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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파격의 ‘유쾌한 미망인’ 발표된 해 나타난 야수주의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한형철의 오페라, 미술을 만나다(10)

사랑 앞에서 막대한 재산과 고귀한 신분은 복인가요, 독인가요? 진정한 사랑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1905년에 레하르(1870~1948)가 초연한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은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신분 때문에 이별을 강요당했던 한나가 갑부의 미망인이 되고, 그녀의 연인이었던 외교관 다닐로에게 그녀가 외국인과 재혼하는 것을 막으라는 지령이 떨어집니다. 워낙 약소국이어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그녀가 외국인과 결혼해 재산이 국외로 유출되면 나라의 재정이 파산하게 되거든요.

돈 많은 미망인을 둘러싸고 환심을 사려는 신사들. [사진제공 국립오페라단]

돈 많은 미망인을 둘러싸고 환심을 사려는 신사들. [사진제공 국립오페라단]

막이 오르면 파리 주재 폰테베드로 대사관에서 국왕의 생일 축하 파티가 열리는데, 워낙 나라 재정이 형편없어 명색이 파티인데도 물만 마시고 있습니다. 파티에 참석할 예정인 거부 미망인의 돈과 재혼을 소재로 서로 농담을 하며 시간을 보내지요. 드디어 한나가 파티에 등장하자 많은 신사가 우르르 몰려들어 구애하고, 그녀는 그들의 물욕과 겉치레를 비꼰답니다.

연인 한나와 결혼하지 못해 상심해 파리 외교관으로 온 다닐로는 요즘 카페에서 술에 빠져 지내고만 있지요. 파티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여전히 서로에게 호감이 있음에도, 자존심 때문에 서로 비꼬면서 말다툼만 벌이지요. 대사가 다닐로를 불러 본국의 훈령을 전달합니다. 한나가 자국인인 다닐로와 결혼하게끔 그녀를 유혹하라는 지시입니다. 다닐로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그 지시를 거절하지만, 대사는 거듭 명령임을 강조하며 조국에 대한 충성심을 발휘할 것을 요구하지요.

한나는 파리의 폰테베드로 사람들을 모두 초대해 성대하게 파티를 엽니다. 파티에서 그녀는 다닐로의 마음을 확인하고픈 거에요. 한나는 파티에서 젊은 사냥꾼이 정령인 소녀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노래하는데, 옛 연인 다닐로와 다시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지요. 그도 여전히 한나를 사랑하고 있답니다. 다만, 다른 많은 남자처럼 한나의 재산을 바라고 구애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죽기보다 싫은 거예요.

파리 청년 카미유와 깊은 관계인 대사 부인 발랑시엔은 슬슬 관계를 정리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발랑시엔를 만난 자리에서, 카미유는 아리아를 부르며 변함없는 사랑을 그녀에게 고백하지요. 아름다운 노래에 마음이 흔들린 발랑시엔은 마지막 연애를 하려고 그와 근처의 정자로 들어갔는데, 마침 대사가 나타났습니다. 그 정자에서 대사가 미팅을 하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이 결정적인 순간에, 한나가 발랑시엔을 도와주려 정자 뒷문으로 들어가서 카미유와 손잡고 나옵니다. 그리곤 그와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하지요. 그녀의 폭탄선언에 다닐로는 낙담해 다시 카페에 가서 술이나 마셔야겠다고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본 한나는 다닐로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아채고 기뻐하고요.

한나와의 결혼을 재촉하는 본국의 전보가 또 오자, 대사는 다닐로를 재촉합니다. 어쩔 수 없어 한나와 단둘이 만난 다닐로는 카미유와의 결혼을 반대한다고 합니다.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냐는 그녀의 질문에 조국의 재정 파산을 막기 위해서라고 삐친 듯 답하는 다닐로. 한나가 미소 지으며 카미유와 결혼하지 않을 것이고 정자에서의 해프닝도 어느 유부녀를 구하려 한 것이라고 해명하자, 사색이었던 다닐로의 표정이 환하게 풀립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고백하고, 이중창 ‘입술은 침묵하고’를 부르며 함께 춤추지요.

파티장에서 한나가 남편의 유언을 공개하는데, 한나가 재혼하게 되면 모든 유산을 포기해야 한다네요. 모두들 실망하여 낙담한 표정을 짓는데 오직 한 사람, 다닐로는 무일푼이 된다는 한나에게 부담 없이 결혼하자고 청혼합니다. 그런데, 기막힌 반전이 공개됩니다. 즉, 한나의 재혼 시 포기된 재산은 새로운 남편에게 승계된다는 사실이지요. 조국도 경제 파탄을 막았고 한나와 다닐로도 사랑의 결실을 보았으니, 모두가 축복하고 춤추며 흥겨운 가운데 막을 내립니다.

오페라는 초기에 그리스∙로마 신화 또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진지하고 심각한 스토리의 비극을 많이 다뤘습니다. 그 후 오페라가 점차 변화를 거듭하는데,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은 가벼운 오페라가 바로 ‘오페레타’입니다. 기막힌 반전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이 발표된 1905년 화가 마티스는 색다른 채색의 회화인 ‘모자를 쓴 여인’을 발표해 세상을 발칵 뒤집지요.

거친 들판의 맹수처럼 색을 채색한 마티스는 피카소와 함께, 20세기에 새로운 미술을 연 최고의 화가 중 한 사람이지요. 피카소가 형태를 해체하고 재구성해 미술의 새로운 세계를 연 화가라면, 마티스는 색채를 해방시키고 새로운 채색의 길을 열었답니다.

앙리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1905), 캔버스에 유채, 79.4 cm x 59.7cm,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소장.

앙리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1905), 캔버스에 유채, 79.4 cm x 59.7cm,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소장.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1905)은 1905년 살롱전에 출품된 것으로 화가가 자신의 부인을 그렸다고 합니다. 여인의 초상이라면 아름다운 여신처럼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당시 관람객에게 이 그림은 생소함을 넘어 충격적이었지요. 보는 것처럼, 여인의 얼굴은 얼굴색이라고 할 수 없는 녹색과 하늘색이 대충 그려져 있습니다. 목과 머리는 빨갛고 그 위의 커다란 화관에도 초록색 등이 마구마구 칠해졌고요. 어느 것도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사물의 고유색은 아니랍니다. 심지어 “어린아이가 그려도 저것보다는 낫겠다!”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요. 하지만, 예술작품의 의미는 당시의 흐름 속에서 이해하여야 한답니다.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혹시 그의 부인이 화가 났을지도 모르겠군요. 한껏 세련된 의상을 입고 멋진 부채까지 챙기며 모델을 서준 자신의 초상화를 엉망으로 그렸다고 말이죠. 그런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예쁘답니다. 대충 칠한 그녀의 얼굴에 나름대로 명암도 있고, 색의 구분으로 입체감도 보이니까요. 결국 마티스는 사랑하는 부인의 모습을 지금까지도 대중이 찾게 만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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