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왕서방’이 스마트폰 안 산다…반도체 ‘수퍼호황’ 이제 스톱?

중앙일보

입력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한 거리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화폐와 주판 조각상 옆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한 거리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화폐와 주판 조각상 옆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큰손’인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요즘 심상치 않다.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과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반도체 ‘수퍼사이클(초초황)’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폰 판매량 4~5월 연속 30%대 감소  

11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올봄부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보통신연구원(CAICT)에 따르면 지난 5월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달보다 16% 감소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31%나 줄었다. 4월(-32%)에 이어 두 달 연속 30%대 감소율이다.

주요 부품 부족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5세대(5G) 스마트폰 교체 수요 둔화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오포와 비보·샤오미 등이 화웨이의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중국 내 스마트폰 출하량 추이와 전망〈SK증권〉

중국 내 스마트폰 출하량 추이와 전망〈SK증권〉

618 쇼핑 행사에도 7% 증가 그쳐  

다만 지난달에는 판매량이 늘었다. 하지만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618 쇼핑 페스티벌’에 따른 일회성 성격이 짙다.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6월 1~3주차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맹렬하게 확산하던 지난해 618 행사 때 증가율(11%)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와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등에 따르면, 중국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출하량 기준 약 25%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중 스마트폰 비중은 약 26%다. 또 메모리 반도체 100개가 팔리면 35개는 스마트폰에 들어간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재채기하면 글로벌 스마트폰‧반도체 시장이 감기에 걸리는 구조다. 호황을 이어가는 반도체 시장이 ‘중국발 스마트폰 시장 침체’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재고 현황〈SK증권〉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재고 현황〈SK증권〉

중국폰 제조업체 출하량 줄줄이 하향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재고도 쌓이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OVX’(오포‧비보‧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업체별로 200만~800만 대의 재고가 누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출하량 목표치도 줄줄이 하향 조정 중이다. 샤오미는 기존 2억4000만 대에서 1억9000만 대로 출하량 가이던스(잠정 예상치)를 줄였다. 아너와 리얼미도 각각 3500만 대, 2500만 대씩 출하 목표치를 내렸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침체는 글로벌 수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5월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1억833만 대로 전월 대비 1% 감소했다.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SA)는 최근 올해 스마트폰 예상 판매량 전망치를 기존 14억7000만 대에서 13억5000만 대로 1억 대 이상 내려 잡았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화웨이의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연합뉴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화웨이의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연합뉴스〉

“D램·낸드플래시 가격 급격한 변화 가능성”

문제는 중국 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3~4분기에는 2분기보다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률은 크게 꺾일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글로벌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하고, 3분기에는 2%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부품 부족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내내 물량이 부족했던 보급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통신용주파수(RF)칩은 이달 들어 수급이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핵심 부품인 전력관리반도체(PMIC)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은 3분기에도 공급난을 겪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출하량이 줄면 상승세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흐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