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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믿어요" 부산 인구보다 많은 개미들, 파란불에도 줍줍

중앙일보

입력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실적이 좋으니 시차를 두고라도 오를 거에요. 삼성전자를 믿어요.”

15년 동안 삼성전자 한 종목만 10억원어치 모아온 사업가 김모(70)씨 얘기다. 그는 실적 발표 전날인 지난 6일에도 1억원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

김씨는 “증시 조정기에 주가는 덜 떨어지고 꾸준하게 이익도 나니 신뢰할 수밖에 없다”며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자에게도 최근 삼성전자 주식을 2000만원어치 사줬다”고 했다. 그가 투자한 15년간 삼성전자 몸값(액면분할 기준)은 700% 뛰었다.

덩치 커진 삼성전자 소액주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덩치 커진 삼성전자 소액주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자산가뿐이 아니다. 올해 동학개미(개인투자자)도 삼성전자 매수 행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를 보유한 소액주주는 386만7960명으로 400만명에 육박한다. 삼성전자 소액주주가 부산광역시 인구(약 337만명)보다 많다.

삼성전자 소액주주가 이처럼 늘어난 건 지난해 말(215만3969명) 이후 170만명 넘게 급증한 영향이다. 주가 오름세 속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열풍에 힘입어 증시에 뛰어든 초보 투자자도 적지 않다.

주가 하락해도, 동학개미는 ‘줍줍’

연초 이후 삼성전자 주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연초 이후 삼성전자 주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10만전자'를 향한 동학개미의 짝사랑은 배신을 당하는 걸까. 삼성전자 주가는 2분기 ‘깜짝실적(어닝서프라이즈)’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공포가 증시를 뒤덮으며 삼성전자 주가도 덩달아 맥을 못 추고 있다.

결국 지난 8일 '7만전자(7만원 삼성전자)'가 됐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11% 하락한 7만9900원으로 마감했다. 9만1000원(1월 11일 종가기준)까지 치솟았던 연초와 비교하면 14% 급락했다. 올해 초 삼성전자를 매수한 투자자라면 ‘마이너스’ 수익률에 머무는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향한 개인투자자의 사랑은 쉽게 식을 것 같지 않다. 부진한 성적표에도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어서다. 위태롭게 지켜온 ‘8만전자’가 깨진 지난 8일에도 기관(-1804억원)과 외국인(-1401억원)은 삼성전자를 던졌지만, 개인투자자만이 312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최대(1316명)를 기록하며 증시에 파란불(하락장)이 켜진 지난 9일에도 더 많은 동학개미의 자금(3128억원)이 삼성전자로 쏠렸다.

올해 상반기 차익실현에 나선 기관(-12조3106억원)과 외국인투자자(-11조3243억원)의 거센 매도세를 막아낸 것도 개인투자자다. 같은 기간 동학개미가 순매수한 규모만 24조147억원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이 삼성전자다.

“1% 이자 주는 예금보다 낫다”

상반기 동학개미 홀로 24조원 순매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상반기 동학개미 홀로 24조원 순매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상당수 동학개미는 삼성전자를 안전자산으로 여긴다. 저금리 시대에 배당 성향도 강화된 영향도 있다. 코스피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약 477조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웃돌다 보니 자산 배분(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삼성전자를 담을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경기도 안양시 평촌에 사는 주부 최모(38)씨는 “지난해 3000만원 투자해서 배당 수익으로 100만원가량을 손에 쥐었다”며 “1%대 쥐꼬리 이자를 받는 예금보다 나으니 10만전자가 될 때까지 버텨볼 계획”이라고 했다.

직장인 윤모(43·서울 서초동)씨는 “최근 주식 투자를 늘리면서 자산 배분(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꼭 넣게 된다”며 “이번에도 8만전자가 깨지자마자 곧바로 추가 매수했다”고 말했다.

금융교육 컨설팅사인 웰스에듀의 조재영 부사장은 “투자자 대부분 삼성전자가 흔들리면 한국 증시도 휘청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기에 주주환원 정책으로 배당성향도 강화돼 적어도 예금에 묻어두는 것보다 낫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63조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저력을 보였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63조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저력을 보였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21개 증권사 목표가는 10만2524원

동학개미가 손꼽아 기다리는 ‘10만전자 시대’는 올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21곳의 삼성전자 목표 주가는 지난 8일 기준 10만2524원이다. 한달 전(10만3136원)보다 0.6% 낮아졌지만, 여전히 목표 주가의 눈높이는 ‘10만전자’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6개월간 주가가 조정을 받으며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우려는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며 “더욱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약 15조원으로 3년 만에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목표 주가는 현재보다 31% 높은 10만5000원을 제시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이 3분기까지 이어지는 데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실적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11만원을 목표 주가로 잡았다.

“주가 드라이버 ‘실적’으론 부족해”  

그럼에도 '깜짝 실적'만으로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란 시각도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9분기 연속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자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주가가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상반기 부진했던 파운드리(수탁생산)나 인수합병(M&A) 등 새로운 성과가 나와야 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봤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려면 비메모리 반도체 부분에서 미국 팹리스(설계) 고객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M&A 추진과 같은 빅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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