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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59일 아들과 국회 등장…용혜인 '최연소 회견' 연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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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5일 유모차에서 곱게 잠든 아기가 국회에 등장했다. 아기는 잠든 채로 김상희 국회부의장을 만나고 국회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본회의장 문턱에서 막혔다.

[정치 Who&Why]

아기의 엄마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5월 17일 여ㆍ야 의원 61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이하 ‘아이 동반법’,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출산 9일 만이었다. ‘아이동반법’은 의원이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의 영아인 자녀와 함께 국회 회의장에 출입하는 것을 허용하자는 내용이다.

지난 5월8일 출산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 출근해 본회의장을 지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5월8일 출산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 출근해 본회의장을 지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5일 국회로 복귀한 용 의원은 아이와 함께 국회에 출근해 ‘아이동반법’ 처리를 촉구하는 ‘최연소 기자회견’을 열었다. 6일과 7일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 각 당의 원내대표실을 찾아가 ‘아이동반법’ 통과에 힘을 실어달라고 부탁했다.

해외에선 국회 회의장에 엄마 의원이 아기를 안고 출석하는 게 이미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유럽의회와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 해외 국회 회의장에서는 자녀 출입과 모유 수유가 허용된다. 2017년엔 호주의 라리사 워터스 연방 상원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생후 2개월의 딸에게 모유를 수유하며 연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7년 5월9일 호주의 라리사 워터스 상원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생후 2개월 된 딸 알리아 조이에게 모유를 수유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주변 동료 의원들은 워터스 의원의 행동에 개의치 않았다. [워터스 의원 트위터]

2017년 5월9일 호주의 라리사 워터스 상원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생후 2개월 된 딸 알리아 조이에게 모유를 수유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주변 동료 의원들은 워터스 의원의 행동에 개의치 않았다. [워터스 의원 트위터]

하지만 한국 국회는 원칙적으로 회의장 내 아이 출입이 금지돼 있다. 국회법 151조(회의장 출입의 제한)에 따라 국회 회의장 내에는 의원, 국무총리, 국무위원 또는 정부위원, 그 밖에 의안 심의에 필요한 사람과 의장이 허가한 사람만이 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의 허가를 얻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20대 국회때인 2019년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본회의장에 생후 6개월 아들과 함께 등원하려다 제지당했다. 용 의원은 “‘아이동반법’이 처리되면 국회의장의 재량이 아니라 법률로 출입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Q. 어떤 효과 기대하고 법안을 냈나
A. 법과 제도를 만드는 국회가 아이 돌봄을 공적인 의제로 바라본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있을 때에도 의원이 국민들이 준 표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는 것도 작지 않은 의미다.

Q. 지금도 국회의장이 허가할 수 있지 않나
A. 국회의장의 재량에 맡길 일이 아니다. 일관성을 보장받기 어렵다. 같은 조건인데 20대 국회 때는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

Q. 다른 의원들은 어떤 반응인지.
A. 각 당의 원내대표들을 만났다. 다들 (법안 통과에) 크게 이견이 없을 거라고 하셨다. 올해 초 득녀한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법이 통과되면 같이 아이를 데리고 등원하자”고 말했다.

지난 5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면답한 김상희 국회부의장(왼쪽)이 용 의원의 아이를 안고 이야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5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면답한 김상희 국회부의장(왼쪽)이 용 의원의 아이를 안고 이야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아이동반법’에는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포함해 61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용 의원은 “출산 직후 발의를 해 직접 공동 발의 요청을 드리지 못했음에도 많은 분들이 취지에 공감해 동참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용혜인 의원님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썼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고위공직자 출신의 민주당 의원은 “일반 기업에도 육아와 업무 공간은 분리하고 있지 않느냐”며 “아이들을 보호하고 육아 환경 조성하는 취지는 좋지만 공식 회의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출신인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공공의 일을 다루는 국회 회의에서 아이를 동반하면 본인과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라며 “의원에게도 육아 지원책은 필요하지만 회의장 출입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회법의 심의는 국회운영위원회가 맡고 있다.소관기관인 청와대 등을 둘러싸고 거대 여ㆍ야간 신경전이 치열한 상임위여서 군소 정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제대로 심의될지도 미지수다. 용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비슷한 법이 발의 됐을 때는 중요도가 밀린다고 판단돼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올해는 많은 의원들이 취지에 공감하고 있어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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