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코노미스트] 집구경,계약까지모두앱으로…"게임체인저될것"vs"제2의타다"

중앙일보

입력

직방은 앱을 통해 매물의 동호수까지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 [사진 직방]

직방은 앱을 통해 매물의 동호수까지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 [사진 직방]

비대면 거래가 일상이 되면서 최근 부동산업계의 프롭테크(property+technology)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직방, 다방 등 대형 플랫폼사에서는 VR(가상현실)‧전자계약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고, 기술력으로 무장한 소규모 프롭테크 스타트업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관련 산업이 커지면서 시장에는 이용자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직방·다방 등 부동산 플랫폼 기업들, 다양한 프롭테크 서비스 도입 #공인중개업계는 골목상권 침해 등 우려 표해

비대면으로 집 구경부터 감정평가, 계약까지  

직방은 지난 15일 새로운 프롭테크 모델 '온택트파트너스'를 발표했다. 공인중개사를 비롯해 청소전문가, 수리·보수 전문가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직방과 파트너십을 맺고 활동하는 시스템이다. "집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앱 하나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고 안성우 직방 대표는 설명했다. 해당 플랫폼에서는 아파트 부지를 3D로 둘러보고, 내부를 VR로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직방이 지난해 출시한 '집뷰'는 실제와 비슷한 가상 매물이었던 반면, 온택트파트너스에서는 실제 매물을 가상으로 둘러볼 수 있다.

다방은 부동산 전자계약 서비스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는 오는 10월 '다방싸인' 애플리케이션(앱)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해당 앱에서는 매물 탐색뿐만 아니라 계약, 입주까지 비대면으로 가능하다. 다방은 이용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사전 매물 검증 절차와 계약서 위조 방지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원중개는 지난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아파트 추천 시스템을 출시했다. 교통·교육·편의시설·자연환경 등 28가지 요소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이용자별 맞춤형 아파트를 골라주는 모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은 최근 재개발·재건축 지역 아파트 대지지분 제공을 시작한 데 이어, 곧 정보기술(IT)을 접목한 경매정보 서비스를 업데이트한다. 상가·아파트·임야 경매 정보를 지도 위에 표기하고 감정평가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로, 기존에는 유료였지만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정보 격차로 인한 이용자 불편 줄일 수 있어

소비자들은 프롭테크의 발전이 시장 전반의 서비스 품질 향상과 거래 투명성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간 중개 시장에는 허위 매물이나 과장 광고, 부적정 시세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1분기 온라인 부동산 매물 광고를 모니터링 한 결과, 허위·과장 등 규정 위반이 의심되는 광고만 1084건이 적발됐다. 프롭테크가 부동산 중개업자와 소비자들 사이에 불균형했던 정보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이와 같은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자취를 하는 대학생 이씨(24세)는 "부동산 앱에서 전세대출 등 조건에 맞는 집들을 찾아 전화하면 해당 매물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공인중개사에서 다른 대출 가능한 집을 보여주겠다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앱 자체에서 허위 매물이나 과장 광고가 사라진다면, 몇 번씩 전화하고 발품을 팔아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플랫폼 기업들도 특히 허위 매물 근절을 위한 기술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 17일 KT와 직방은 기존에 직방 직원들이 수동으로 해오던 매물 확인 전화를 KT의 AI 보이스봇이 대신하도록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새로 내놓은 온택트파트너스도 실제 매물만 VR 영상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허위 매물이 올라올 수 없다고 직방 측은 설명했다. 전자계약 시스템 경우에도 계약이 완료된 매물은 자동으로 광고가 종료되기 때문에 매물이 허위로 남아있지 않게 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플랫폼 기업의 중개업 진출은 골목상권 침해"

부동산 서비스의 진화를 반가워하는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중개 시장에 직접 진출한다며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등을 경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플랫폼과 기존 사업자 간의 갈등으로 인해 ‘제2의 타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가 등장하자 기존 택시사업자와 갈등이 빚어졌고, 결국 타다의 서비스는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2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게시하고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온택트파트너스 모델에 대해 “중개사들의 생존권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기업이 공인중개사들로부터 획득한 매물정보를 기반으로 중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 구로구 B 공인중개사는 "플랫폼이 가져가는 중개수수료 비중이 점차 커질 것"라며 "현재도 상위 노출 광고료 인상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직방 측은 '직접 중개'나 '수수료 인상'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온택트파트너스 서비스는 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매물을 직거래하거나 중개사를 직접 채용하는 형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중개법인을 자회사로 세운 이유도 보증보험 가입을 위한 형식적 절차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동중개 매물에 대해 수수료를 5:5로 나누는 건 그동안 업계의 규칙을 따르는 것이며, 직방 입장에서는 가입비나 월정액으로 이용료를 받게 되면 더 유리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효석 직방 PR팀장은 "직방은 중개사들과의 상생을 위한 플랫폼"이라며 "중개사들과의 꾸준한 소통과 실질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