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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처벌 수위 높인들, 뭔지 모르는 법은 못 지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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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할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령 제정안을 공개했지만 노사 양측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먼저 노동계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인력확충, 직업성 질병의 범위, 중대시민재해로 시민을 보호할 공중이용시설의 범위를 매우 협소하게 제약해 놓았다고 반발한다.

[장정훈 산업1팀장의 픽]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유감

경영계는 중대재해에 대한 경영 책임자의 의무인 안전보건관리체계 내용이 불명확하고 안전보건 관계 명령이 명시되지 않아 경영책임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가 명확하지 않다, 또 직업성 질병의 중증 기준이 불분명해 경미한 질병까지 중대산업재해로 간주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하고 있다.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경영계, "안전보건 의무, 면책 범위 모호" 

중대 재해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 산업재해와 공중이용시설 등의 중대 시민재해로 나뉜다. 시행령 제정안은 경영 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안전보건 경영 방침 설정 ^유해·위험 요인 점검·개선을 위한 업무 처리 절차 마련 ^안전보건 전문 인력 배치 ^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시설·장비 등을 갖추기에 적정한 예산 편성 등으로 정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사업장 규모가 모두 제각각인데 안전보건을 위한 적정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기준도, 특히 경영 책임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경총 등이 "여전히 모호하다, 뭘 지켜야 하느냐", 또 사업장에서는 "사고가 나면 처벌하니 바지사장을 구해놔야겠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다.

노동계, "과로에 따른 뇌심혈관 질환도 재해"  

중대재해처벌법 주요 내용

중대재해처벌법 주요 내용

노동계 역시 경영 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의무가 모호하다고 똑같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노동계는 더 나아가 중대재해법의 ‘직업성 질병’에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계질환을 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직업성 질병은 1년 이내에 3명 이상이 발생하면 중대재해로 정의한다.

이번 시행령에는 다량의 크롬 또는 화합물에 노출돼 세뇨관 기능손상 등의 급성중독 등을 직업성 질병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한 해 2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뇌심혈관 질환으로 쓰러지는데 급성중독 위주로 한정한 시행령에는 직업성 질병으로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한다.

처벌 수위 높여야 모호한 법은 아무도 못 지켜   

산업재해자는 지난해 약 10만여 명, 이중 사망자는 2062명으로 집계됐다. 살려고 일하는 사업장에서 다치고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면 현장 혼란만 가중되고 결국에는 아무도 지키지 않아 사문화된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은 사망 사고 발생 시 책임자는 징역 7년 이하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법 규정이 모호하다 보니 한 해 2000명 넘게 사망해도 사업장 책임자의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국회는 또 그보다 처벌 수위를 높여 사망자가 발행하면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법을 명확히 만들지 않고서는 처벌수위를 아무리 높여봐야 공염불에 그칠 우려가 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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