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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스님 이성민 “고통 속에 살지 말라…'제8일의 밤' 만족했죠”

중앙일보

입력

넷플릭스 공포영화 '제8일의 밤' 주연 배우 이성민을 6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공포영화 '제8일의 밤' 주연 배우 이성민을 6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 넷플릭스]

“저는 가톨릭 영세를 받았지만, 이 영화가 다루는 주제는 우리나라에서 제 나이 정도면 학교 다닐 때 한 번쯤 공부했고 경험했던 이야기라 이해할 수 있었죠.”

넷플릭스 공포영화 ‘제8일의 밤’에서 요괴를 퇴치하는 전직 불교 승려 진수가 된 배우 이성민(53)의 말이다. 6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그는 “요괴 같은 것이 실존한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특별한 인지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지 않을까 상상은 해봤다. 그의 눈에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그런 호기심이 이 영화 참여 계기가 됐다”고 했다.

넷플릭스 공포영화 '제8일의 밤' 주연

영화는 2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공개된 터. 신인 김태형 감독이 각본을 겸한 연출 데뷔작으로, 부처가 봉인한 요괴의 붉은 눈과 검은 눈이 풀려나와 지옥문을 열려 하자, 주인공 진수 등이 이를 막으려 한다는 내용이다. 불교 승려와 강력계 형사, 처녀보살 등 서구 퇴마장르에서 보기 드문 소재에다 불교 철학에 기반을 둔 허구의 전설을 버무렸다. 부처와 요괴 전설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오프닝부터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촬영한 사막 장면, 남미에서 공수한 돌로 만든 사리함 등 볼거리도 여럿이다.

하지만 넓게 펼친 세계관을 이야기에 충분히 녹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요괴의 두 눈이 만나는 ‘징검다리’가 되는 인간들의 괴이한 모습에 치중해, 정작 주인공들에게 공감할 만한 개연성의 ‘징검다리’를 놓쳤다. 진수의 고통스런 과거사는 배우의 표정 연기 위주로만 제시되고, 그와 동행하는 묵언 수행 동자승 청석(남다름)이 외양보다 너무 어린아이처럼 구는 것도 자연스레 납득되진 않는다. 포털 사이트 영화 리뷰에서도 이런 비판이 많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세상이 다일까? 궁금해 출연

2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여개국에 출시되는 '제8일의 밤'은 세상에 지옥을 불러올 '깨어나선 안 될 것'의 봉인 해제를 막기 위해 전직 승려, 강력계 형사 등이 8일간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이성민·박해준·김유정 등이 주연을 맡았다. [사진 넷플릭스]

2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여개국에 출시되는 '제8일의 밤'은 세상에 지옥을 불러올 '깨어나선 안 될 것'의 봉인 해제를 막기 위해 전직 승려, 강력계 형사 등이 8일간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이성민·박해준·김유정 등이 주연을 맡았다. [사진 넷플릭스]

이성민은 “출연 배우로서 영화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 영화가 아시아권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들었다”면서다. 무엇보다 “평소 관심 있었던 분야”여서 더 마음이 기운 눈치였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세상이 이게 다일까? 생각한 적 있어요. 우연히 유튜브로 양자역학에 관한 강의를 보다가 결국 인간이, 또 우주 만물이 원자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실제 원자를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우리가 보는 것과 다른 차원도 보지 않을까, 호기심이 생겼을 때 이 영화를 만났고요.”

그는 “삶이란 풀섶에 난 잎싹, 찰나일 뿐이라는 것. 그렇게 고뇌하고 고통 속에 살지 말라는 영화의 주제가 찍고 나서 이해되고 공감됐다”고 말했다.

형체 없는 것들이 공격…새로운 연기 경험

'제8일의 밤'에서 각본을 겸한 김태형 감독이 구상한 한국적 오컬트 장면들. 2일 넷플릭스 출시 전 예고편 등을 통해 미리 공개됐다. [사진 넷플릭스]

'제8일의 밤'에서 각본을 겸한 김태형 감독이 구상한 한국적 오컬트 장면들. 2일 넷플릭스 출시 전 예고편 등을 통해 미리 공개됐다. [사진 넷플릭스]

그의 출연작 중 대사가 가장 적은 캐릭터였지만, 초현실적인 장면들을 상상하며 연기하는 것이 쉽진 않았단다. “컴퓨터그래픽(CG) 장면은 이전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2020)에서 많이 익숙해졌지만, 그땐 곰‧호랑이 등을 상상할 수 있었다면 이번엔 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을 상상해야 하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제8일의 밤'에서 진수는 늘 은빛 염주를 부적처럼 쥐고 있다. 실제 은으로 제작한 고가의 소품으로, 가짜 모사품도 촬영에 함께 사용했다. [사진 넷플릭스]

'제8일의 밤'에서 진수는 늘 은빛 염주를 부적처럼 쥐고 있다. 실제 은으로 제작한 고가의 소품으로, 가짜 모사품도 촬영에 함께 사용했다. [사진 넷플릭스]

평소 공포영화에 관심은 많았나.  

