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카페보다 한 수 위, ‘나만의 커피랩’을 위한 합리적 선택

중앙일보

입력 2021.07.10 18:00

업데이트 2021.07.13 13:10

나는 커피에 진심인 6년 차 바리스타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홈카페에 대한 니즈가 커진 요즘 주변에서 ‘괜찮은 커피머신 없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10만~50만원 대 가정용 커피머신부터 700만~1500만원을 호가하는 하이엔드 커피머신 중에 내가 선택한 홈카페용 에스프레소 머신은 ‘엘로치오 자르 V2’다. 듀얼보일러 시스템으로 섬세한 스티밍이 가능하고, 추출 압력이나 온도도 안정적이라 여느 카페의 커피머신과 견줘도 손색 없다. 

집에 괜찮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설치해 홈카페를 만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나 역시 홈카페를 갖췄는데, 엘로치오 자르 V2로 커피를 추출하는 시간은 오롯이 나만의 커피를 연구하는 시간이 된다. [사진 윤석준]

집에 괜찮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설치해 홈카페를 만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나 역시 홈카페를 갖췄는데, 엘로치오 자르 V2로 커피를 추출하는 시간은 오롯이 나만의 커피를 연구하는 시간이 된다. [사진 윤석준]

어떤 제품인가요.

'엘로치오 자르 V2(이하 자르)’는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입니다. ‘엘로치오’는 프로웰이라는 국내 기업이 만든 커피 머신 브랜드이고요.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출시됐지만, 상업용 에스프레소 머신에 버금가는 스펙을 자랑합니다. 스팀 보일러와 추출 보일러 2개를 장착한 듀얼보일러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 상업용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그룹 헤드 규격으로 만들어졌으니, 준산업용 머신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저는 2018년 구매했고, AS 등을 고려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주문했습니다.

[민지리뷰]
에스프레소 머신
'엘로치오 자르 V2'

이 머신에 꽂힌 이유가 있나요.

저는 6년 차 바리스타입니다. 2년 차 될 무렵부터 제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바라보게 되었죠. 카페에서 커피를 만드는 시간 외에 집에서 커피를 만드는 연습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해진 예산안에서 충분한 퀄리티를 구현할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필요했습니다. 당시 시중 에스프레소 머신 가격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드롱기·브레빌·가찌아 등 10만~50만원 선의 비교적 저렴한 가정용 머신부터 라마르조꼬·슬레이어와 같이 700만~1500만원에 선의 하이엔드 머신까지 다양했어요. 그 가운데 자르는 200만원 대 중반의 가격으로 업소용 머신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국내 생산 커피머신이었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스펙은 내장된 보일러의 개수와 용량, 추출온도와 추출 온도 조절, 추출하는 압력을 조절하는 기능 등으로 결정되는데 자르는 모든 옵션이 완벽했습니다. 안정적인 추출과 스티밍, 추출 중 압력조절, 온도 제어가 모두 가능합니다! 자르를 구매한 뒤부터 국내에 들어오는 뉴크롭(수확한 지 1년 이내의) 생두나 원두를 소량씩 구매해 업계의 트렌드도 꾸준히 익혔습니다.

집에 마련한 홈카페의 모습. 내가 가장 애용하는 에스프레소 머신 '엘리치오 자르 V2'(왼쪽)와 그라인더 '말코닉 EK43'으로 꾸몄다.

집에 마련한 홈카페의 모습. 내가 가장 애용하는 에스프레소 머신 '엘리치오 자르 V2'(왼쪽)와 그라인더 '말코닉 EK43'으로 꾸몄다.

자르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있는 모습. 옵션으로 제공하는 포타필터는 일반 포타필터와 바텀리스 포타필터 2종류인데, 사진은 바텀리스 포타필터로 추출하는 모습이다.

자르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있는 모습. 옵션으로 제공하는 포타필터는 일반 포타필터와 바텀리스 포타필터 2종류인데, 사진은 바텀리스 포타필터로 추출하는 모습이다.

최근 홈카페를 만드는 사람이 많아졌잖아요. 커피 머신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선 내가 커피를 마시는 게 즐거운지, 커피를 만드는 게 즐거운지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에 따라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부분이 다르거든요. 만약 전자라면 편의성을 중요하게 보면 됩니다. 커피머신의 스펙이 아무리 상업용 만큼 좋더라도 만드는 과정이 번거롭다면 손이 잘 가지 않겠죠. 후자라면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커피음료를 만드는 재미를 느낄 수 있거든요. 이때는 머신과 그라인더를 별도로 구매해야해서 비용이 더 들지만요.

자르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요.

캡슐 머신은 제조사의 제품이나 호환 가능한 캡슐만 맛볼 수 있습니다. 반면 드롱기나 가찌아 등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은 내장된 그러인더의 날이나 보일러 용량의 한계로 환경에 따라 맛이 쓰거나 시는 등 편차가 심한 단점이 있죠. 그래서 다양한 원두를 에스프레소로 음용할 수 있고, 바리스타란 직업 특성상 R&D가 가능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자르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또 에스프레소 추출과 밀크 스티밍을 동시에 할 수 있어 라테아트 연습도 할 수 있다는 게 좋았죠. 당시 엄성진 바리스타가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십 라테아트 부분에서 챔피언에 올라 라테아트가 열풍이었습니다. 라테아트 대회에서 출전자 수가 많을 때는 유튜브로 예선전을 치르곤 했는데, 영상 속 많은 바리스타가 자르를 사용하고 있었어요. 실제로 써보니 안정적이고 섬세한 라테아트가 가능해 만족도도 높았어요.

