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승률 曰] 조급함이 부른 코로나 4차 쇼크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1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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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호 30면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뉴스룸 본부장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뉴스룸 본부장

수학자이자 역학자인 애덤 쿠차르스키는 『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에서 수학이라는 도구로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금융위기, 총기 폭력, 가짜 뉴스 등에 숨은 공통 패턴을 설명한다. 이들 모두 기본적으로 ‘점화→성장→정점→쇠퇴’의 단계를 거치며 퍼졌다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거리두기 완화 시그널에 빈틈 커져
경기 부양과 방역은 양립하기 어려워

이런 확산과 쇠퇴의 과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히려 대호황을 맞은 골프장 산업도 비껴가지 못할 듯하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레저산업연구소 ‘레저백서 2021’의 수치 등을 재구성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이용객 수는 2001년 1185만명에서 2020년 4371만명으로 급증했다. 국내 골프장 매출도 2008년 3조984억원에서 2020년 5조6577억원으로 증가했다.

삼정KPMG 측은 그러나 국내 골프장 이용객 수가 2023년 약 46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이듬해부터 하락세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용료 상승, 백신 보급 등의 여건 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와 달리 지난해 566개(18홀 환산 기준)이던 국내 골프장 수는 2025년에 619개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더 이상 병에 걸릴 사람이 없으면 전염병이 수그러들 듯이 골프를 즐기는 사람은 제한적이라 수요는 줄 텐데, 공급은 늘 거란 전망이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호황이 이어지기 어렵다. 쇠퇴기가 도래하기 전에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골프장 관련 업계의 희비가 갈릴 수 있다. 잔뜩 올린 그린피에 취해 서비스 개선에 소홀하거나 그린피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지 않으면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도 결국 ‘점화→성장→정점→쇠퇴’라는 사이클을 그릴 확률이 높다. 다만 전염병의 특성상 하나의 큰 사이클 안에 여러 개의 작은 사이클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코로나19의 성장·정점 단계를 가능한 지연시키거나 피하면서 쇠퇴 단계로 이끄는 게 중요한데, 국내 기준으로 이미 3차례의 대유행을 겪었다. 특히 급기야 4차 대유행 참사를 겪게 됐다.

지난 1일부터 기존보다 완화된 ‘새 거리두기’를 시행하려고 했던 정부는 부랴부랴 방향을 틀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달 30일에 이어 7일에도 새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유예했다. 중대본은 9일에는 수도권을 대상으로 새로운 거리두기의 가장 강력한 단계(4단계)를 12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일이 이렇게 꼬인 건 방역수칙을 어긴 사람들 책임도 있지만 정부의 성급한 ‘거리두기 완화’ 시그널 탓이 크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자 정부는 방역 완화 가속 페달을 밟았다. 5월 26일 ‘1차 접종자 실외 노 마스크’를 예고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수도권 대상으로 6인 모임 가능 방침도 내놨다. 정부 당국자가 “국내 유행 통제 상태는 안정적”이라는 자신감도 거듭 밝혔다. 거리두기 단계 조정도 혼선을 빚었다. 기존 2단계에서 유흥시설은 집합금지 대상이지만 새로운 거리두기 3단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가뜩이나 거리두기 피로감이 극심한 상태에서 빈틈이 커진 것이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델타변이가 소리소문 없이 퍼진 가운데 주점·식당 등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결국 코로나 4차 쇼크가 발생했다.

대선이란 정치의 계절을 맞아 경기를 살리고 민심도 달래려는 정부·여당의 조급함은 이해가 된다. 다만 경기 부양과 방역은 양립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지난해에 이미 확인했다. 코로나19는 잠시만 방심해도 ‘점화→성장→정점→쇠퇴’의 사이클을 무한 반복하는 진절머리나는 존재다. 백신 접종과 방역수칙 준수라는 기본 원칙을 꾸준히 지켜야 코로나19의 쇠퇴를 넘어 퇴치를 바라볼 수 있다. 그게 경제도 빨리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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