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능가하는 결정타 맞았다. 탄핵위기 몰린 ‘브라질 트럼프’

중앙일보

입력 2021.07.10 05:00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렸다. 로이터=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렸다. 로이터=연합뉴스

극우 성향과 각종 막말로 임기 동안 수차례 논란을 빚었던 자이르 보우소나루(66) 브라질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캔들과 보좌관 월급 횡령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여·야 정치권뿐 아니라 시민들까지 탄핵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원가 10배로 백신 구입, 뒷돈 의혹 묵인

7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는 “보우소나루에 대한 (퇴진) 압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우익 세력도 최근 야당에 합세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원서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우소나루와뜻을 같이하던 보수 정당 사이에서도 탄핵론 힘이 힘을 받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기준 브라질 하원에 제출된 탄핵 요구서는 120건이 넘는다고 한다. 전국 주요 도시에선 ‘반(反) 보우소나루’ 시위가 거세다. 대규모 시위가 이달 들어서만 세 번 열렸다.

지난 3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모습. AP=연합뉴스

탄핵론이 불거진 결정적인 계기는 ‘코로나19 백신 스캔들’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 정부가 인도 제약사 바라트 바이오테크의 백신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리를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3월 브라질 정부가 접종 1회 원가가 1.5달러(약 1700원)도 되지 않는 백신을 10배 넘는 가격에 계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보건부 고위 관리가 비싼 금액을 지불하는 대가로 뇌물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제대로 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모든 과정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결국 브라질 연방 대법원은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연방 검찰에 수사를 허가했다.

이어서 터진 건 의원 시절 ‘보좌관 월급 횡령’ 의혹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브라질 매체 UOL은 “과거 의원 시절보우소나루가 보좌관들에게 지급한 급여 일부를 다시 가져가는 등 공금을 횡령했다”고 전했다. 이런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녹취록도 공개된 상태다.

코로나19 백신 스캔들에 이어 의원 시절 보좌관 월급 횡령 의혹까지 불거졌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스캔들에 이어 의원 시절 보좌관 월급 횡령 의혹까지 불거졌다. AP=연합뉴스

연이은 논란으로 최근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은 크게 떨어졌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여론조사 업체 MDA가 국민 2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낸 비율은 64%에 달했다. 그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34%로, 지난 2월과 비교했을 때 10%p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보우소나루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고 비슷한 행보를 보여 한때 ‘남미의 트럼프’로 불렸다. 특히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대규모 친정부 집회를 여는 등 방역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코로나19는 단지 독감 같은 것”이라던 그는 그해 7월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 브라질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미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의 지지자로 알려진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오른쪽)은 '남미 트럼프'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의 지지자로 알려진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오른쪽)은 '남미 트럼프'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AFP=연합뉴스

그는 여성·흑인 비하 발언으로 자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018년엔 “여성과 흑인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고, 올해 2월엔 자신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쓴 여성 기자에게 “나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빼내기 위해 취재원에게 성행위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가 2만헤알(약 400만원)을 배상하기도 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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