자르는 섬세한 라테아트를 표현할 수 있는 스티밍이 장점이다. 라테아트를 집에서 연습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사진은 자르로 직접 만든 라테아트 커피.

자르는 섬세한 라테아트를 표현할 수 있는 스티밍이 장점이다. 라테아트를 집에서 연습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사진은 자르로 직접 만든 라테아트 커피.

크레마 위에 가는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섬세한 라테아트를 완성했다.

크레마 위에 가는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섬세한 라테아트를 완성했다.

최고의 정점을 하나 꼽는다면요.

단연 보일러 공급용 물통이 내장돼 설치 환경이 자유롭다는 점입니다. 내장형 물통 없이 직수 공급만 가능한 머신은 보일러로 물을 공급하는 펌프를 따로 마련하거나, 직수 연결이 가능한 부엌 같은 공간에만 설치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늦은 밤 커피를 마시려다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겠죠. 하하. 반면 2.4L 용량의 내장형 물통이 있는 자르는 그럴 일이 없습니다. 물은 생수나 정수를 넣어 사용하면 되고, 물통은 분리·세척이 가능합니다. 이외에도 성능 대비 아담한 크기에 국내생산 제품이라 AS가 쉬운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입니다.

개선했으면 하는 점도 있나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스팀 팁’입니다. 스팀 팁은 스팀 노즐 끝에 있는 스팀이 나오는 구멍을 말하는데, 순정 스팀 팁은 3개의 구멍이 있습니다. 아쉬운 건 바로 구멍의 갯수예요. 저는 4개의 구멍이 달린 스팀 팁으로 변경해 사용하는데, 그래야 우유를 스티밍할 때 롤링이 훨씬 안정적으로 됩니다. 순정 팁 구멍을 4홀로 변경하면 더 좋겠단 생각이에요. 또 다른 하나는 ‘포터필터'(커피를 추출할 때 그룹 헤드에 결합하는 손잡이)가 좀더 고급스러웠으면 좋겠어요. 순정 포터필터는 보급형이란 느낌이 강한데 고급형은 홈페이지에서 별도로 판매합니다. 추출 성능의 차이를 좌우하진 않지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더 예쁜 제품에 눈이 가는 건 모든 사용자의 마음일 것입니다.

정면에서 보면 왼쪽에 스팀압력계가, 오른쪽에 추출압력계가 보인다. 머신에 사진찍는 내 모습이 비쳤다.

정면에서 보면 왼쪽에 스팀압력계가, 오른쪽에 추출압력계가 보인다. 머신에 사진찍는 내 모습이 비쳤다.

커피를 추출하고 있는 모습.

커피를 추출하고 있는 모습.

샷글라스 밑에 있는 제품은 샷의 무게를 개량할 수 있는 저울이다. 제품명은 아카이아 루나.

샷글라스 밑에 있는 제품은 샷의 무게를 개량할 수 있는 저울이다. 제품명은 아카이아 루나.

추출 컨트롤러에 있는 가변 밸브로 압력을 조절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에는 추출온도와 시간이 표시된다.

추출 컨트롤러에 있는 가변 밸브로 압력을 조절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에는 추출온도와 시간이 표시된다.

나만의 사용 노하우가 있다면요.

앞서 소개한 것처럼 스팀 팁을 4홀로 튜닝해 사용하면 우유 스티밍할 때 고운 질감이 나타납니다. 섬세하고 예쁜 디자인의 라테 아트를 만들 수 있는 크리미한 텍스쳐의 스팀 밀크를 얻을 수 있습니다. 4홀 스팀 팁을 구매해 스패너를 이용해 간단하게 교체할 수 있습니다.

4개의 스팀 분출구를 가진 스팀 팁으로 교체한 모습. 스팀이 방사형으로 고르게 나온다.

4개의 스팀 분출구를 가진 스팀 팁으로 교체한 모습. 스팀이 방사형으로 고르게 나온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3구 스팀 팁(왼쪽)과 4구 스팀 팁. 4구 팁도 기본 옵션으로 제공하면 좋겠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3구 스팀 팁(왼쪽)과 4구 스팀 팁. 4구 팁도 기본 옵션으로 제공하면 좋겠다.

만족도를 10점 만점으로 표현해주세요.

자르는 온도와 압력 등 기본적인 성능이 안정적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에스프레소에서 커피머신보다 중요한 그라인더의 특성이랄지, 로스팅이나 생두의 품질을 비교 평가하는데 매우 유용합니다. 또 2L의 스팀 보일러와 0.6L의 추출 보일러가 따로 내장돼 있어 추출과 스티밍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업용 머신에 비해 ‘듀티사이클(휴지 시간) ’이 긴 게 아쉽습니다. 제조사에서는 추출 시간만큼 대기 시간을 가지라고 권장합니다. 예를 들면 에스프레소를 30초간 추출했다면 30초 정도 쉬었다 다음 추출을 하라는 거예요. 추출시간 만큼을 쉬어줘야 한다는 거죠. 이것을 제외하면 스티밍 부분에서는 카페에서 쓰는 머신에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일반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에 비해 소음이 2배 정도 크다는 단점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제가 평가하는 점수는 9점입니다.

민지리뷰는...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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