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피살 공무원 형 "김정은에 보낸 편지, 수신확인 해보니…"

중앙일보

입력 2021.07.10 22:00

업데이트 2021.07.11 01:36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 정수경 PD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 정수경 PD

지난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56)씨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편지에 대해, 북 측이 편지내용을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10일 밝혔다.

이씨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메일의 '수신확인' 기능에선 아직 읽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면서도 "국정원 출신 등 정보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 측에서 편지를 보긴 봤을 것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부 메일의 경우 보안상 '수신확인' 기능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구글의 'G메일'이 대표적이다. 특히 언론 등을 통해 해당 내용이 보도된 만큼 북한 측도 이를 파악하고 있을 거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배달사고? 이인영에 부탁, 北전달 안돼

이씨는 이틀 전 주홍콩북한영사관·주몽골북한대사관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사고현장 방문을 부탁하는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4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면담에서 직접 전달을 부탁했지만 이뤄지지 않아 북한 대사관을 통하는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이래진씨가 주홍콩북한영사관·주몽골북한대사관 등에 보낸 이메일. [사진 이래진씨]

이래진씨가 주홍콩북한영사관·주몽골북한대사관 등에 보낸 이메일. [사진 이래진씨]

이래진씨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냈다고 밝힌 서신 일부. [사진 이래진씨]

이래진씨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냈다고 밝힌 서신 일부. [사진 이래진씨]

'시신소각' 金에 "부디 넓으신 마음으로…"

이씨는 김 위원장을 수신인으로 한 A4용지 3장 분량의 서한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아닌 개인의 자격으로 그리고 유가족의 대표로서 위원장님께 간절히 청한다"며 "행여나 동생의 시신이 있는지, 사고현장을 저 혼자만이라도 방문해서 동생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하고 쓰디쓴 소주 한 잔이라도 뿌려주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어 "사고현장을 방문해 북 당국으로부터 (동생 사고 당시) 마지막 과정을 직접 듣고 싶다"며 "김 위원장님의 부디 넓으신 마음으로, 못난 형의 바람을 들어주시길 간청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고 후 김 위원장께서 친히 남녘 동포들에게 사과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주신 데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도 "국가 간의 이해충돌은 있을지 모르겠으나 따뜻한 동포애의 마음은 열려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 위원장의 통 큰 아량을 베풀어주시길 바라며 힘없는 소원을 올린다"라고도 했다.

유족들은 김 위원장 앞 서한 전달을 비롯해 사고해역 방문, 북측 당국자 면담, 방북 의사 타진 및 성사 시 신변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한편 지난해 6월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에 반발해 남북 간 통신선을 전면 차단한 뒤 남북 간 연락 채널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서해 상에서 한국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지 1년이 다 되도록 정부가 북한에 공동 조사를 촉구하는 것 외에 이렇다 할 후속 조치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무능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캠프 사무실에서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부인과 형 이래진씨 등 유가족을 면담하고 있다. [사진 윤석열캠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캠프 사무실에서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부인과 형 이래진씨 등 유가족을 면담하고 있다. [사진 윤석열캠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통일부 폐지론을 주장하며 "성과와 업무 영역 없는 조직이 관성에 의해 수십 년간 유지돼야 하는 것이 공공과 정부의 방만이고 혈세 낭비"라며 "통일부를 둔다고 통일에 특별히 다가가지도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씨 등 유족을 만나 "국민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데, 정부가 그러지 못했다"고 위로하며 "국가 시스템이 잘못된 부분에 대해 차기 정부에서 바로잡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틀 전 이씨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서 "국민 보호 의무를 외면하는 국가나 대통령은 존재 이유가 없다"며 "문 대통령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명확히 지시하라"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사과를 촉구한 바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