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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장학금 주고 "비밀"…'관심사병 돌보기'였다는 노환중

중앙일보

입력 2021.07.10 05:00

업데이트 2021.07.1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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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부정수수 관련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사모펀드 의혹 관련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11개 혐의로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함께 기소됐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부정수수 관련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사모펀드 의혹 관련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11개 혐의로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함께 기소됐다. [뉴스1]

600만원이 있습니다. 조국(56)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시절, 딸 조민(30)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받은 장학금입니다. 이 600만원의 성격을 두고 9일 검찰과 변호인이 날을 세웠습니다. 검찰에겐 600만원이 ‘뇌물’로 보입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이 담긴 프레젠테이션을 ‘의도가 다분한 허위공문서’라고 맞받아칩니다.

[法ON] 조국 부부 2라운드 ⑪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부장 마성영·김상연·장용범)는 이날 조 전 장관과 노환중(60) 부산의료원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심리했습니다. 조국 부부의 재판을 조명하는 [法ON]에서는 이 600만원이 무슨 돈일지 당시 장학금을 둘러싼 상황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보험성 특혜’일까 ‘관심사병 돌보기’였을까

일단 장학금을 준 사실은 장학증서와 금융거래내역으로 남아있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입니다. 노 원장은 2013년 모친의 조의금으로 ‘소천장학금’을 만들어 부산대 의전원 학생들에게 줬습니다. 2015년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한 조씨는 2016년 1학기부터 2018년 2학기까지 학기마다 200만원씩 소천장학금을 받았습니다. 조씨가 받은 장학금은 의전원 학생 중 딱 1명인 조씨만을 수혜자로 지정한 장학금이었습니다. 성적도, 학생의 가계상황도 고려하지 않고 기부자의 의지대로 줄 수 있는 장학금이었죠.

2015년 조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은 교수들 사이에서도 꽤 입소문이 난 일이었나 봅니다. 노 원장과 동료 교수는 “조국 교수 딸이 학교에 들어왔다더라”며 대화를 나눴고, 학교 차원의 ‘관리’를 언급하며 연배가 있던 노 원장이 조씨의 지도교수가 됩니다. 그리고 노 원장은 조씨에게 장학금을 주게 되죠. 조씨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아빠의 유명세’가 의전원 생활에 영향을 끼친 건 부정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런데 검찰과 변호인 측의 시각은 여기서 확연하게 갈라집니다. 검찰은 노 원장이 ‘보험성 특혜’로 조씨에게 장학금을 주기 시작했다고 의심합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할 상황에 대비해 장학금으로 미리 조 전 장관 일가와 돈독한 관계를 쌓아두려 했다는 의심입니다. 하필 딸 조씨도 가족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부산대엔 특혜가 많다"는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노 원장 측은 ‘관심사병같은 학생 돌보기’였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학생들과 달리 의전원 생활에 부적응한 조씨를 노 원장이 동기를 유발하며 낙제하지 않도록 조금 살뜰히 살폈을 뿐이라는 취지입니다.

조금 유명한 아빠와 지도교수의 문자

2015년 10월 7일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열린 갤러리 오픈행사. 조국 후보자와 조 후보자의 어머니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장,노환중 병원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페이스북]

2015년 10월 7일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열린 갤러리 오픈행사. 조국 후보자와 조 후보자의 어머니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장,노환중 병원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페이스북]

검찰은 또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지명된 때인 2017년 5월 10일 노 원장과 조 전 장관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했습니다. 노 원장이 “민정수석 임명을 축하한다”며 “저는 양산부산대병원을 위해 2년간 더 봉사하게 됐다”는 말과 자신의 원장 연임 기사를 캡쳐해 보냅니다. 조 전 수석은 “감사하다”는 내용의 답장을 합니다. 검찰은 부산대병원 분원 원장이던 노 원장이 부산대 본원 병원장에 지원하기를 희망했고, 인사검증을 할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지원이 절실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의전원 안팎에서 조씨만을 위한 장학금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장학금 지급을 멈추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봤습니다.

약 5개월 뒤 노 원장은 조 전 장관으로부터 ‘청와대발 선물’를 받기도 합니다. 조씨가 2학기 장학금을 받은 날, 조 전 장관은 딸에게 “교수님을 만나 뵈면 아빠가 보낸 추석 선물 받으셨는지 슬쩍 여쭈어 보아라”라고 메시지를 보냅니다. 선물은 청와대 표식과 대통령내외의 이름이 적힌 전통주 세트였습니다. 검찰은 이를 두고 “조국도 계속된 특혜에 대해 빚진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며 당시 두 사람 사이 '장학금의 뇌물성'에 대한 인식이 뚜렷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정수석 취임 전인 2017년 3월쯤에는 조씨가 가족채팅방에 “노환중 교수님이 이번 장학금도 내가 탈건데 다른 학생들에게 말하지말고 조용히 타라고 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정경심 교수는 “오키, 애들 단속하시나 보다. 절대 모른척해라”라고 일러줍니다. 조 전 장관은 특별한 대답 없이 당시 자신이 새 정부 장관 명단 하마평에 올랐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립니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정권교체가 예상되던 시기였습니다.

“노 원장이 노스트라다무스냐” 반박

노 원장 측은 검찰의 주장을 “억지 수사, 짜맞추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조씨에게 전달된 장학금은 조 전 장관이 교수이던 2016년부터 지급된 것인데, 1년 뒤 그가 민정수석이 될 지 어떻게 알았겠냐는 겁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할 것이라도 예측해서 차기 민정수석이 될 조 전 장관에 게 뇌물을 준 것이라면 이렇게 장학금으로 오해를 받고 고초를 당하며 법정에 서는 것도 미리 내다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습니다. 검사의 기소 논리가 앞뒤가 맞지 않는 참담한 수준이라고도 했습니다.

또 노 원장에게는 조 전 장관에게 부탁할만한 ‘현안’도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노 원장이 관심을 보인 병원의 의료기기 유치는 보건복지부 소관이어서 조 전 장관의 업무 범위가 아니었습니다. 민정수석실이 관장하던 부산대병원장 인사검증은 그 대상자가 돼보지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부산의료원장 임명은 검찰이 모든 자료를 압수수색 해갔지만 공소장에 단 한 줄도 싣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100명이 넘게 모이는 공개 장학금 수여식 행사 때문에 애초 '비밀 장학금'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도 폈습니다. 학업 부적응 학생을 독려한 장학금이 이제껏 일군 모든 것을 한순간에 무너지게 했다며 참담한 심경도 드러냈습니다.

'장학금은 뇌물'이라는 검찰과 '검찰의 상상과 추측'이라는 변호인의 주장은 공판이 진행된 5시간여 내내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법정에 들어서며 “뇌물 사범의 낙인을 찍는 검찰의 행태에 분노가 치민다”고 했습니다. 딸 조씨가 받은 장학금은 학생을 가엾이 여긴 어느 교수의 호의였을까요, 학생의 집안 배경 너머를 바라본 '큰 그림'이었을까요. 법원은 이날로 뇌물 관련 심리를 마치고 입시 비리 혐의로 쟁점을 옮겨갑니다. 다음 공판도 [法ON]에서 생생히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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