'는 시장 지배적인 기업이 잠재적으로 경쟁이 될 신생 기업을 인수해 혁신제품의 개발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CNN은 앞서 페이스북이 후발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과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인수한 사례를 거론하며, "이미 이뤄진 합병을 포함해 앞으로 진행될 인수합병까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볼 정책을 세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 도입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없앤 망 중립성 정책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광대역망을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 사업자가 데이터 사용량이나 종류에 따라 이용료를 차별화해서는 안 된다는 정책인데,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이를 되살리는 것을 요구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 역시 콘텐트 기업의 경쟁을 저하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과 빅 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의 관계는 나쁠 게 없었다. 오히려 지난 대선 기간에는 가짜뉴스를 퍼 나르는 트럼프 선거 캠프의 계정을 주류 소셜미디어들이 일시 중지시키는 등, 결과적으로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바이든 정부가 빅 테크 기업을 향해 칼을 꺼내 든 건 코로나19 국면 이후 경제 회복 속도를 빨리 끌어올려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들 기업이 몸집을 키우고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면서 오히려 다른 경제 주체들은 활력을 잃었다는 판단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경쟁이 없는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착취"라면서 "지난 수십 년 간 경쟁은 줄이고 집중은 허용한 결과, 미국 경제가 발목을 잡혔다"고까지 강하게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팀 우 컬럼비아 법대 교수를 백악관 경쟁분야 특별고문으로 임명하고, 같은 학교 리나 칸 교수를 공정위원장으로 세운 것 모두 이번에 빅 테크를 제대로 손보겠다는 신호라고 봤다. 우 고문은 독점 상태의 페이스북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인물이고, 칸 위원장은 아마존·애플·구글에 대한 하원의 반독점 조사를 맡은 바 있다.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빅 테크 기업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애플·페이스북·구글 등이 회원사로 있는 소비자기술협회(CTA)의 게리 샤피로 회장은 WSJ에 "이번 행정명령은 오히려 신생 벤처 기업들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동시에 우리 기업들이 어렵게 이뤄낸 성과와 글로벌 리더십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경쟁 촉진 위한 행정명령 서명
'소비자 수리권' 보장해 업체간 경쟁 유도
경쟁자 싹 자라는 '킬러 인수'도 제한 추진
트럼프가 없앤 망 중립성 정책 부활 시도
바이든 "경쟁이 없는 자본주의는 착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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