“무서운 영화를 잘 안 봤는데 이번 영화를 하면서 이런 장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리얼리즘 바탕 연기와 다르게 진수 캐릭터는 판타지 같았다. 이런 식의 확장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졌다.”

호기심‧상상력이 연기에 어떤 도움이 되나.  

“옛날에 ‘배우는 무쇠를 가슴으로 녹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란 짧은 글을 썼던 게 기억난다. 제가 바라는 연기자의 기본적인 태도, 상태다.”

요괴로 인한 기이한 시체를 조사하던 강력계 형사 김호태(박해준, 왼쪽부터)는 사건 현장에서 마주친 진수(이성민)를 처음에 수상하게 여긴다. 실제 이성민과 박해준은 극단에서 연극하던 시절 호흡 맞춘 오랜 인연.[사진 넷플릭스]

요괴로 인한 기이한 시체를 조사하던 강력계 형사 김호태(박해준, 왼쪽부터)는 사건 현장에서 마주친 진수(이성민)를 처음에 수상하게 여긴다. 실제 이성민과 박해준은 극단에서 연극하던 시절 호흡 맞춘 오랜 인연.[사진 넷플릭스]

요즘은 유튜브에서 어떤 콘텐트를 가장 관심 있게 보나.  

“골프 채널.”(웃음)

영화에 번민‧번뇌에 대한 이야기가 강조되는데 실제 이성민을 괴롭히는 게 있다면.  

“많다. 코로나도 괴롭고. 오늘 딸이 집사람이랑 어딜 갔는데, 집에 가면 저 혼자 뭘 차려 먹어야 할지…. 뭐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순 없지만, 한국영화 현실, 극장도 그렇고.”

윤종빈 감독 ‘공작’ 찍으며 연기가 덜 외로워졌죠

“(코로나19로 인해) 예상치 못한 넷플릭스 개봉을 했다는 것이 낯설지만, 이 시기에 관객을 만나 참 다행”이라는 그는 차기작도 기다린다. 조진웅‧김무열과 호흡 맞춘 영화 ‘대외비: 권력의 탄생’에선 욕망으로 인한 배신과 음모에 뛰어든다. 영화 ‘리멤버’에선 일제강점기 친일파에 가족을 잃은 80대 알츠하이머 환자의 복수극을 그렸다.

진수(이성민, 오른쪽부터)는 묵언수행 중 자신을 찾아온 동자승 청석(남다름)과 요괴에 관한 열쇠를 쥔 처녀보살을 찾아간다. 이성민과 남다름은 드라마 '기억'(tvN)에서 부자지간으로 호흡 맞춘 데 이어 재회한 터. 현장에서 남다름이 이성민을 '아버지'라 불렀다고. [사진 넷플릭스]

진수(이성민, 오른쪽부터)는 묵언수행 중 자신을 찾아온 동자승 청석(남다름)과 요괴에 관한 열쇠를 쥔 처녀보살을 찾아간다. 이성민과 남다름은 드라마 '기억'(tvN)에서 부자지간으로 호흡 맞춘 데 이어 재회한 터. 현장에서 남다름이 이성민을 '아버지'라 불렀다고. [사진 넷플릭스]

“옛날엔 연기하러 현장 가면 뭔가 책임지고 이뤄내야 하고 평가받는 기분이었어요. 감독님이 내 연기를 어떻게 봤나, 잘하고 있나, 그런 생각을 했죠. 영화 ‘공작’(2018)에서 윤종빈 감독과 작업하면서 바뀌었어요. 내가 바보 같은 일을 하고 있었구나. 감독이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 배우의 편에 있어 주는 사람이구나. 현장에서 굉장히 덜 외로워졌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죠. 감독님뿐 아니라 모든 스태프가 내가 잘할 수 있도록, 멋지게 나올 수 있도록 도움 주고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참 멍청하게도 인제 와서야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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