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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치 선언 날…"이 사진 재밌네" 야당 인사가 보여준 한장[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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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정치팀장의 픽: 윤석열과 MB

“이 사진 봤냐. 난 오늘 행사에서 이게 제일 재미있더라.”
지난달 29일 함께 저녁식사를 하던 야당의 핵심 인사가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과거 친이계(친 이명박계)보다는 친박계(친 박근혜계)에 가까웠던 이 인사는 "MB(이명박 전 대통령)사람들이 윤석열의 오른팔, 왼팔이 됐다"며 웃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앞두고 정진석,권성동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건물 밖으로 나왔다. 오종택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앞두고 정진석,권성동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건물 밖으로 나왔다. 오종택 기자

그날 오후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소위 ‘정치 참여 선언’을 했다. 행사장엔 국민의힘 의원이 무려 24명이나 몰려갔다. 당내에서 "입당 여부조차 불투명한 사람에게 달려가서 줄 서기 하는 모습이 애처롭다" "지난 대선 때 당 밖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매달리던 사람들이 떠오른다"는 비판이 나왔던 바로 그 장면이다. 그런데 사진 속엔 특히 정진석-권성동 의원의 모습이 특히 부각돼 있었다. 

1960년생으로 윤 전 총장과 동갑인 두 의원은 최근 ‘윤석열의 고향 친구들’로 유명세를 탔다. 왼쪽의 정진석 의원은 윤 전 총장 아버지의 고향인 공주가 지역구다. 오른쪽의 권성동 의원은 윤 전 총장 외가인 강릉이 지역구다. 학창 시절 방학마다 외가를 찾은 윤 전 총장과 자주 어울렸다고 한다. 정치적 감각이나 경륜, 친화력, 당내 영향력과 중량감을 고려할 때 두 의원이 향후 국민의힘내 '윤석열 계'의 핵심 역할을 맡을 게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MB와 가까운 정치인들이다. 정 의원은 MB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권 의원은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된 윤 전 총장은 MB와 관련된 이른바 ‘적폐 수사’를 지휘했다. 결국 MB는 구속됐고 아직도 안양교도소에 수감중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대장은 윤석열 때문에 구속됐는데, 부하들은 다 윤석열에게 갔다”는 냉소가 나오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비단 국회의원 레벨의 얘기만도 아니다. 윤석열 캠프 내부의 네거티브 대응이나 정무 등 중요한 실무 보직에도 ‘MB 청와대’ 출신의 ‘선수’들이 꽤 포진해 있다고 한다. "윤석열 캠프, MB계가 외곽지원"이란 제목의 기사도 그래서 다수 나왔다.

 필자는 6주전 칼럼에 “윤 전 총장이 야권의 대선후보가 된다면 MB는 자신을 구속한 그를 지지할 수 있을까를 MB측근에게 물었더니 1초만에 ‘찍으실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고 썼다. 그랬더니 당시 MB측에선 “우리는 배알도 없는 줄 아느냐”고 필자에게 강하게 항의를 했는데, 실제 세상사는 이런 항의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적과 동지가 따로 없이 '이기는 사람이 우리편'인 정치판, 지지율이 깡패일 수 밖에 없는 현실, 승자 독식의 정치 구조,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을 옹립해 정권교체를 해내겠다는 정열과 열망, 충정도 100% 이해한다. 

하지만 마치 블랙 코미디 한 편을 보는 듯한 마음 속 한 켠의 어색한 느낌은 완전히 털어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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