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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도 그 앞에선 꼬리 내렸다…호랑이와 셀카 찍는 남자

중앙일보

입력 2021.07.10 16:00

업데이트 2021.07.1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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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오월드 맹수 사육사인 문진호 씨가 과거 호랑이와 함께 찍은 사진. 문진호 사육사 제공

대전 오월드 맹수 사육사인 문진호 씨가 과거 호랑이와 함께 찍은 사진. 문진호 사육사 제공

엄청난 덩치의 호랑이와 사자를 고양이처럼 다루고, 사나운 늑대들도 강아지처럼 다가와 애교를 부리게 하는 맹수 사육사가 있습니다.

[애니띵]오월드 맹수 사육사를 만나다

심지어 다 큰 호랑이와 셀카(셀프 카메라)까지 찍었는데요. 이 남자의 정체는 뭘까요?

#자세한 스토리는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안에서 호랑이·사자와 놀던 사육사

대전 오월드 맹수 사육사인 문진호 씨가 과거 호랑이와 함께 찍은 사진. 문진호 사육사 제공

대전 오월드 맹수 사육사인 문진호 씨가 과거 호랑이와 함께 찍은 사진. 문진호 사육사 제공

호랑이와 사자들이 득시글거리는 우리 안에 들어간 것도 모자라 맹수들과 장난을 치면서 놀아주고, 싸우는 녀석을 혼내기까지 하는 사육사가 있습니다. 바로 대전 오월드의 베테랑 맹수 사육사인 문진호 씨입니다.

대전 오월드 맹수 사육사인 문진호 씨가 과거 호랑이와 함께 공놀이를 하던 모습. 문진호 사육사 제공

대전 오월드 맹수 사육사인 문진호 씨가 과거 호랑이와 함께 공놀이를 하던 모습. 문진호 사육사 제공

그가 10여 년 전에 맹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습이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당시 사진을 보면 키가 2m는 넘어 보이는 호랑이와 공을 던지고 놀거나 사자에게 우유를 먹여주기도 합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요? 문 사육사를 직접 만나기 위해 지난 7일 그가 근무하는 대전 오월드를 찾았습니다.

1995년부터 사육사로 일했던 문 사육사는 지금도 오월드 동물원에서 호랑이와 늑대 등 맹수들을 돌보고 있는데요. 그에게 어떻게 다 큰 맹수들과 우리 안에서 지낼 수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사자는 최고 서열, 호랑이는 부모로 생각”

대전 오월드 맹수 사육사인 문진호 씨가 과거 호랑이와 함께 찍은 사진. 문진호 사육사 제공

대전 오월드 맹수 사육사인 문진호 씨가 과거 호랑이와 함께 찍은 사진. 문진호 사육사 제공

과거 영상을 보면 호랑이, 사자와 우리 안에서 교감하던데 어떻게 가능한 건가요?
어미들이 잘 못 돌보는 새끼들이 있어서, 그 친구들을 인공 포육하고 제 손으로 키우다 보니까 자식 같고, 자식이라 생각하고 접하다 보니까 믿음이 생기고, 또 교감이 생기면서 친숙하게 된 것 같아요.
호랑이와 사자들은 사육사를 경계하지 않던가요?
어렸을 때부터 청소년기까지 줄곧 거기서 저와 같이 생활했었는데 그때까지는 독립해야 하든지, 자기가 리더라든지, 이런 체계를 아직은 가지고 있는 상태는 아니었어요. 사자 같은 경우는 서열이 나뉘기 때문에 (제가) 우선순위의 서열로 돼 있었고, 호랑이 같은 경우에는 거의 아빠, 엄마 수준으로 생각했어요.

“이젠 우리 밖에서 교감…우울증 안 생기게 관리”

대전 오월드의 맹수 사육사인 문진호 씨가 시베리아 호랑이를 돌보고 있다. 왕준열PD

대전 오월드의 맹수 사육사인 문진호 씨가 시베리아 호랑이를 돌보고 있다. 왕준열PD

문 사육사는 지금도 오월드에서 시베리아 호랑이와 한국 늑대 같은 맹수들을 돌보고 있는데요. 그를 따라 사육사들만 갈 수 있다는 호랑이 실내 사육장에 들어갔습니다.

시베리아 호랑이들은 밤이 되면 이곳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거나 밥을 먹는다고 하는데요. 문 사육사는 예전처럼 우리 안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여전히 호랑이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면서 고양이 다루듯 합니다.

수컷 호랑이 웅이가 마치 웃는 것처럼 입을 벌리고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왕준열PD

수컷 호랑이 웅이가 마치 웃는 것처럼 입을 벌리고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왕준열PD

요즘 호랑이들은 짝짓기할 시기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암컷인 연지의 나이가 16살로 워낙 많아서 몸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짝짓기를 못 하도록 각방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수컷 호랑이 웅이는 옆방에 있는 암컷 주위를 어슬렁거리면서 마치 웃는 것처럼 입을 벌리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데요.

“(호랑이에게는) 후각도, 미각도 아닌 제3의 감각 기관이 있어요. 그걸로 호르몬 냄새를 맡습니다. (냄새를 맡으면) 혀를 내밀고 입을 벌리는 데 웃는 얼굴처럼 보이죠.” - 문진호 사육사

그는 “우리 밖에서도 호랑이들과 교감할 수 있다”며 “외로워하거나 우울할 때는 물놀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물을 쏴주고, 나무를 깎아서 공도 만들어 준다”고 했습니다.

늑대들도 사육사 앞에서는 강아지로 변해 

대전 오월드에서 한국 늑대들이 문진호 사육사에게 다가와 손을 핥고 있다. 왕준열PD

대전 오월드에서 한국 늑대들이 문진호 사육사에게 다가와 손을 핥고 있다. 왕준열PD

매서운 눈빛의 한국 늑대들도 문 사육사 앞에서는 순한 강아지가 됩니다.

그가 먹이를 들고 늑대 우리 안으로 들어가자 하나둘 모여드는 늑대들. 꼬리를 내리고 문 사육사의 손을 핥으면서 마치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립니다.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어미 늑대의 모습. 왕준열PD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어미 늑대의 모습. 왕준열PD

먹이를 문 채로 어디론가 가는 늑대들도 있는데요. 얼마 전 태어난 새끼들에게 먹이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건강하게 장수하도록 돌보는 게 낙이자 의무”

대전 오월드 맹수 사육사인 문진호 씨가 과거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문진호 사육사 제공

대전 오월드 맹수 사육사인 문진호 씨가 과거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문진호 사육사 제공

그가 맹수 사육사로 일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건 정성껏 돌봐준 동물들과 하나둘 이별할 때인데요. 과거 우리 안에서 동고동락하던 호랑이, 사자들도 대부분 늙어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사실 (호랑이가) 여기 와서 16살까지 살고 장수하는 게 저희의 낙이죠.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의무고요” -문진호 사육사

교감하는 방식은 조금 달라졌지만, 여전히 동물들과 정을 나누고 싶다는 문 사육사. 맹수들이 오래 살 수 있도록 돌봐주고 싶다는 그의 바람대로 호랑이, 늑대들은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영상=왕준열PD, 곽민재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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