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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노후준비? 꾀많은 토끼가 3개 굴 파 놓듯이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86)

꾀 많은 토끼가 숨을 세 개의 굴을 파놓듯이 안정적인 노후 준비를 위해 1층 국민연금, 2층 퇴직연금, 3층 개인연금의 장점을 아우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진 unsplash]

꾀 많은 토끼가 숨을 세 개의 굴을 파놓듯이 안정적인 노후 준비를 위해 1층 국민연금, 2층 퇴직연금, 3층 개인연금의 장점을 아우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진 unsplash]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2017년 5136만명에서 2028년 5194만명까지 증가한 후 감소해 2067년 3929만명(1982년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그림1] 참조). 저출산·고령화의 심화에 따라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지는 인구의 자연감소는 2019년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한 국가의 경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주도적 인구는 국외에서 데려올 수 없다. 왜냐하면 한 나라의 국가 경제를 유지 발전시킬 인구는 그 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가치를 교육으로 훈련받고, 가치가 사회에서 공유되고, 사회 기반을 활용해 가치 재창조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어 시장이 작아지면 당장은 청년 실업이 늘고 재정 부족으로 노년 빈곤 문제가 야기된다.

2018년 기준 한국의 노인빈곤율(43.4%)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는 OECD 평균(14.8%)의 약 3배 수준이다. 그야말로 출산율은 최악으로 치닫고 노인빈곤율은 최고로 높아졌다.

2021년 보험개발원(KIDI)이 발간한 ‘2020 KIDI 은퇴시장 리포트’를 보면 40·50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노후준비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94.9%로 10명 중 9명 이상이 노후준비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그림2 참조〉

그런데 문제는 이런 압도적 노후준비 필요성 인식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31.3%로 10명 중 겨우 3명 만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림3〉 이 조사에서 40·50세대의 경제적 노후준비방법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은 공적연금(51.0%), 예금·저축성보험(31.0%)인 반면 사적연금(7.2%)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퇴직연금이 사적연금에 포함된다고 보면 노후준비 수단으로 거의 역할을 못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는 조사결과가 보험개발원의 자료에서 밝혀지는데 40·50세대 은퇴 시 퇴직급여 예상수령액을 보면 ‘2억원 초과’가 응답자의 7.5% 정도이고 ‘1억원 이하’는 77.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4〉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인구 문제를 먼 미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위정자는 더 그러하다. 그들도 분명히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표와 직접 상관이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지배하는 것 같다.

사실 연금은 ‘하석상대(下石上臺)’의 성격을 가진다. 즉 아랫돌 빼서 윗돌 막는 방식인데, 미래 인구 성장이 튼튼하다면 윗대의 연금 문제는 그리 큰 걱정이 없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상석하대(上石下臺)’ 즉 윗돌 빼서 아랫돌 막아야 하는 역전상황인데, 윗돌이 장수리스크로 급속히 소진되어 가는 형국이니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퇴직연금을 이 상황에서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보험개발원의 조사 가운데 아래〈그림5〉에서 보면 우리나라 40·50세대 금융자산 구성에서 적립·예치식 저축이 무려 70.1%나 된다. 물론 그 중 펀드나 주식 투자도 일부 포함되나 투자자산이 너무 부족하다. 사실 누구도 위험을 감수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실적배당형 자산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당연히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과 같은 자산운용으로는 도저히 우리의 노후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의 하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일지 모른다. 즉 국가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기 힘드니 우리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럼 위험을 감수하되 합리적이어야 하고 수익률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방법은 없을까? 거기에 대한 해답으로 퇴직연금제를 활용하는 것이 하나다. 여기에는 단호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루거나 나 몰라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노후 준비 실태는 심각하다. 가입자가 분명히 알아야 할 퇴직연금제의 자산운용 장점이다.

첫째, 퇴직소득세나 투자수익에 대해 과세이연되면서 복리의 효과를 누리 수 있다. 둘째, 급여가 증가하면서 퇴직급여도 늘어나 증액투자를 할 수 있다. 셋째, 실적배당형 상품은 펀드에만 투자할 수 있어 분산투자가 가능하다. 넷째, 재직기간 동안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 장기 자산운용이 가능하다.

이런 네 가지 효과를 곰곰이 생각해서 자산운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여유가 있다면 퇴직 이후라도 IRP(개인형퇴직연금)를 통해 퇴직연금의 장점을 활용하면 우리 노후준비에 분명히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우리 가입자가 알고자 하는 노력을 전제로 할 때만 그럴 가능성은 커질 뿐이다.

‘변화맹시(變化盲視)’라는 말이 있다. 세상 변화를 알지 못하면 안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국민은 이미 노후에 대한 두려움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나 변화를 극복하려는 행보가 적어도 퇴직연금 자산운용에서 너무 더딘 것도 사실이다. ‘교토삼굴(狡免三窟) ’, 즉 꾀 많은 토끼는 숨을 세 개의 굴을 파놓듯이 연금으로 치자면 1층 국민연금, 2층 퇴직연금, 3층 개인연금의 장점을 아우르는 지혜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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