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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슈퍼카 주식고수女…"찢어죽이고 싶다"는 조희팔 수법?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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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내셔널팀장의 픽: 돌려막기 사기의 함정 

지난주 대구에서는 100억 원대의 사기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주식 고수’로 유명한 A씨(35·여)가 다수의 투자자를 상대로 유사수신 사기를 쳤다는 겁니다. A씨는 평소 고가의 슈퍼카를 타고 다니며 뛰어난 주식 투자가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30대 여성, 고가의 슈퍼카 몰며 #주식고수로 대구서 명성 떨쳐 #"100억 사기 피해 봤다" 의혹 확산 #피해자들 "제2의 조희팔" 주장도

피해자들은 A씨가 “폰지사기(Ponzi Scheme)를 쳤다”고 호소합니다. 신규 투자자에게 돈을 받아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주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했다는 겁니다. 만약 투자자가 2000만원을 투자했다면 한 달 뒤 10%인 200만원을 입금해주는 방식입니다. 결국 투자 수익금이란 다른 투자자의 돈을 말하는 것이어서 종국엔 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현재까지 A씨에게 피해를 봤다는 이들만 160여 명. 피해 금액을 모두 합치면 100억 원에 달합니다. 이 중에는 혼자서 25억 원을 사기당했다는 피해자도 있습니다.

대구에서 '주식 고수'로 불리는 A씨의 SNS에 게시돼 있는 사진. A씨에게 유사수신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A씨가 고가의 사치품을 SNS에 게시하면서 피해자들을 현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독자

대구에서 '주식 고수'로 불리는 A씨의 SNS에 게시돼 있는 사진. A씨에게 유사수신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A씨가 고가의 사치품을 SNS에 게시하면서 피해자들을 현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독자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죽었나 살았나  

이쯤되면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라는 느낌이 드실 겁니다. 바로 10여 년 전 사망했다고 알려진 조희팔 사기 사건입니다. 조씨는 7만여 명으로부터 5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빼돌린 뒤 2008년 10월 자취를 감췄습니다. 워낙 피해자가 많고 피해금액이 큰 탓에 ‘단군 이래 최악의 사기범’이라 불립니다.

당시 조 씨가 썼던 방법이 이른바 ‘폰지사기’였습니다.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 입니다. 결국 그는 투자자들에게 건넬 돈이 떨어져 가자 2900억 원을 챙긴 뒤 사라졌습니다.

추후 드러난 도피 행각 역시 영화에서나 볼법한 것이었습니다. 조씨는 2008년 12월 9일 충남 태안에서 어선을 타고 중국으로 밀항했습니다. 배를 띄워 공해상으로 나간 뒤 조카가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에 나와 준비해둔 중국 선박에 옮겨 탄 겁니다.

조희팔이 중국에서 숨진 뒤 치렀다는 장례식 장면. 투명한 관 덮개 아래로 조희팔의 얼굴이 보인다. 사진 바른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조희팔이 중국에서 숨진 뒤 치렀다는 장례식 장면. 투명한 관 덮개 아래로 조희팔의 얼굴이 보인다. 사진 바른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영화 같은 中 도피…“2011년 12월 사망” 발표

경찰은 중국 밀항 후 3년여 뒤인 2011년 12월 “조씨가 중국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장례식 영상까지 공개됐지만 피해자들은 “거짓 죽음”이라며 아직도 그를 뒤쫓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장례식을 촬영한 것자체가 작위적”이라며 죽음을 믿지 않고 있습니다. 관 덮개가 투명해 시신 얼굴이 보이는 것도 부자연스럽다는 주장입니다. 조씨의 것이라는 유골이 유전자(DNA) 감정에 실패한 것 등도 의혹을 증폭시켰습니다.

피해자들이 조씨의 죽음을 믿지 않는 또다른 이유는 수사기관과의 결탁관계에 있습니다. 조씨의 도주를 전후로 검·경 내 비호세력의 도움이 있었다는 사실이 도피 후 드러난 겁니다. 피해자들이 “아직도 비호세력의 도움을 받아 편안하게 살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배경입니다.

아울러 피해자들은 피해 금액에 대한 국가 배상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아 피해를 키우고, 검거에 실패한 만큼 국가가 배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지난달 24일 경북 칠곡군 지천면 한 추모공원 내 조성된 조희팔 가족납골묘. '昌寧曺公喜八家族之墓(창녕조공희팔가족지묘)'라고 적힌 비석이 세워져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달 24일 경북 칠곡군 지천면 한 추모공원 내 조성된 조희팔 가족납골묘. '昌寧曺公喜八家族之墓(창녕조공희팔가족지묘)'라고 적힌 비석이 세워져 있다. 김정석 기자

‘생사 논란’ 속 14년째 조희팔 추적중인 피해자들

최근 중앙일보 취재진을 만난 피해자들의 반응은 그의 생사가 여전히 진행형임을 말해줍니다. “만약 조희팔이 산 채로 붙잡힌다면 어떻게 하시겠냐”는 물음에 한 피해자는 “당장이라도 찢어 죽이고 싶다”고 했습니다.

조씨 사기행각에 당한 피해자 대표의 말은 더 큰 울림을 줍니다. 최근 피해자들로부터 ‘제2의 조희팔’로 불리게 된 대구 ‘주식 고수’의 사기 행각을 예견한 듯한 말이었습니다.

“제2의 조희팔 사건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고, 그 피해자 역시 누구든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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