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성고용 늘리려 초등 수업시간 확대…교총·전교조 다 화났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뉴스 ONESHOT’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경기도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 연합뉴스

경기도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 연합뉴스

남윤서 교육팀장의 픽: 초등 교육시간 확대

정부는 지난 7일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대응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극심한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게 되면 노동력까지 약화되는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특히 정부는 여성의 출산·육아 부담이 경력 단절과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점을 문제라고 봤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제일 첫 머리에 내놓은 것이 '초등 교육시간 확대'입니다. 초등학생 수업 시간이 짧으니 부모가 희망하는 만큼 학교에서 돌봄 등 교육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겁니다.

저출산 문제니까 초등생 학교에 잡아두자?

그런데 이런 방안이 발표되자 한국교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교육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정부 발표 자료를 살펴보면 '생산인구 양적 보완'이라는 제목 아래 '여성 고용 확대'라는 소제목이 달려있고, 이를 위해 '학부모 희망에 따른 교육시간 확대 방안 검토'라는 대책이 언급돼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여성이 일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학교에 머물게 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생산인구 확대를 위해 초등 교육시간을 확대하자는 내용의 기획재정부 자료.

생산인구 확대를 위해 초등 교육시간을 확대하자는 내용의 기획재정부 자료.

교원단체들은 부모가 늦게까지 일하도록 아이를 오랜 시간 학교에 잡아두는 정책이 교육적이냐고 비판합니다. 전교조는 "학생이 학교에 오래 있어야 부모가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시간을 늘리겠다는 것은 편의적 발상"이라며 "무엇보다 초등학교 수업시간 확대가 학생을 위한 일이냐"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교총도 "초등 교육시간을 늘리면 출산율이 높아지느냐"며 "어른의 필요성보다 아이들을 위한 게 뭔지 자성이 필요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매년 돌봄교실 늘어도 출산률은 저하 

정부는 여성의 경력 단절 사유 1위가 '육아'(42.5%)라는 점, 초등 정규수업 시수가 연 65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04시간보다 적다는 점을 들어 교육시간 확대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면 학교에서 돌봄 시간을 늘려주면 초등 자녀를 둔 부모의 경력 단절을 막을 수 있을까요. '직장맘'이었던 강모(39)씨는 지난해 초등학생 자녀를 돌봄 교실에 보냈지만 결국 일을 그만뒀습니다. "아이가 수업이 끝난 다음에 돌봄교실에서 책만 읽거나 멍하니 엄마를 기다리는 걸 참을 수 없어서"였습니다.

낮아진 출산률 만큼이나 자녀를 잘 키우고 싶은 부모의 욕구는 높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아이를 늦게까지 맡아주는 돌봄이 확대되는 것만으로 여성 고용이 늘고 출산률이 높아질 수 있을까요. 10여년간 돌봄교실은 매년 늘고 있는데, 출산률은 왜 떨어지기만 할까요.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노동환경이 우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12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12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은 여성 경력 단절 원인임에 분명합니다. 돌봄 강화는 분명 필요한 정책입니다. 돌봄사의 처우 개선, 돌봄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돌봄과 교육 시간을 늘리는 문제가 생산인구를 늘리기 위한 방안 정도로 여겨지면 안된다는 것이 교육계의 주장입니다. 아이들의 행복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 자료 어디에도 어린 학생들에게 적정한 교육 시간에 대한 고민은 없습니다.

교원단체들은 "근본적으로 경력 단절을 막으려면 아이들을 학교에 오래 가둬둘 것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도록 하는 노동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